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양철북>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독일의 좌파 지식인인 귄터 그라스(78)는 23일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과 그 것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라스는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제72차 국제펜클럽 대회 개막연설에서 이라크전과 관련, "그들이 원했고, 문명세계의 법을 무시했던 그 전쟁은 테러를 부추기고 그 끝이 없다"며 "미국의 범죄는 (…) 체계적이고 변함 없으며, 무자비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라스는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를 겨냥, "마치 총을 찬미하면서 바이블을 들고 먼 나라까지 죽음을 나르는 성직자들과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은 그들의 정책이 말로는 테러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테러를 부추기는 `위선자들'이라고 공격한 뒤, 그들은 알-카에다 테러리스트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양육'해놓고 이제 와서 무력으로 그를 없애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날 연설은 전세계 80개 국 450명의 작가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라스는 또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an axis of evil)'이라고 불렀던 시리아와 북한, 이란 등 3개 국에 대한 부시 미 행정부의 접근 자세도 질타했다.
그는 "(이른 바) 깡패국가들에게는 선택의 여지 없이 '독재체제'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일반적으로 독재체제는 (외부의) 군사공격 위협을 과장되게 선전해 나라를 강화시킨다"고 지적한 뒤, "(이들에 대한) 정책이 지금보다 더 어리석고 더 위험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