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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는 목숨을 건다. 우리에겐 그런 리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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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보수는 목숨을 건다. 우리에겐 그런 리더가 있나?"

[고성국의 정치in] 민주당 최문순 의원

최문순 의원은 시골 농사꾼 같은 인상이었다. 의원회관을 찾은 우리를 "여기까지 오시고…"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나 수더분한 인상과 달리 최 의원은 단어 사용에 빈틈이 없었고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천안함 조사 결과는 '잠정 결론'…내부 모순과 앞뒤 모순 투성이"

"국회 천안함 사태 진상 조사 특위활동이 끝났다. 그런데 여전히 천안함 사태에 대한 정부 조사를 못 믿겠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최 의원도 천안함 사태 진상조사특위 위원이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자기들이 제시한 증거와 정 반대의 결론을 내고서는 '그게 맞다'고 우기는 형국이다. 며칠 전 58명 생존 장병의 진술서를 공개했는데 장병들은 전부 물기둥, 섬광, 화약 냄새가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조단은) 북한이 어뢰를 쐈고, (진술들이) 폭발의 증거라고 한다. 이런 식의 모순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료로 제출했다."

▲ 민주당 최문순 의원 ⓒ프레시안(여정민)

"그런 사례가 더 있나?"
"내부 모순이 많다. 흡착물이 폭발에 의한 것이라고 내놓은 자료가 오히려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다. 물기둥이 없었는데, 버블제트라고 한다.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 예컨대 스크류가 안쪽으로 휜 현상이 있다. 데이터와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다. 어뢰에 쓰인 숫자 '1번'을 결정적인 증거라고 내놓았다. 생각해 보자. 범죄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이 증거가 되는 이유는 변하지 않고, 특정한 지문은 한 사람밖에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1번' 글자가 '지문'과 같은 성질인가? 이런 식으로 결론 내고 정치, 군사, 외교적 조치를 막 취해버리니까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신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군 관계자들을 자주 대면했을 텐데, 군의 입장이나 태도는 어땠나?"
"돌이켜보면 군이 정치적으로 휘둘렸다는 느낌이다. 첫 단계에서 군은 내부적으로 '북한의 소행'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청와대나 국방부 등에서 '그렇게 가면 위험하다'고 눌렀다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4월 말, 5월 초에 다시 바뀌어서 북한의 소행으로 가버린 것 같다. 내부에서 진행된 일이 진실과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믿을 수 있나?"
"대체로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는 사고의 '실체'보다 사고 후 군의 '조치' 문제에 집중한 것이다. 그래서 사건 전체의 본질에 접근하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됐다고 생각한다."
"최 의원이 납득하기 어려운 몇 가지 사례를 말했다. 최근까지도 많은 국민들이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그것을 참여연대가 정리해서 유엔 안보리에 서한을 보냈는데, 보수 쪽에서는 이것을 이적행위로 규정했다. 어떻게 보나?"
"참여연대가 보낸 서한 내용은 국회에서도 문제 제기가 된 것이다. 현재 천안함과 관련된 모든 것은 잠정적인 상태다. 첫째, 민군합동조사단 발표부터 중간 발표다. 감사원 발표도 중간발표다. 국회 특위도 '진상조사특위'다. 참여연대가 서한을 보낼 당시에는 진상조사특위가 진행 중이었다. 모든 것이 잠정적인 단계였으니까 최종 결론이 난 다음에 안보 얘기를 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중간 단계에서 외교적 조치를 마구 취했다. (참여연대의 서한 발송은) 시민단체로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조치였다."

"천안함 문제 다루며 한미 이해관계가 조금씩 왜곡되는 느낌"

인터뷰를 한 월요일의 톱뉴스는 단연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최 의원은 사실 관계가 확실치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고 전제하면서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 4월 말, 5월 초를 넘어가면서 '북한이 한 것이 분명하다'는 쪽으로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 그 비슷한 시점에 주미한국대사관에서 미국 내 한국 문제 전문가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었는데, 의구심이 있다." ⓒ프레시안(여정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나?"

