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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아프리카 '시선교차운동' 아시나요?

김영길의 '남미리포트'<217>양대륙 경제·문화통합 추진

언어장벽과 대서양이라는 거리를 뛰어 넘어 중남미 국가들과 아프리카대륙 국가들이 외교관계 개선과 상호방위를 목표로 통합을 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남미 내부의 국가들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면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통합 움직임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아직은 태동 단계에 불과하고 갈 길이 멀지만, 아프리카 대륙과 중남미 정상들이 이처럼 경제와 문화통합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상호 시선교차 운동'이라는 브라질 민간단체들의 운동에서 비롯됐다.
▲ 브라질과 아프리가 대륙의 '상호 시선교차 운동'의 공식 포스터.


브라질 판 '이산가족 찾기 운동'의 시작이 양 대륙의 통합논의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흑인인구를 가지고 있는 브라질의 민간단체들이 아프리카 대륙의 흑인들과 서신 및 사진 교환 등 문화교류운동에 나서면서, 그 영향이 양 대륙의 정치권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상호 시선교차 운동'은 2001년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개최된 세계사회포럼에서 태동했다. 당시 브라질과 미국의 대표단을 이끈 주체는 흑인 여성들이었고, 상당수의 중남미국가 대표들은 토착 원주민들이었다.

이 곳에 모인 브라질 흑인출신 사진기자단은 "우리의 뿌리 찾기 운동을 벌여보자"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우선 양 대륙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족사진과 서신왕래 프로그램을 마련해 형제의 정을 나누도록 주선했다.

그 이후 양 대륙의 학생들은 사진과 카드, 그림, 비디오, 장난감, 전통악기, 조각작품 등을 교환하며, 대륙은 다르지만 서로가 같은 문화적인 배경을 가진 형제라는 공감대를 키워가고 있다.

현재 이 운동에는 브라질 일부 언론사들과 MST(토지 없는 브라질농부들의 땅 갖기 운동본부)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브라질을 잇는 '상호 시선교차' 운동은 이에 그치지 않고, 내년부터는 양 대륙 학생들의 교환방문 프로그램도 실행할 계획이다.

이 운동에 대해 브라질 인류학자들은 "아프리카라는 뿌리가 없었다면 오늘날 브라질이 존재했겠느냐"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브라질과 아프리카 사이에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가 활발해지자 룰라 정부는 아프리카주재 공관을 대폭 늘리고 통상협력 증진과 정기항공노선 개설, 해상운송 확대 등도 추진 중이다.

룰라 대통령은 집권 4년 동안 6차례에 거처 나이지리아와 가나 등 아프리카 전체 국가를 방문하는 등 남-남 협력에 심혈을 기울여 왔으며, 앞으로도 민간 차원의 문화교류 운동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또한 이 운동은 아이티까지 확대되어 브라질-아이티의 아프리카 후손들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교류의 장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양 대륙의 정치권도 아프리카-중남미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등 정치와 경제, 문화, 예술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브라질의 흑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절반인 9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17세기 브라질과 아프리카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노예매매라는 비극을 통해 이산가족이 대량 발생했다.

잔인한 유럽의 노예매매상들에게 들짐승처럼 붙잡힌 아프리카 부족의 젊은이들은 유럽의 식민지였던 신천지 개발에 동원되는 상품으로 전락해 350년간을 노예로 살아 왔다.
▲ 제1회 중남미-아프리카 정상회담 공식로고.

'상호 시선교차 운동' 본부의 한 관계자는 "양 대륙 학생들의 문화교류를 통해 느끼는 분명한 사실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브라질-아프리카인들의 문화적 정체성은 동일하다는 것"이라면서 "짐승처럼 내몰려 노예선을 타고 대서양을 건너는 참담한 여행과 수백 년간의 노예생활, 그들이 믿었던 토속 신앙을 버리고 신 종교 (주인의 신 혹은 외국종교)를 강요받으면서도, 문화적인 유산과 정체성은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흑인들의 뿌리와 열매는 대서양과 수백 년의 시공간적인 간격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현지 역사학자들은 "중남미 토착 원주민 부족들과 국가들이 황금을 찾아 헤매는 유럽 정복자들에게 도륙되어 멸망했듯이, 아프리카 부족들 역시 젊은이들이 대거 노예상들에게 잡혀가 그들만의 삶을 누릴 기회를 잃어버리고 어렵게 살아 남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어 "무차별한 노예사냥으로 부족간 상호 경쟁체제나 화친관계가 무너져 대다수 부족들이 힘을 잃고 대학살을 당하는 등 인력착취로 고통을 받았다"면서 "아프리카와 중남미 대륙은 동일한 비극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제국주의자들이 남아메리카 대륙이라는 식민지 개발을 위해 노예인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만의 브라질 거주 아프리카대륙 흑인들의 이산가족 찾기 운동은 한국적인 관점에선 다소 추상적인 면도 없지 않다. 서로가 헤어진 지 4세기가 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서처럼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등의 노래가 유행되거나 빛 바랜 옛날 사진을 보며 서로를 확인하는 눈물겨운 해후 장면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혹시 이 사람이 우리의 먼 친척은 아니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교류하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훨신 크다.
▲ 브라질과 아프리카 대륙의 흑인들이 상호 교류운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땅 찾기운동과 양 대륙흑인들의 문화교류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MST(토지 없는 브라질 농부들의 땅갖기 운동본부)월간지 표지.

하지만 이 '상호 시선교차운동'이 양 대륙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정치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크게 주목된다. 지난 11월 29~30일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개최된 제1회 중남미-아프리카 정상회담에는 6개국의 중남미 국가, 그리고 10개국의 아프리카 정상들이 참가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유엔의 민주화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대륙 별로 안배해 아프리카 대륙의 평화정착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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