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취임 이후 거론한 핵심적인 사안들 중에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과 한미 FTA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도 그에 못지않은 김 의장의 핵심 정책이었다.
지난 7월 김 의장은 "열린우리당의 총선공약인 25.7평 이하 국민주택과 공공주택의 원가공개는 지키는 게 맞다"고 강한 의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서민경제특별위원회 등에서 논의가 공전되면서 열린우리당은 진전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장이 24일 최근 분양원가 공개 논란의 진원이 되고 있는 은평 뉴타운 지구를 방문했다. 구파발 은평 뉴타운 전시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 의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해 "5.31 지방선거에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긍정적으로 얘기했는데, 실현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열린우리당의 정책변화가 수반되지 않으면 부메랑으로 돌아올 발언이다.
"분양원가 공개, 자자체장이 결단해야"
김 의장은 이날 "서울시와 SH공사는 서민과 중산층은 안중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25개 뉴타운 사업이 확정돼 있고 오세훈 시장이 후보시절 뉴타운을 더 확대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서울시 전체가 부동산 투기로 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표성을 가진 서울에서 부동산 투기가 재현되면 국민경제에 재앙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또한 "뭉뚱그려서 '총 원가가 얼마다' 식으로만 발표하지 말고 (분양원가의 세부내역을) 자세하게 공개해서 의구심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지 오 시장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김 의장은 "분양원가 공개는 지자체장이 결단하면 할 수 있다"고 거듭 촉구했다.
김 의장은 이어 동석한 최창식 서울시 행정2부시장에게 "이명박 전 시장의 재직 시절에 상암지구의 수익률이 40%였는데 그보다 분양가를 높인 은평 뉴타운은 5% 수익률이라는 게 와 닿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아느냐.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할 것인가. 무엇을 궁금해하고 무엇에 불신을 가지고 있는지 아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부시장은 "은평 뉴타운 가격이 주변보다 높았다는 것이 곤혹스럽다"며 "공개된 것이 추정 통계치라 우리들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부시장은 "토지가가 가장 문제인데,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어떻게 알릴지 좀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SH공사 이철수 사장은 △토지수용 보상가가 높고 △쓰레기처리장 등 기반시설비가 많이 들었고 △중층개발로 인해 건축비가 높아졌고 △주차기준이 강화돼 주차시설 비용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與, 분양원가 공개 논쟁 불붙을까?
김 의장의 이날 발언이 단지 오세훈 시장에 대한 촉구를 넘어 열린우리당의 총선공약이자 자신의 지론인 분양원가 공개의 실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는 취임 100일을 지나며 각종 정치적, 정책적 의제에 대한 주도권 잡기에 나선 김 의장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당 내의 높은 벽을 어떻게 넘느냐가 역시 관건이다. 분양원가 공개를 의제로 다룬 서민경제위원회에서조차 김 의장과 오해진 공동의장은 분양원가 공개에 찬성했으나 채수찬 의원 등이 반대하는 등 손발이 어긋나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
당 정책위 부의장인 채수찬 의원은 "공공이 분양하든, 민간이 분양하든 원가연동제를 하고 있고, 채권입찰제를 통해 분양가를 낮추고 있다"며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현재까지는 당의 공식 입장도 이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당내 경제통들과 정부 내 경제관료들의 반대론을 극복하고 김 의장이 분양원가 공개를 실현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더욱이 이 문제는 당내 제 정파들이 철학과 정체성을 투영하고 있는 경제현안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의장은 지난 2004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이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자 한때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해보자"고 맞섰으나 결국 꼬리를 내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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