"한미FTA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에 체결이 끝나고 양쪽 의회의 비준이 남아있는데 다시 재협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 측은 재협상이 아니라 추가 협상이라고 하는데?"
"당초 협상됐던 내용 외에 다른 것들에 대해 따로 협상을 하게 된다면 그게 재협상이다. '추가 협상'이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이고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문제도 그렇고 자동차 협상 부분도 그렇고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유가 뭘까?"
"민감한 문제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기는 한데…."
"부담 없이 말해 달라."
"한미 관계가 천안함 문제를 다루면서 양자의 이해가 조금씩 왜곡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걱정이 된다. 전문가들도 상당히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천안함 문제가 어떤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
"전작권 문제와 한미FTA를 '빅딜했다'는 의혹도 나오는데?"
"그것은 잘 모르는 분야다. 그런데 천안함 문제를 다루면서 어떤 변곡점이 있었다고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미국이 천안함 문제는 북한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4월 말, 5월 초를 넘어가면서 '북한이 한 것이 분명하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그 비슷한 시점에 주미한국대사관에서 미국 내 한국 문제 전문가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었다. 그 여론조사 질문에는 요즘 나오는 얘기들, 전작권 문제, 쇠고기 문제, 자동차 문제 등을 양보하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여론조사 시기는 5월20일 민군합동조사단 발표 이전이었는데, 그 때 이미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한 것을 가정하는 듯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이런 주변 정황으로 봤을 때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되지 않았나 하는 심증을 갖고 있다."

"쇠고기 문제는 30개월령 기준을 풀자는 게 미국의 주장인 것 같다."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 자동차 문제도 그렇다. 이 문제는 촛불 집회 당시 국민의 분노를 넘어서는 결정을 하는 셈이 되는데, 신중하게 해줄 것을 요구해야 할 것 같다."
"만약 촛불이 다시 나온다면 정국 상황이 매우 어렵게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 국민들의 밥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했던 것인데, 다시 그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굉장히 부담되는 사안이다."

"MB의 CEO형 사고방식…언론을 '정권 홍보실'로 생각해"

6.2지방선거를 통해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라고 '명령'했다. 그 후 한 달. 최근 들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6.2지방선거 민심을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늘고 있다. 이런 중에 '전작권 전환 연기', 'FTA 추가 협상' 결정이 나왔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제대로 이 문제를 공유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 문제라는 게 극비리에 처리해야 할 사안도 있긴 하지만, 뭔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다. 대통령과 여권은 6.2지방선거 민심을 정말 어떻게 읽고 있는 것일까? 최 의원은 "애초에 이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 근거는 뭘까?

"지방선거에서 야당들이 이겼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 이 정권의 성격, 이명박 대통령의 성격이 사기업형 독주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국정)을 일종의 사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업은 한 번 시작되면 웬만해선 중단을 할 수 없다. 4대강 사업, 언론 악법, 새롭게 등장한 외교 문제, 세종시 문제 등이 다 그렇다. 가다가 중단하는 일이 있으면 그만큼 손해가 발생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CEO의 사고방식이고 특징이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저도 CEO를 해봤기 때문에(MBC 사장) 얘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드라마를 반을 만들어 놓았다가 접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식의 '사기업형 독주'로 국가를 운영 하고 있다."
▲ "사기업 CEO들의 특징 중 하나가, 언론을 홍보실로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 사업을 해 나가기 위해 널리 알리고 상대편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지, 비판하거나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 ⓒ프레시안(여정민)
"안되면 돌아서라도 가지 중단하지는 않는다? 세종시 문제도 그렇기 때문에 본회의까지 갔다?"

"그렇다. 세종시는 그나마 아직 큰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세울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어떻게든 밀어붙인다?"
"그렇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환경관련 의견을 수렴하겠다, 단체장들의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은 그냥 레토릭인가?"
"설득의 수단으로 생각할 것이다. 사기업 CEO들의 특징 중 하나가, 언론을 홍보실로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 사업을 해 나가기 위해 널리 알리고 상대편을 설득하기 위한 것으로 보지, 비판하거나 견제하거나 감시하는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
"언론을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설득하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렇다. (나쁜 여론과 같은) 걸림돌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CEO는 대개 그렇게 생각하나?"
"그렇다. 나도(MBC 사장을 지낼 때) 그렇게 되더라."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홍보의 유력한 수단이 KBS, MBC가 될 것 같은데?"
"그렇다. 그래서 정권의 홍보실장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을 사장에 선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KBS, MBC가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나?"
"상당히 부응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서 언론은 어땠나?"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거의 기성 언론들에게 기대지 않고 치렀다. 다행히 새로운 매체들, 인터넷 매체들이 대안 노릇을 충분히 해 줬었다. 특히 트위터라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해서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의 대립으로 보이기도 했다. (새로운 매체, 트위터 등) 그나마 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법 때문에 의원직 사퇴를 했고, 농성도 했다. 미디어법은 지금 어떻게 돼 있나?"
"미디어법이 발효가 돼 현재 뉴스를 하고 드라마 예능을 하는 방송사 즉 '종합편성채널(종편)'을 허가하는 직전에 와 있다. 8월까지 기본 계획을 만들고, 그에 따라 연말까지 방송사를 허가하는 단계에 와 있다. 민주당은 허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기들도 딜레마에 빠져있다. (종편을) 보수 신문에게 주기로 하고 지방선거 협조를 받아왔는데, 현재 5개 회사가 요청하고 있다.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하고 <매일경제>, <한국경제>다. 이 중에 몇 개를 주고 몇 개를 안줄 것이냐. 이게 딜레마다. 시장에 밝은 실무자들은 하나만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이 작으니까. 그런데 그 중에 누구한테만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세 개만 줄까, 다섯 개를 다 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 개 주면 다 망한다. 세 개 줘도 망한다. 살아남기 힘들다. 자기들 내부에서도 굉장히 고민을 하고 있고 그 고민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야당의 반대에 밀려 허가를 못한다고 하면서 미루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나?"
"그것도 방법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허가를 반대하고 있다. 최근 문방위에서 몇 개를 허가할 것이냐고 계속 추궁했고, 허가를 하지 않는 것도 경우의 수에 포함돼 있느냐고 물었더니 최시중 위원장도 '그렇다'고 답변을 했다."

