지난 3일 실시된 베네수엘라 대선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야당의 마누엘 로살레스 후보를 누르고 3번째 연임에 성공해 '선거불패'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두고 중남미의 한 정치평론가가 한 말이다.
차베스는 이번 대선에서 보수층의 근거지이자 반차베스 지역이며 로살레스의 정치적인 근거지인 술리아 주를 포함한 베네수엘라 전국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제 그의 앞에는 정치적인 적수가 없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차베스는 향후 자신의 국정 목표를 "시몬 볼리바르 프로젝트 완성과 21세기형 신사회주의 건설"이라고 못박고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약 14년 정도의 기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연임제한을 철폐해서라도 혁명을 완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른바 차베스의 장기집권 시나리오다.
혹자는 차베스를 가리켜 '제2의 카스트로'라고 평가한다. 물론 차베스는 정치적인 기반을 다지기 위해 카스트로를 디딤돌로 삼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차베스는 쿠바의 카스트로식 고립주의를 배제하고 완전 개방형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통치자다, 따라서 차베스의 향후 통치스타일은 카스트로의 정치노선을 따르기보다는 아르헨티나 페론형 통치를 모델로 삼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차베스가 주창한 '21세기형 사회주의'의 개념은 아직 그 실체가 모호하다. 비교 분석할 대상이나 학술적인 논거가 아직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베스형 21세기 신사회주의, 그리고 볼리바리안 혁명의 완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차베스가 매주 진행하고 있는 '대통령과 함께(Alo Presidente)' TV토크쇼의 내용과 현지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차베스가 외치는 시몬 볼리바르 혁명의 1차적인 목표는 중남미를 제국주의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중남미가 외세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게 하고, 나아가 중남미 민중들이 갈망하는 새로운 세상, 즉 21세기형 신사회주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차베스의 정치적인 최종목표다.
차베스형 21세기 사회주의는 복잡한 논리나 사상, 철학을 수반하기보다는 단순히 이웃에 대한 사랑과 도움의 손길, 민중 모두가 혜택을 보는 생산활동, 소득의 공평한 재분배 등의 경제시스템을 정부와 민간분야 자원봉사자 주도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차베스는 페론주의 사상을 선호하는 개방주의자"
다만, 차베스형 사회주의는 기존 사회주의 체제와는 다른 두 가지 기본 원리를 내세우고 있다. 소외된 이웃을 사랑하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혁명대열에 참여해야 하며, 자본주의의 경제모델 내에서 재능 있는 인재들이 생산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얻어지는 혜택을 공평하게 재분배해야 한다는 원리다.
일부 학자들은 차베스가 페론주의에 입각한 통치를 구상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차베스가 페론주의의 장점을 자신의 통치스타일에 접목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견 현재 베네수엘라의 상황을 살펴보면 페론의 전성기 때가 연상되기도 한다.
차베스의 대선 캠프는 자원봉사자들과 사회 각 분야 전문가들이 넘쳐났으며, 소외계층들을 중심으로 국민적인 차베스주의 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흡사 지난 1950년대 초 아르헨티나의 페론의 집권기가 연상됐다는 것이다.
국가자원과 기간산업을 국유화하고 노동자들과 극빈층들의 권익과 복지,사회보장 제도를 강화하는 것도 페론주의의 복사판이다. 심지어는 미국 주도의 군부쿠데타까지 닮은 꼴이며 군부에 의해 축출됐지만 화려하게 재기한 것까지 페론을 연상케 하고 있다.
하지만 차베스는 반자본주의자이거나 반사회주의자도 아니다. 그렇다고 레닌주의자도 아니다. 그는 군부와 일반 서민층들의 열렬한 지지를 정치적인 기반으로 삼아 반미와 반제국주의를 부르짖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아르헨의 후안 도밍고 페론에 비견된다.
특히 차베스는 기득권층이나 부르주아 계층, 외국기업들의 사유재산을 철저하게 보호해주면서 석유로 벌어들인 오일 달러를 국가경제발전과 사회복지 분야에 활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차베스는 또 정치와 노동단체들이 서로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단체들이 정치화되어 지나친 권익보호나 권력에 대항한 사보타주 등에 나설 경우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차베스는 지난 2002년 말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총파업에 관련된 1만8000여 명의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해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물론 이 사태는 쿠데타에 이어 차베스 축출을 위한 정치적인 반란이었고 이 과정에서 애꿎은 노동자들이 다수 희생되었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이 사태의 주동자들은 대다수가 미국이나 이웃나라로 망명하여 반차베스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서방언론들이 즐겨 인용하는 반차베스 여론도 대개 이런 세력들에게서 나온다고 보면 틀림 없을 정도다.
하지만 부패하고 정치화된 노조지도자들과 타협하지 않고 이들을 추방해야 된다는 게 차베스의 확고한 정치적 신념이다.
기독교의 초대교회 이웃사랑과 분배를 외치는 차베스
차베스형 사회주의는 기독교적인 이웃사랑을 베풀고 소외계층이 평등한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는 이번 대선 유세 중 유난히 사랑을 강조했다. 자신의 조국 베네수엘라에 대한 사랑이 미 제국주의자들과의 대립을 가능케 했고, 죽음까지 불사하면서까지 초대강국 미국에 대항해 중남미 대륙의 해방과 통합을 주도케 했다는 것이다.
그는 베네수엘라 국민들도 자신의 조국사랑을 본받아 이웃끼리 사랑하고 챙겨주며 계층간 거리감이나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치기도 했다.
그가 주도하는 신사회주의는 국민과 정부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선거뿐만 아니라 적절한 범위 안에서 정치 전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베스형 신사회주의에 따르면, 국민과 정부는 상호 밀접한 협력체제를 유지해야 하며, 재분배 제도 역시 정부 통제 아래 진행되기보다 국민 스스로가 협력과 봉사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정부는 민간 차원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교육, 의료, 사회보장 등을 확실하게 보장함으로써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생산활동에 주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베스는 또한 유가의 급락이나 천연자원의 고갈에 대비해 중남미형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다국적 프로젝트를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사회주의는 초대 기독교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가 부족함을 채워주고 상호 협력해서 얻어지는 부를 어느 개인의 치부나 국가의 소유로 돌리지 않고 중남미 대중들 모두가 공평하게 서로 나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이념에 따라 자원과 산업구조가 취약한 전세계 빈국들에 대한 지원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차베스가 주장하는 '21세기형 신사회주의'의 기본골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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