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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공범' 블레어를 환대하다니…"

나스랄라, 레바논 총리 맹비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임기 말년에 지나친 '친미 노선'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지난 97년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제3의 길'을 표방하며 연임까지 한 '성공한 정치인'에서 이제는 '같이 어울렸다가는 동반 몰락하는 정치인'이 된 것이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조차 레바논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블레어 총리를 이용했다. 중동의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12일 레바논 정부가 전날 베이루트를 방문한 블레어 총리를 환대했다는 이유로 격렬하게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를 비난했다.

<알자리라>는 "나스랄라의 발언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전투가 끝난 이후 가장 강력한 비판"이라고 전했다.
▲ '부시의 푸들'로 놀림 받는 블레어 총리가 이번에는 보수당으로부터 '노예'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연합뉴스

나스랄라 "시니오라 총리, 우리를 모욕하고 도발하려는가?"

블레어 총리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폭격하는 동안 조속히 중단시켜달라는 레바논 정부의 요청을 거절해 레바논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으며, 결국 34일이나 지나서 유엔의 중재로 휴전이 이뤄진 뒤 '중동 해결사'를 자처하며 레바논을 방문했다.

이 때문에 나스랄라는 시니오라 총리를 겨냥해 "블레어라는 이 자는 살인 행위에 가담한 자인데, 그를 나와 우리 가족에게 데려와서 성대한 환영식을 베풀었다고?"라면서 "블레어 총리가 방문하도록 초대한 것이라면, 이런 행위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실수를 범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레바논 전쟁 중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1200명에 육박하는 레바논 주민들이 사망했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헤즈볼라의 반격에 157명이 사망했으나, 대부분이 군인인 반면, 레바논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대부분이 무고한 시민들이었다.

이 때문에 나스랄라는 "우리를 모욕하고 배신하고, 도발하려는 시도로 판단된다"면서 "레바논 정부의 수장과 그와 연계된 정치세력들이 부도덕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성토했다. 그는 "레바논 사람들은 돌로 만들어졌는가?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블레어는 전날 레바논 총리 청사를 둘러싼 5000여 명의 시위대로부터도 "살인자 블레어 물러가라" "악마인 미국의 심복" 등의 항의 구호를 들으며 시니오라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가져야 했다. 레바논 의원들과의 회담과 헤즈볼라 지도자 2명과의 회담도 잇따라 무산됐다.

보수당 당수 "블레어의 정책은 미국에 대한 노예적 추종"

영국 내부에서도 블레어 총리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블레어 총리는 노동당 내부에서 "그가 총리로 있는 한 2009년 총선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공격을 받아 결국 지난 7일 '1년 내에 사임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권 재탈환을 노리는 보수당 당수가 블레어 총리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보수당의 차기 대권주자이자 차기 총리로 유력한 데이비드 캐머런(39) 보수당 당수는 11일 블레어 총리의 외교정책을 '미국에 대한 영국의 노예적 추종'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가뜩이나 '부시의 푸들'이라는 놀림을 받는 블레어 총리를 '노예'로 격하시킨 것이다.

그는 "9.11 이후 테러리즘을 억제하려는 영국과 미국의 정책은 부분적인 성공만 거두었다"면서 "9.11 테러와 같은 대규모의 공격은 무산시켰으나, 9.11 이후 전세계적으로 더 많은 테러리스트들이, 더 많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반미 감정은 전쟁에 의해 타격을 받은 나라들뿐 아니라, 영국을 포함한 서방권 국가들에게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네오콘(신보수주의)의 힘을 유지하면서도 그들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그들을 넘어선 외교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에 무조건 추종하고 있다면, 우리 자신이나, 미국이나, 세계의 이익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임무는 우리 국민들과 세계를 위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 것이며, 확고한 신념을 견지해야지 미국과 '노예로서의 우정'을 맺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블레어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서 윈스턴 처칠 같은 전직 총리들이 발휘한 기술이 없다"면서 "지금처럼 하다가는 정책 결정에 실권만 없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캐머런 당수의 발언에 대해 "과거 보수당의 정책과 차별을 두려는 의도"라면서 "블레어 총리가 너무나 우경화되었다는 그의 비판은 냉전 이후 특히 블레어 총리가 집권한 97년 이후 영국의 정치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뉴욕타임스>는 보수당 중진의원들의 말을 인용, "캐머런 당수는 부시 대통령 이후의 백악관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노선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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