민주당 '당풍'은 수직적, 동원적, 폐쇄적…한나라와 다를 게 뭔가"

화제를 민주당으로 돌렸다. 민주당은 어찌됐든 어려운 상황에서 제 1 야당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여전히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나 진보진영은 "이 상태의 민주당으로 2년 후 총선, 대선 승리가 가능할까"하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 대해 어떤 얘기들을 듣고 있나?"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숫자도 적고 나름대로 쫓아다니고, 열심히 하는 것은 다 아는데,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뭘 한 가지를 하더라도 끝까지 하는, 그런 진정성을 보여 달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실제로 언론 악법, 4대강, 세종시 문제 등 이명박 정부가 자의적으로 강행 해 온 일들에 대해 단 한 번도 실질적으로 막은 적이 없지 않나. 제가 관찰자 입장에서 '이 분들(민주당)이 도대체 왜 이런가'하고 들여다보며 생각한 게 있다. 첫째 패배주의가 진하게 깔려 있다.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정책을 내 놓아도 자신이 없고, 한나라당과 싸울 때도 자신이 없다. 또 하나는 여권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여당생활을 10년 밖에 안했지만, 그 때 몸에 많이 밴 게 있는 것 같다. 빨리 밑으로 내려와야 하는데 쉽지가 않은 것이다."
"대중과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뭐가 바뀌어야 할까?"
"글쎄…. 저는 작년, 재작년에 정치를 처음 접했다. 처음으로 민주당 전당대회에 갔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 200여 명의 지역위원장들이 자기 사람들을 단속하는데, 옛날에 전두환이 통일주체 국민회의를 연 것과 풍경이 비슷하더라. 체육관, 버스, 동원, 일방적인 연설과 세레모니, 당선되면 '빰빠밤'하고 팡파르 울리고 흩어져서 가는 것까지.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는 말도 있지 않나. 젊은 사람들이 없고, 문화도 없고, 수직형, 동원형, 폐쇄형으로 돼 있더라. 그 점에서는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다를 게 없다. 국민참여당이 우리하고 이념이 같으면서도 같이 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런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저는 그게 이해가 된다. 개인적으로 행사를 가도 국민참여당에 가 있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웃음) 저 쪽은 젊은 사람들이 노는 분위기라 재미있고, 여기에는 동원돼 있는 분위기고 그렇다.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당이 쪼개지는 큰 차이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당에서 보면 '국민참여당을 칭찬하고 민주당을 깎아내리는'해당행위라고 하겠다.(웃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얘기를 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민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그런 것을 깨야 한다."
"'대선체제' 전까지는 관리형 집단지도체제가 맞다"

