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SH공사(옛 서울시 도시개발공사)가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은평 뉴타운의 분양 원가를 공개했다. 판교 신도시에 이어 파주 운정 지구, 은평뉴타운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되자 비난 여론이 쇄도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SH공사는 분양 원가를 공개하면서 세부 항목은 밝히지 않아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면피행정'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주변 시세보다 200만~400만 원 비싼 분양가, 이유 있다"
서울시와 SH공사가 18일 공개한 분양 원가 내역에 따르면 평균 분양원가는 국민주택 규모인 34평형의 경우 평당 1151만 원이었으며, 평균 분양 가격도 원가와 동일하게 1151만 원으로 정해졌다. 주변 시세에 비해 평당 200만~400만 원 가량 높은 가격이다.
나머지 평형의 분양 원가는 41평형 1321만7000원, 53평형 1425만6000원, 65평형 1446만8000원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이들 평형의 분양 가격은 수익률 5%를 얹어 각각 1391만3000원, 1500만7000원, 1523만1000원으로 정해졌다.
허영 서울시 주택국장은 "수익률 5%는 주변 시세와의 차익, 미분양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 과도한 시세 차익으로 인한 투기 방지 등을 위해 정한 수치"라며 "추가로 분양될 은평 뉴타운에도 이런 수익률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체 분양 물량 1만5200가구 중 2066가구를 이번에 분양하는데 이 경우 분양 수익은 680억 원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분양 수익을 공공 임대주택 건설 재원 및 임대 아파트 운영 등 저소득 시민을 위한 공익사업으로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다.
허 국장은 고분양가 논란과 관련하여 "판교 신도시와 비교해도 특별히 분양가가 높지는 않다"며 "조화로운 경관을 연출하기 위해 다양한 주택 유형을 도입하고 고급 외장재를 사용하는 등 건축비가 많이 소요된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판교의 토지 보상비는 평당 111만6000원인데 비해 은평은 321만 원 수준으로 세 배 가량 높게 책정된 것에 대해서는 "은평 뉴타운 지역은 30년 전부터 이미 개발돼 있는 지역이 대부분이어서 보상가가 현저히 높은 대지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 개 항목으로 된 원가 내역, 공개하나 마나…집값 상승 부추길 것
하지만 서울시의 이런 설명은 큰 반발을 낳고 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감시국장은 "토지비, 건축비, 부가세의 세 항목으로만 구성돼 있는 분양원가 내역으로는 주위 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분양가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 없다"며 "최소한 감리비를 책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인 60개 항목에 대해서는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투기 방지 등을 목적으로 일부 평형 아파트 분양가에 5% 수익률을 적용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축비에는 기본적으로 거품이 있기 마련"이라며 5% 수익률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분양가는 향후 민영 아파트 분양가의 기준이 돼 전반적인 집값 상승을 낳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국장은 "서울시의 이런 근시안적인 '면피행정'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면서 "집 없는 다수 서민들의 반발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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