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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여전히 '저임금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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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여전히 '저임금 비정규직'

[먼슬리 리뷰] 미국 여성운동 40년 (1)

최근 정부가 여성의 삶의 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여성 문제와 여성운동의 방향에 관한 논의가 새삼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0년 간 미국에서 전개된 여성의 삶과 여성운동의 궤적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진로를 모색해보는 글이 미국 잡지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 최근호에 실려 눈길을 끈다.
  
  이 글에서 필자인 스테파니 루스(Stephanie Luce) 매사추세츠-암허스트 대학 노동센터 강사와 마크 브레너(Mark Brenner) 노동전문 잡지 <레이버 노츠> 공동대표는 여성의 유급노동시장 진출기회를 확대하는 데 치중하는 여성운동만으로는 자본주의 체제가 여성에게 부과하는 구조적 제약을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근본적인 관점에서 두 필자는 '계급을 등지는 방식' 아닌 '계급을 아우르는 방식'의 여성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먼슬리 리뷰> 측의 허락을 얻어 이 글의 전문을 번역해 4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원제는 '여성과 계급: 지난 40년 간 무슨 일이 일어났나?(Women and Class: What Has Happened in Forty Years?)이며, 영어 원문은 www.monthlyreview.org/0706lucebrenner.htm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40년 전 여름에 한 무리의 여성과 남성들이 모여 전미여성기구(National Organization for Woman; NOW)를 결성했다. 전미여성기구는 교육과 법적 소송을 통한 성평등 쟁취를 소임으로 삼았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며 투쟁하는 기존 단체들이 여럿 있었지만 전미여성기구는 곧 가장 널리 알려지면서 가장 거대한 단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오늘날 전미여성기구는 미국 전역에서 50만 명이 넘는 회원과 500여 개의 지부를 거느리고 있다. 전미여성기구가 설립됐을 때는 유급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여성들이 증가하던 시기였다. 전미여성기구에 대한 비판도 많다. 전미여성기구가 인종이나 계급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고, 남녀평등을 위한 헌법 수정안의 통과 같은 일에 매진하는 등 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의 법률전략에 너무 치중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성노조연대(Coalition of Labor Union Women), 9시에서 5시까지(9to5), 노동하는 여성의 전국기구(National Organization of Working Women), 콤바히강 집단(Combahee River Collective) 등 노동계급 여성과 유색인종 여성을 대표하는 여러 다른 단체들도 성장했다. 이들은 무수히 많은 다른 단체들과 함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여성운동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법률적 장벽은 제거됐으나…
  
  여성을 직접 조직화하거나 여성을 위한 법률 개정을 위해 이들이 기울인 노력이 여성운동의 성공에 얼마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꼭 집어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노동하는 여성들의 지위에 주요한 변화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성별을 보고 고용하거나 성별에 따라 급료에 차별을 두는 법적 장벽이 제거됐다.
  
  1970년 전후에는 성에 따른 직업 구분이 금세기 들어 최초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1964년에는 남성이 시급 1달러를 받을 때 여성은 59센트를 받았지만 2004년에는 여성의 시급이 77센트로 오르면서 성별 임금격차가 줄어들었다. 학사학위를 가진 노동인력 중 여성의 비율은 1970년 11.2%에서 2004년 32.6%로 높아져, 여성의 고학력자 증가율이 남성의 두 배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떤 것들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여성은 여전히 가사노동과 아동양육을 비롯한 여러 가지 종류의 보살핌 노동을 수행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그리고 남성보다는 여성이 빈곤한 생활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에는 남녀 간 직업적 차별이 개선되던 부문에서조차 그 개선의 지체 또는 반전이 시작되는 양상을 보였다. 1990년대에는 백인여성과 흑인여성 사이에 직업적 차별이 확대됐고,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여성과 그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 사이에 임금 불평등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때 젊은 백인여성과 흑인여성 사이의 고용격차가 처음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나? 우리는 이런 추세 중 일부는 서비스 부문의 확대 및 제조업 부문 공장의 해외이전 같은 경제적 변화로 설명될 수 있겠지만, 그 대부분은 이 시기의 사회운동의 영향으로 설명된다고 본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여성운동은 시민권 운동과 함께 노동계급 내의 일부 집단에 의미심장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다줄 기틀을 마련했다. 이런 운동이 텅 빈 공간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운동을 하는 이들은 자기들의 요구를 어떻게 구체화해 제시할 것인지를 놓고 내적 불화를 겪었다. 그리고 역습과 역류에도 대처해야만 했다.
  
