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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 끝내 거부한 룰라, 재선은 '떼어 놓은 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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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 끝내 거부한 룰라, 재선은 '떼어 놓은 당상'?

김영길의 '남미리포트'<200> 제2 멕시코 대선 되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28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에 끝내 불참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달 중순 집권당 인사들이 야당 정치인들의 비리의혹을 조작하려 했다는 '집권당 음모론'이 터져나온 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세를 거듭하자 파문 확산을 막기 위해 TV 출연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궁에서 대선캠프 참모회의를 가진 룰라 대통령은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1차투표 당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결국 토론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토론 이전에도 룰라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율 차이로 야권후보들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자신에게 공세가 집중돼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TV토론 프로그램 출연을 거부해 왔다.

이에 따라 룰라 대통령은 지난 7월 초 대선후보 등록과 함께 시작한 대선유세 기간에 단 한 차례도 TV 토론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선거를 치르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브라질 최대 방송사인 <글로보TV>가 주관한 이날 토론 프로그램은 룰라 대통령의 불참에 따라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의 제랄도 알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와 사회주의자유당(PSOL)의 엘로이자 엘레나 상원의원, 민주노동당(PDT)의 크리스토방 부아르케 상원의원 등 3명만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룰라 대통령은 TV 토론에 나서지 않는 대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한 상파울루 주 상 베르나르도 도 캄포 시에서 대중유세를 벌였다.

룰라 대통령이 왜 끝내 TV토론을 거부했는지, 브라질 대선의 최종 결과과 향후 정국은 어떻게 전개될지, 김영길 <프레시안> 기획위원이 현지에서 자세한 소식을 전해 왔다.<편집자>


야권, '브라질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반발

브라질 대선(10월1일)을 앞두고 브라질 정계가 요동치고 있다.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뇌물사건 등 집권당의 각종 비리 추문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결과 룰라의 재선이 사실상 굳어졌으나, 브라질 대선도 지난 7월 치러진 멕시코 대선의 재판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야권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장외투쟁에 나설 경우 브라질 정국이 극도로 혼미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끝없이 터져 나오는 집권 노동당의 각종 비리를 룰라는 정말 몰랐을까. 브라질의 유력 시사주간지 <VEJA>의 최근호 표지. <Veja>

야권이 이처럼 반발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룰라 대통령의 측근들이 야권의 비리가 담겼다는 문서를 거액을 들여 매입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 때문이다.

야권에 따르면 집권 노동당 선거본부는 최근 야당인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의 대권후보와 상파울루 주지사 후보가 상파울루 주정부 구급차 운용 및 보건복지관련 사업권을 놓고 거액의 커미션을 챙긴 증거를 확보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평소 노동당 계열로 분류됐던 기업인과 법조인으로 구성된 제보자들은 야권 지도자들의 비리사실을 담은 문건과 사진, 동영상 등을 확보했는데, 룰라 대선캠프에 이 자료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170만 헤알(약 77만 달러)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제보는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룰라의 대선본부 지도부가 일종의 사기사건에 놀아난 꼴이 된 것이다.

사회민주당은 이를 야당의 비리를 조작하려는 '브라질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차제에 브라질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뿌리뽑고 룰라와 노동당을 정치권에서 완전히 매장시키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야권의 공세에 밀린 브라질 법원은 이 사건에 연루된 룰라 대통령의 측근 6명을 소환할 것을 결정했다. 신원이 확실하고 현행범이 아닌 유권자의 경우 대선기간 동안에는 체포, 구금할 수 없다는 법 조항에 따라 실제 소환은 대선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사법부의 이번 결정은 전례 없이 신속하게 이뤄졌으며, 야권의 반발을 수용하면서도 이번 사건이 룰라의 재선가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묘수로 평가받고 있다.

현지 정치분석가들도 대체로 이번 사건이 야당의 거센 반격과 언론들의 집요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룰라의 재선가도에는 특별한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라질 야당들은 룰라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사전에 인지했거나 동조했을 것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지만, 룰라 대통령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최근 상파울루에서 가진 유세에서 룰라 대통령은 1차 투표에서 재선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이 이처럼 자신하는 이유는 보수언론들과 야당이 도덕성을 공격하고 나서도, 그를 지지해 온 서민들 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룰라, 1차투표에서 재선 가능성 높아

현지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의 지지도가 이번 사건의 파장으로 50% 아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대선 당일 실제 유효표만을 계산할 경우 54% 정도의 득표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룰라 대통령이 50% 미만의 득표를 해 결선투표까지 가더라도 룰라 대통령의 재선가도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집권당의 온갖 비리 파문 속에서도 룰라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별로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극빈자들을 위한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해 온 덕분이라는 게 브라질 정계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는 1100만 가구에게 룰라 대통령은 "역대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며 재선돼야 마땅한 대통령"으로 추앙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룰라의 확실한 지지세력이자 선거운동원들이라고 할 정도다. 집권당 비리에 관한 언론보도나 야권의 공격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룰라가 재선되어 자신들을 좀더 잘 챙겨 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산층으로 분류된 일반국민들은 룰라의 재선 여부와는 관계없이, 노동당이 역대 가장 부패한 정치집단이라는 평가 속에 룰라 대통령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은 향후 정국의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개혁 압박하는 시민단체들

또한 시민단체들은 "비리정치인들을 처벌하기 위해 사형법을 부활시키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브라질 문화와 물가 지키기 운동(MV-BRASIL)'이라는 시민단체는, 거액의 뇌물수수나 공금횡령, 조국을 배반하는 이적행위를 한 부패 정치인들에게 사형 언도를 내리게 하는 헌법개정을 위해 전국적인 운동을 벌이겠다는 선언을 했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 있는 이 단체의 사무실 입구에는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사형 언도를"이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1차 투표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룰라 대통령.<오 글로보>

이 운동은 현재 상당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운동이 지난 1993년 페르난도 멜로 전 대통령을 사임시킨 것과 같은 전국적인 규모의 국민저항 운동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룰라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여론에 부응하는 동시에 야권과 보수언론들의 공세를 견뎌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룰라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뒤에 "브라질 대통령의 재임은 끝이 좋지 않더라"는 속설을 벗어나 오는2010년까지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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