"민주당은 6.2지방선거 직후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지 '민주당의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는 입장이었는데 최근에는 '민주당의 승리를 폄하하지 말라'고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한 달도 안 돼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드는데 민주당 분위기가 그 사이에 그렇게 많이 바뀌었나?"
"전당대회 준비를 하면서, 갈등이 노출되면서 그렇게 가는 것 같다."
"주류, 비주류가 그 정도로 강하게 부딪치고 있나?"
"밖에서 보는 것보다 계파 같은 것이 뚜렷하지 않다. 내가 어느 계에 속하느냐, 이렇게 구분을 할 수가 없다. 한 계파가 네댓 명씩밖에 안 된다. 그래서 저는 한나라당이 부럽다고 할까(웃음). 저기는 박근혜 계가 뚜렷해 한명이 어디로 가면 우르르 가지 않나."
"역설인 것 같다. 계파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은 좋은 것 아닌가?"
"문제는 계파는 뚜렷하지 않은데, 전당대회는 (계파적) 그런 성격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당의 체질, 의사결정 주체, 방식, 내용, 당원은 어떻게 충원할 것이고 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 내용은 진보 좌파냐 중도 우파냐 이런 것을 결정하는 대회로 가야 하는데, 그런 내용보다는 사람간의 대결로, 인물간의 대결로 비쳐져서 조금 왜소해 보인다고 할까? 그런 점에서 걱정이 된다."

▲ "내용은 진보 좌파냐 중도 우파냐 이런 것을 결정하는 대회로 가야 하는데, 그런 내용보다는 사람간의 대결로, 인물간의 대결로 비쳐져서 조금 왜소해 보인다고 할까? 그런 점에서 걱정이 된다." ⓒ프레시안(여정민)

"최 의원은 이른바 '비주류'다. '비주류'가 주장하는 게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권 대권 분리 조항을 넣고, 대표도 관리형으로 가야 한다는 것 같은데 당헌당규 개정을 하고 나서 전당대회를 하는 게 가능한가?"
"그렇게 가야 한다. 지금 상황으로 가면 (대표가) 강력한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규정과 실질적인 힘을 가진 사람 간의 괴리가 있게 된다. 현 상황에서 누가 대표가 되든지, 권한은 갖겠지만 실질적인 힘이 없게 된다. 그래서 누가 되든 그 분이 다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민주당 전체로 보면 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집단지도체제로, 관리형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1년 후 대선체제로 가서 경쟁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모르겠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정치 노선을 둘러싼 토론이 본격적으로 진행 될까?"
"그렇게 돼야 한다. 각 인물들이 자기의 노선을 풍부하게 하고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다."

"민주당의 노선은 어때야 하나?"
"좌파가 스스로 좌파라고 주장하지 못하는 한 그런(좌파의) 세상이 오지는 않는다. 스스로 좌파라고 당당히 얘기해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고 정권을 창출해야지 언제까지 우파 옆에 붙어서 정치를 하나. 저 쪽이 보수가 되면 이쪽은 진보를 분명히 하고, 저쪽에서 우파라고 하면 이쪽에서는 좌파라고 분명히 하고, 저쪽에서 전쟁을 얘기하면 이쪽에서는 평화를 얘기하고, 저쪽에서 개발을 얘기하면 이쪽에서는 환경을 얘기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과 인물이 나오는 것이다. 왜 그게 안 되는지 생각해봤는데, 권력을 목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권력을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젊은 세대들의 진출이 눈부셨다. 안희정, 이광재, 송영길, 그리고 범야권으로 보면 김두관이 있다. 여야 모두 세대교체가 화두인데, 어떻게 보나?"
"많이 돼야 한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잘 준비해서 2년 후, 3년 후를 준비해야 한다."
"민주당에 그런 시스템이 있나?"
"없다. 그래서 몇 십 명의 정치 엘리트를 지금부터 교육하고 훈련하고 길러내는 시스템이 준비돼야 한다. 그게 없으면 선거 때마다 매번 김제동을 불러오니, 손석희를 불러오니 하게 된다. 창피한 일이다. 우리 정당이 인재 양성 시스템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됐다. 개인적으로라도 그 일을 해 볼 생각이다. 저보다 훨씬 젊고 유능한 분들이 많으니까 그 분들을 네트워킹 해서, 그런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김문수 지사와 인터뷰에서도 최 의원과 비슷한 얘기가 나왔었다. 김 지사는 "중국 공산당의 경우 세대교체를 위한 시스템이 있는데, 한나라당은 그 점에 있어서 많이 모자란다"고 했었다. '세대교체'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사정이 비슷한 것 같았다.

"민주, 이번 기회에 '패배주의' 벗고 진짜 '군단'을 꾸렸으면 좋겠다"

▲ "밖에서 민주당을 볼 때는 '왜 그럴까'하는 게 있겠지만 혼나고 얻어맞은 사람들의 콤플렉스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들이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런 '용서'의 의미도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여정민)
"정세균 대표가 당 대표에 다시 도전할 것 같은데."

"정 대표가 도전할지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당 내에 DJ와 같은 강력한 리더가 없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몇 분이 있는데, 그 분들이 다 보존되면서 경쟁하는 식으로 가는 게 좋다고 본다."

