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알카에다, 헤즈볼라 때문에 한 물 갔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알카에다, 헤즈볼라 때문에 한 물 갔다"

[분석] "이란 중심으로 중동의 반미세력 뭉치고 있다"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9.11 테러로 세계적 명성을 떨쳐 온 '알카에다'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탓에 이제는 '화려한 이름'만 남은 신세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끈 떨어진' 알카에다, '든든한 후원자' 업은 헤즈볼라

알카에다는 이슬람의 주류인 수니파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 폭력을 사용하는 '살라피'파에 속한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미국 등의 강력한 '대테러 전쟁'에 눌려 이렇다 할 '전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반면, '시아파'인 헤즈볼라는 '시아파'의 맹주 이란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 최강'이라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격퇴하는 등 '반미-반이스라엘' 전선의 선봉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헤즈볼라는 알카에다처럼 무고한 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테러 방식이 아니라 '공개적'인 방식으로 전투를 벌여 승리를 거두면서 이슬람 저항운동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란은 헤즈볼라를 앞세워 미국의 '행동대장' 역을 맡고 있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승리를 거둠으로써 이미 '대미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이란-헤즈볼라 관계가 끈끈한 반면, 알카에다는 이란처럼 막강한 후원자도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란과 알카에다는 어느 정도 연계가 있다는 서구의 일반적인 시각과는 달리 실제로는 소원한 사이로 지내 왔다. 이란은 알카에다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의심해 온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중동문제 전문가로 저명한 마한 아베딘에 따르면 1980년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소련을 몰아내기 위해 주도한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이 육성한 테러조직으로 오사마 빈라덴이 이끌던 알카에다는 크게 활약한 반면 이란은 대소련 투쟁에서 배제됐다.

이란이 당시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여력이 없기는 했지만, 페르시아 민족이며 이슬람에서 소수파인 시아파 종교를 받아들인 이란으로서는 수니파 중심의 아랍 이슬람 네트워크에서 자신이 의도적으로 배제된 것으로 인식했다.

이렇게 아랍 이슬람권과 관계가 소원해지다보니, 이란은 아랍 이슬람들이 미국-소련의 냉전 구도 속에서 본질적으로 미국의 앞잡이에 불과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카에다는 서방세계, 특히 미국에 대한 투쟁에 중점을 둘 뿐 공개적으로 시아파를 공격한 적은 없다. 지난 6월 살해된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이라크 내 세부조직을 이끄는 알카에다의 고위지도자로 알려졌지만, 시아파에 대해 공격을 한 전력 때문에 빈 라덴이나 2인자 알-자와히리가 경원시 할 정도였다.

오히려 알카에다는 이슬람 공화국을 건설한 이란의 행보에 은밀하게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베딘은 "이란은 빈라덴과 자와히리의 극단적인 수니즘뿐 아니라 테러 네트워크에 대한 경멸 때문에 알카에다와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란은 알카에다의 전술을 극도로 혐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알카에다가 무고한 시민들도 공격 목표로 삼을 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그같은 테러 공격이 중동지역을 비롯한 전세계에 미국의 패권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과 알카에다의 이같은 근본적인 간극은 이란의 지정학적인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란, 헤즈볼라 내세워 이미 미국과 전투 벌이고 있다"

최근 이란의 분석가들은 앞다퉈 이란의 외교정책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주장은 이란이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하는 정책을 이란의 국가안보 정책의 틀 속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이란의 외교안보 분석가 아미르 카니에 따르면, 이란은 헤즈볼라를 동원해 요새를 버리고 벌판에서 싸우는 전술을 구사하고있다. 요새가 함락되면 완전한 패배가 될 위험이 있는 반면 지상전에서 입은 손실은 만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술적 개념에 입각해 이란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이미 미국,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 있는 미국의 대리인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딘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거둔 놀라운 성공으로 이란은 이념적 구심점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고 있다"면서 "이같은 흐름은 지난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이란 대선에서 거둔 놀라운 승리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지난 15년 동안 이념적 구심점으로서의 위상이 약화되었으나, 돌연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그 상징적인 사례다. 아베딘은 "아마디네자드 정부의 대립적인 정책은 인기가 있을 뿐 아니라,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알카에다를 비롯한 살라피 저항운동은 지정학적 역학관계의 변화로 인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아베딘은 그 이유를 "그들의 극단적인 이념보다는 상대적으로 조직적인 기반과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헤즈볼라는 이란 등의 지원을 받아 세계 최강의 게릴라 조직으로 성장했으나, 알카에다 등 살라피 저항세력은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는 데도 힘겨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카에다와 살라피 저항운동은 한시적이며, 점점 비중이 떨어지는 세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딘은 "그들은 태생적으로 극단주의의 한계를 안고 있으며, 비전과 자원 부족, 그리고 주류 여론에서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알카에다, 헤즈볼라와 연대 추구할 것"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알카에다가 헤즈볼라와 연대를 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미라는 공동의 노선 아래 종파 차이를 넘어 힘을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시아타임스>도 "파키스탄 북부 지역에 숨어 있는 알카에다 색출 작업이 느슨해져 빈라덴과 자와히리가 다시 전세계에 흩어진 대원들과 다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점에서 시아파를 공격했던 자르카위가 살해된 것은 빈라덴에게 '불행을 가장한 축복'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파키스탄에 은둔하면서 최근 다시 힘을 회복하고 있는 탈레반이 가세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베딘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에 진정한 위협이 되는 세력들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으며, 멀지 않아 중동의 정치적 지형을 완전히 지배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이처럼 복합적이고 힘을 더해가는 역학 관계의 변화를 뒤집을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헤즈볼라-이스라엘 분쟁에서 증명됐듯이, 무력을 앞세우는 미국의 접근 방법은 중동의 민심과 점점 더 괴리되고 있으며,역효과만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