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입니다. 이번 8호는 '임기 중반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대북정책: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4편의 글이 실렸습니다. 7월 첫째 주 동안 매일 1편씩 소개됩니다.
1972년 설립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북한·통일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 제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최고의 민간 연구기관입니다. <편집자>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정책은, 이상의 세계에서는 가능할지 모르나 현실의 세계에서는 매우 힘들다.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이는 예외적이다. 국가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개인,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은 더욱 그러하다. 북한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이중적이다. 한편으로는 동포라는 인식을, 한편으로는 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이라는 대상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반된 사고가 존재한다. 잘 타일러야 한다는 생각도 있는가 하면 따끔하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 두 가지 가운데 어떤 것에 무게를 둘 것인가 하는 것은 집단과 조직에 따라 다를 수 있고, 특정 개인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북정책을 평가함에 있어서 객관성을 담보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평가 결과를 둘러싸고 이러쿵 저러쿵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하고 폭넓은 관점을 가지고 평가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 또한 있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편익과 비용을 동시에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단기적 관점과 중장기적 관점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경우 특정 정책을 놓고 보았을 때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평가결과와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평가결과가 상충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일관된 대북원칙 높이 사야
이명박 정부의 대북경협정책에 대해 성과를 강조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리 정부가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는 것이 최대의 성과이다. 북한이 대남 강경정책을 폈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했으며, 특히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일관된 대북원칙을 견지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개성공단사업의 경우, 북측이 임금, 토지임대료 등에 대해 기존 합의를 파기하며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우리 정부는 국제규범 확립, 경제원리 추구, 미래지향적 발전 등 '개성공단 발전 3원칙'에 따라 북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금강산관광사업도 관광재개에 대한 안팎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 신변안전보장 등 3대 선결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관광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켜 내었다. 게다가 천안함 침몰이라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해 대북 교역 중단, 신규투자 불허, 방북 불허 등과 같이 북한에 대해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남한은 북한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게 되었으며, 북한에 대해 할 말은 다 하는 당당함을 보여주고 있고, 북한이 남한에 대해 협박을 하고 생떼를 쓰는 종전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특히 북한에 대해 도발에는 분명한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한편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지난 10년간의 정책적 오류로 인해 남북관계가 잘못되어 있던 것을 이제야 바로잡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정상화되는 과정에 들어서게 되었다.
남북경협 위기의 도래
반면 이명박 정부 대북경협정책의 문제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남북관계의 후퇴, 남북경협의 위기를 가장 먼저 내세운다. 지난 10년간 대화와 화해협력정책을 통해 남과 북이 힘들게 신뢰를 쌓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간의 대치, 대립으로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남북관계는 냉전 시대로 회귀했다는 점에 대해 개탄해마지 않는다.
이들은 남북경협의 위기적 상황을 지적한다. 2008년 남북교역액은 18억 2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1.2% 증가에 그쳤다. 2007년에 전년대비 33% 증가세를 보인 것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009년에는 아예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남북교역액은 16억 7천 9백만 달러로 전년 대비 7.8%의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 일반 물자 교역은 2억 5천 6백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무려 35.8%나 감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게다가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경협은 사실상 궤멸된 상태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5월 24일, 천안함 사고 원인 결과 발표 직후 북한에 대해 교역 및 교류 중단을 선언했다. 직접적으로는 단순물자교역과 대북 위탁가공교역이 중단되었다. 아울러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사건 직후 중단되었던 금강산 관광사업, 그리고 2008년 12월부터 중단되었던 개성관광사업의 재개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제 남북경협에서 남은 것은 개성공단뿐이다. 하지만 그 개성공단조차 위기적 상황에 놓여 있다. 아차하면 공단이 폐쇄될지도 모르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남북경협의 현장에서 뛰는 당사자들, 즉 민간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아산은 2년 가까이 관광사업이 중단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지난 2008년 12월부터 2009년 8월까지 북측의 통행제한·차단 등 압박조치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가 2009년 9월부터 사태가 호전되어 한숨을 돌렸으나, 천안함 사고 이후 공단의 폐쇄 가능성이 또다시 거론되면서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바이어들의 이탈 및 주문감소로 생산이 위축되는가 하면 금융권의 대출금 상환 요구 등에 시달리고 있다.
평양 및 내륙지역에서의 위탁가공 사업도, 지난해부터 우리 정부가 방북 제한 조치를 취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는데 이번의 5·24 조치로 아예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면서 기업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대북사업이라는 게 남북관계, 남북한당국의 정책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최근 2년간의 경험은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이른바 부정적 학습효과가 크다. 물론 천안함 사건이라는 돌발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남측이든 북측이든 당국의 정책이 롤러코스터식으로 춤추다보니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사업당사자인 기업임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들은 앞으로 대북사업, 특히 대북 투자에는 아주 '몸을 사리게' 될 것이다. 중기적인 관점에서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된다고 해도 민간기업이 종전과 다름없이 행동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앞으로 경협의 여건이 좋아진다고 한들 막상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할 선수가 없다면 시쳇말로 '꽝'이다.
▲ 천안함 관련 대북조치가 발표되고 개성공단이 위기에 처하자,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즉각 모여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대북조치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개성공단은 무사히 운영되고 있지만 관련자들은 나날이 속 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
북중경협의 명과 암
한편 남북이 소원해지면서 남북경협이 침체의 늪에 빠진 반면 북한과 중국은 더욱 밀착, 북중경협은 확대 일로를 걷고 있다. 2008년에 중국은, 남북교역을 제외하면 북한의 전체 대외무역의 73%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투자의 경우, 2008년 북한에 대한 총투자액의 90%가 중국자본이었다고 한다.
특히 중국자본은 대북 투자의 70%를 지하자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 지난 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보고서는 "현재 중국은 북한의 20여 개 탄광과 몰리브덴, 인광석 등 희귀금속 개발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전방위 경제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올 초 북한의 외자유치 창구로 지정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이 외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중국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물론 북중경협 확대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대외개방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리고 북중경협이 남북경협과 대체·경쟁의 관계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아울러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방문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듯이 북중경협이 급속히 확대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북한과 중국의 경협은 확대·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한반도 통일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원칙 견지'의 성패는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경협정책은 원칙의 견지를 통해 북한의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이에 따라 남북관계, 남북경협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초석을 놓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남북당국간의 신뢰 상실, 남북경협의 사실상의 붕괴, 특히 민간기업들의 피해 및 이들의 대북사업에 대한 의욕 상실, 나아가 북중경협 확대라는 비용을 치렀다고 볼 수도 있다.
대북 교역과 교류 중단을 선언한 5·24 조치는 국가 안보가 남북 교류협력보다 훨씬 중요하게 된 시대적 상황에 따른 적절하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주로 단기적 관점에서의 평가이다. 반면 대북 제재 차원에서 남북경협의 기반을 사실상의 궤멸상태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지나친 조치이며, 특히 다소 시일이 소요되더라도 언젠가는 남북관계가 복원될 것인데 이 경우 복원을 위한 비용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을 수 있다. 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평가이다.
물론 이렇게 다양한 측면과 요소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얼마만한 가중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플러스 마이너스를 다 따진 합계, 즉 전체적인 평가는 상이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관점, 철학, 때로는 당파적 입장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다만 여기서는 성과와 비용, 즉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다 함께 시야에 넣고, 아울러 단기적 관점과 중장기적 관점을 동시에 견지해야만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 원제 : 이명박 정부의 대북경협정책에 대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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