정 대표의 당권 도전을 '만류'하는 것처럼 들렸다.

"손학규 전 대표는 복귀를 한 것인가?"
"어정쩡하게 생각하실 것 같다.(웃음)"
"왜 그런 어정쩡한 행보를 할까?"
"손 전 대표는 민주당에 짙게 남아 있는 패배주의, 총선, 대선에서의 큰 참패, 이것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차원에서 칩거하고 있다. 일견 타당성이 있다. 밖에서 볼 때는 '왜 그럴까'하는 게 있겠지만 혼나고 얻어맞은 사람들의 콤플렉스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들이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런 '용서'의 의미도 있다고 본다."
"정동영 의원의 당권 도전 얘기도 있던데, 정 의원도 '용서' 받았다고 보나?"
"집단 지도체제가 채택이 된다면, 다들 나와서 진짜 '군단'을 꾸렸으면 좋겠고, 그렇지 않고 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면 관리형인 사람이 좋지 않겠나. 그래서 대선까지 공정하고 투명하게 대선주자를 관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대선 주자로 뛸 사람은 지금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보나?"
"그렇다."
"2012년이 되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김문수 지사, 정몽준 대표 등 굵직한 여권 인사 중에 한 사람이 대권 후보가 될 것 같은데, 결국 민주당에서도 정세균, 손학규,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중에서 누군가가 주자가 되지 않겠나. 이 대결은 어떻게 보나?"
"지금은 우리 쪽이 굉장히 약해 보인다. 왜 약해보이는가. 저쪽 분들은 자기네들의 이념을 실현하는데, 그것이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이고, 여론의 지지를 못받더라도 거의 목숨을 건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서도 목숨을 걸었다고 보는데, 우리 쪽의 리더들 중에는 목숨을 거는 사람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이다. 우리 쪽에서도 이명박 정부에 대해 목숨을 걸만한 사람들, 진정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

"미디어법 투쟁에서 의원직 사퇴 번복, 죄송하다."

"최 의원은 누구를 지지하나. 공개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나?(웃음)"
"(웃음)아직 '선수'들이 결정이 안 됐다. 저는 개인적으로 천정배 의원과 가까운 편이다."
"미디어법 투쟁을 같이 해서 그런건가?"
"그 전에는 특별한 인연은 없고, 투쟁을 하다 보니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웃음)"
"미디어법으로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세 사람이 의원직 사퇴를 했다. 그런데 다시 돌아왔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진정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어땠나?"
"엄청 창피했다.(웃음) 앞으로도 두고두고 욕을 먹을 것인데 일종의 정치적 실패라고 할까, 정치인이 한번 결정하면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바꾸지 말아야 일관성, 진정성이 있는데, 그것을 잘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욕먹어도 싸다고 생각하고 있다.(웃음)"
"천정배 의원은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섰던 중진 의원이다. 법무부장관도 지냈다. 그런 사람이 의원직 사퇴서를 내고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도 했다. 그러다 의원직에 복귀했는데, 천 의원은 어떤 소회를 갖고 있던가?"

"천 의원도 정치적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데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 "엄청 창피했다.(웃음) 앞으로도 두고두고 욕을 먹을 것인데 일종의 정치적 실패라고 할까, 정치인이 한번 결정하면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바꾸지 말아야 일관성, 진정성이 있는데, 그것을 잘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욕먹어도 싸다고 생각하고 있다." ⓒ프레시안(여정민)

"창피하다?"
"(웃음)목적을 달성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세 의원이 복귀하자 당 내 의원들은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어떻게?"
"정치에서 진정성이라는 것이 헌신하고 희생해 달라는 국민들의 요청에 부응하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부는 저렇게 모든 것을 다 걸고 자신들의 목적을 이뤄 가는데, 이쪽에서는 누릴 것 다 누리고 헌신하고 희생하지 않는다고 보이는데, 그나마 보이는 것 같다가 도로 걷어 들이니까, 실망을 줬다고 할까?"
"의원직 사퇴 얘기는 더 이상 안 하고 싶나?"
"좋진 않지만, 명백히 사과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11시에 시작한 인터뷰가 12시 반 쯤 끝났다. 최 의원은 밥 때가 됐으니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의원회관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그날따라 식당이 붐볐고 우리는 30분을 넘게 기다린 끝에 동태찌개백반으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늦어 미안하다는 식당 직원들에게 최 의원은 '바쁜 거 보니 장사가 잘되는 것 같다'며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인사했다. 최 의원은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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