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SH공사(옛 서울시도시개발공사)가 지난 18일 공개한 은평 뉴타운 주택의 분양원가를 고의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오는 10월 분양할 예정이던 은평 뉴타운의 분양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자 지난 25일 뉴타운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늦추고 분양원가도 재검토하기로 했으나 분양원가의 세부항목만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의혹에 대해 서울시와 SH공사는 내대외적 감사를 받아야 하는 공기업의 특성상 사업비를 부풀리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경제> "분양원가 부풀려 高분양가 논란 피하려는 것"
경제일간지 <서울경제>는 27일 "SH공사가 공개한 은평 뉴타운의 분양원가에서 건축비 부분이 평당 50만 원 가량 부풀려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서울경제>는 "26일 서울경제신문이 은평 뉴타운 1지구의 도급공사비 총액 현황을 입수해 아파트 공급면적과 토목공사의 최대 비용을 감안해 산출한 결과 은평1지구의 평당 건축비(평균)는 479만 원으로 추정됐다"면서 "이는 SH공사가 공개한 평당 건축비의 원가 529만 원보다 평당 50만 원이나 낮은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SH공사가 한 건설하도급 회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은평1지구의 총 도급 공사비는 6291억 원이고 1지구의 총 건축면적은 전용면적과 공용면적을 합쳐 15만7526평(지하주차장 등 제외)이다. 이 경우 총 도급 공사비를 총 건축면적으로 나눠 산출하는 평당 도급 공사비는 399만 원이 된다.
이 도급 공사비에 토목공사비 등 추가 공사비를 합치면 실제 은평 뉴타운 아파트의 평당 공사비 원가는 최고 479만 원일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공사비는 2004년 마포 상암지구 아파트 공사비를 참고해 전체 공사비의 20% 수준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추가 공사비가 도급 공사비의 10%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당 공사비 원가는 더 떨어진다는 것이 <서울경제> 측의 설명이다.
이같은 계산에 따르면 은평 뉴타운 아파트가 당초 분양가대로 공급됐을 경우 SH공사는 15% 이상의 분양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SH공사는 지난 18일 공개한 분양원가는 분양수익률 5%를 기준으로 책정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SH공사의 관계자는 "어차피 분양을 내년으로 미뤘고 새롭게 분양가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건축비가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경제>는 "SH공사가 분양원가를 실제보다 높게 책정해 이익 부분을 축소함으로써 고분양가 논란을 피해가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또 "시민단체 등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SH공사가 분양원가 상세항목 공개를 회피한 것도 이같은 분양가 부풀리기와 관련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HS공사, 서울경제에 정정보도 요청
이같은 내용의 보도가 나가자 서울시와 HS공사는 즉각 <서울경제> 측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서울시와 HS공사는 "당초 도급계약 당시 건축면적은 (15만7526평이 아니라) 14만8321평이었으며, 도급비 총액은 (6291억 원이 아니라) 6147억 원이었다"면서 "물가 상승률, 설계비, 감리비 등 추가비용을 감안해 계상하면 도급단가는 평당 493만 원으로 산출되며, 이 도급비에 SH공사의 부대비를 가산하면 평당 건축단가는 이미 발표된 529만 원과 일치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건축면적이 원래 14만여 평이었다가 15만여 평으로 변경된 것과 관련해 서울시와 HS공사는 "건축밀도(용적률)를 조정해 분양원가 부담을 줄이고자 도급계약을 맺은 후 (세대수를 210세대만큼 늘리기로) 주택건설 사업계획을 변경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연면적이 증가한 것은 이번에 발표된 분양원가를 산출하는 데 반영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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