  일부 여성들이 얻은 것과 여성 간 계급격차 확대
  
  이로써 얻은 것이 많은 여성들도 있지만, 그밖의 다른 여성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1950년대의 여성들과 1960년대의 여성들 사이에도 차이가 존재했지만, 오늘날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에 비하면 당시의 여성들 사이에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여성운동이 시작된 지 40년이 지난 지금에는 일부 여성들이 그동안 획득한 것들이 여성노동자들 사이에 더 큰 계급격차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오늘날 여러 계급을 아우르는 여성운동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를 검토하게 했다.
  
  노동하는 여성들이 오늘날 처해 있는 조건들을 이해하고 새로운 여성운동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지난 40년 동안 진정으로 변한 것은 무엇이며, 그러한 변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난 40년 동안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노동시장 전체에서 여성의 참여가 상당히 증가했으며 특히 결혼한 여성과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는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1950년에는 유급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이 전체 여성 인구의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2004년에는 이 비율이 약 60%에 이른다. 같은 기간에 결혼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24%에서 61%로 상승했다. 1975년에는 6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의 39%가 노동인구였지만, 2004년에는 이 비율이 62%로 올라갔다.
  
  1990년대 들어서는 추세가 역전 또는 정체
  
  1950년부터 1990년 사이에 주요 변화들이 일어났고, 그 후에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양상을 보였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는 결혼해 어린 아이를 둔 백인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약간 하락했지만, 이런 현상의 일차적 원인은 경기후퇴와 일자리 찾기의 어려움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자들은 이런 추세가 인종에 따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바로 지적해낼 것이다. 흑인여성은 백인여성보다 노동시장 참여율이 항상 높았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인생의 일부를 할애하는 경향을 보이는 백인여성들에 비해 흑인여성들이 평생 더 많은 시간을 노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시장 참여율이 상승해 온 일반적인 추세는 백인여성과 흑인여성 모두에 적용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시아 여성이나 라틴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알게 해주는 당시의 적절한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다.
  
  노동시장 참여율의 상승과 더불어 특정 직업들에서 성별 구성비가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다. 2004년 현재 여성은 관리직과 전문직 및 관련 직업군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직업군에서 상대적 및 절대적으로 여성의 진출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런 변화로 혜택을 입은 여성들은 누구인가? 학계나 정책수립자들은 학사학위를 가진 여성들이 받은 사회보장 혜택에 주목해 왔다. 여성들 가운데 학사학위를 가진 집단이 막대한 이득을 얻어 왔다는 것은 틀림없다. 학사학위를 가진 여성들은 1973년에 평균적으로 시간당 15.45달러(2003년 달러화 가치 기준)를 받은 데 비해 2003년에는 시간당 20.19달러를 받아 임금이 31%나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에 학사학위를 가진 남성의 임금 증가율 17%보다 훨씬 높고,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여성들의 평균 시급이 24% 증가한 사실과도 비교된다.
  
  학사학위를 가진 여성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독립했고, 경제적 독립은 결혼 시기를 늦추거나 결혼 자체를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성들은 예전에는 진출할 수 없었던 직업들에 진출해 경력상의 지위와 권위를 획득할 수 있게 됐다. 에릭 올린 라이트(Erik Olin Wright)와 레이철 드와이어(Rachel Dwyer)의 연구는 새로 창출된 일자리를 통해 누가 얼마나 이익을 보았는가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1960년대에는 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1990년대에는 인종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었다.
  
  성공스토리에 가려진 여성의 삶
  
  교육을 많이 받은 백인 여성노동자들의 상향이동은 지난 40년 간 일어난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이며 그동안 고학력 여성들이 획득한 것들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에 대한 일반적인 묘사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
  
  그것은 첫째, 많은 여성들에게 적용되는 '승진상한선(유리천장)' 같은 커다란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차별이 노동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과 가정 모두에서 잘 해내려고 노력하는 전문직 여성의 경우에는 이런 측면에서 별로 변한 것이 없는 직업세계에서 불이익을 받는 고통을 겪는다. 둘째, 성공한 전문직 여성들의 이야기에서는 계급과 인종이라는 핵심적 요소가 생략된다. 노동하는 여성들 대다수는 여전히 저임금의 비정규직이다. 그들의 직업은 내세울 만한 것도 아니고 안정적이지도 않으며 사회보장 혜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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