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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다운, FTA, 징~', 시애틀의 삼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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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다운, FTA, 징~', 시애틀의 삼보일배

원정투쟁단 호위경찰도 "평화롭고 엄숙하고 멋지다"

'다운(Down)'에 한 걸음, '다운'에 또 한 걸음 , '에프 티 에이(FTA)'에 마지막 한 걸음. 뒤이어 울리는 '징' 소리에 맞춰 두 손을 곱게 모으고 아스팔트 바닥에 엎드려 절하면 '시애틀의 反 FTA 삼보일배' 한 번이 된다.

3번 걷고 1번 절하기를 수백 번 반복하는 이들의 서툰 영어 구호 소리, 징소리와 꽹과리 소리, 그리고 들릴 듯 말듯 한 가을바람 소리. 이렇듯 시애틀의 삼보일배는 이질적인 소리들의 기묘한 어울림이었다.

한미 FTA 3차 협상에 반대하며 나흘째 미국 시애틀에서 원정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미 FTA 저지 원정투쟁단'은 8일 협상이 열리고 있는 모하이 센터를 출발해 주된 집회장소인 웨스트레이크 파크를 지나 다시 모하이 센터로 돌아오는 삼보일배 행진을 벌였다. 이 행진은 오후 1시 45분부터 2시간 남짓 진행됐다.
▲ '한미 FTA 저지 원정투쟁단'이 8일 미국 시애틀에서 2시간 동안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왼쪽) 이날 삼보일배 행진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절을 해보는 미국인도 여럿 참여했다.(오른쪽) ⓒ프레시안

삼보일배 행진을 시작하기에 앞서 원정투쟁단의 정광훈 단장은 "자본의 세계화에 대한 증오의 마음으로 삼보일배에 나서자"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국에 남아있는 노동자와 농민들이 우리만 믿고 있다"며 "그들의 마음 하나하나를 가슴에 담고 한미 FTA 협상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신념으로 삼보일배에 나서자"고 말했다.

이날 삼보일배 행진에는 원정투쟁단 단원 60여 명, 재미 진보단체들의 연합조직인 '신자유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재미위원회' 회원 20여 명 외에 미국의 반전·반세계화 단체, 노동단체, 농민단체의 회원 20여 명 등 모두 100여 명이 참여했다. 전체 행렬은 3열로 이뤄졌고, 길이는 100여 미터쯤 됐다. 행렬의 앞과 옆으로는 징과 꽹과리를 든 사물놀이패가 나섰다.

자전거를 탄 시애틀 경찰들이 교통통제를 하며 삼보일배 행렬을 호위했고, 반전단체인 앤서(ANSWER)의 회원들이 이들과 보조를 맞춰 시위대를 이끌었다. 원정투쟁단의 시애틀 활동 나흘째인 이날엔 이들을 따라다니는 시애틀 경찰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삼보일배…실제로 보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날 1시간 동안 원정투쟁단을 따라다니며 삼보일배 행진을 지켜본 시애틀 시민 신디 소우사는 "시애틀에서 매주 평균 2차례 이상 거리시위가 열리고 있기에 나 스스로 시위 장면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시위는 너무나 독특해 내 눈길을 잡아끌었고, 얼마든지 새로운 민주적인 방식으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해 줬다"고 말했다.

이날 행렬의 뒤에서 원정투쟁단을 호위한 경찰들 가운데 한 명인 존 에론은 "경찰 생활 13년 만에 이런 시위는 처음 본다"며 "너무나 평화로우면서도 엄숙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데이비드 로빅스는 "저들은 너무나 멋지게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 한인회의 김기현 회장도 삼보일배 행진이 시작된 처음부터 끝까지 원정투쟁단을 따르며 지켜봤다. 김 회장은 원정투쟁단의 삼보일배 행진에 대해 "너무나 아름다운 시위"라고 평가하고 "이들의 뜻이 한미 FTA 협상에 반영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이며 2001년 서울국제노동영화제에서 자신의 작품이 상영되기도 했다는 론 스미스는 "반세계화 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영상자료 등을 통해 한국의 삼보일배를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보니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한미 FTA는 절대로 체결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이날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원정투쟁단의 삼보일배 모습을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다큐멘터리 감독 론 스미스. 그는 "한미 FTA는 절대로 체결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왼쪽) 삼보일배 행진의 선두에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정광훈 '한미 FTA 저지 원정투쟁단' 단장, 윤금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이 나섰다.(오른쪽) ⓒ프레시안

이날 원정투쟁단이 삼보일배 행진을 벌이는 동안 <로이터>, <AP> 등 국제 통신사 기자들과 <시애틀 타임스> 등 시애틀 지역언론사의 취재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삼보일배의 피로는 '신나는 춤'으로 씻어

한미 FTA 협상장인 모하이 센터 앞에서 2시간 동안에 걸친 삼보일배 행진을 마무리한 한미 FTA 반대 시위대는 휴식시간도 갖지 않은 채 약 10분 간 한미 FTA 협상장인 모하이 센터를 향해 "야~"하는 함성을 지르고 "다운 다운 에프티에이", "프리 트레이드 이즈 라이(자유무역은 거짓말)" 등과 같은 구호를 외쳤다.

그러고 나서 원정투쟁단은 모하이 센터를 둘러싸고 약 20분 간 '인간띠 잇기' 행사를 진행했다. 그들은 다시 모하이 센터의 정문 앞으로 돌아와 '해방가', '광야에서' 등과 같은 민중가요를 부르며 신나게 춤을 췄다. 2시간 동안의 삼보일배로 인한 피로는 어디로 갔는지, 춤을 추는 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
▲ 삼보일배 행진을 마치고 일어선 한국노총 소속 이광형씨의 얼굴에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다.(왼쪽) 민중가요를 부르며 신나게 해방춤을 추는 한미 FTA 반대 시위대.(오른쪽) ⓒ프레시안

이들은 마지막으로 한미 FTA 한국 협상단이 묵고 있는 호텔로 가서 다시 인간띠 잇기 행사 등을 벌이며 '한미 FTA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삼보일배 행진에서 '불상사'는 전혀 없었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이들은 '한미 FTA 협상이 결렬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삼보일배 정신에 담아 시애틀 시민들과 언론에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데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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