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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여성 결혼이민자 정책, 인권보호가 먼저다"

토론회에서 '가족 유지' 위주 정책태도 비판 쏟아져

정부는 지난 4월 26일 '국정과제 회의'를 통해 '여성 결혼이민자 가족 및 혼혈인·이민자의 사회통합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결혼이민자와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이 지원대책이 포괄하는 범위는 상당히 넓다. 많은 인권침해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되는 국제결혼 중개과정에서부터 결혼 후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국제결혼의 전 과정을 아우른다.

그러나 과연 이 지원대책이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지에서 국제결혼을 계기로 한국에 건너온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까? 국제이주기구 서울사무소, 이주여성 인권연대, 한국여성의전화 연합 등의 주최로 12일 서울여성플라자 엔지오센터 열린마당에서 열린 '정부의 결혼이민자 가족 정책 다시보기' 토론회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이 정책은 그 기본시각부터 여성결혼이민자의 인권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급증하는 국제결혼 … 그 가능성과 딜레마

이날 토론회의 기조발제를 맡은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국제결혼이 급속히 증가하는 원인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염 대표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의 영향으로 아시아에서 '빈곤의 여성화' 현상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이주의 여성화'가 가속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결혼이 가속되는 것"이라면서 "여성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것은 경제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의지에 의한 것이라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제결혼을 택하는 대부분의 여성 결혼이민자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더 나은 삶을 얻기 위해 이주를 택한다는 것이다.
▲ '여성 결혼이민자 가족 지원정책 다시보기' 토론회. ⓒ 프레시안

그러나 이들과 결혼하는 대부분의 한국남성은 이들을 동등한 반려자로 기대하지 않는다.

한국염 대표는 "아시아의 여성과 결혼하는 한국 남성들은 대부분 성비의 불균형, 자아실현을 위한 여성의 결혼기피 현상 등을 이유로 한국의 결혼시장에서 소외된 주변화된 집단"이라면서 "이들이 아시아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며느리, 성적 파트너, 2세 출산과 육아 등의 가부장적 체제 안에서의 성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제결혼은 가능성과 딜레마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능성이란 이주여성에게는 '좋은 배우자를 만나 빈곤을 탈피하고 보다 나은 삶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이고 한국 남성에게는 '다른 문화를 가진 반려자를 만나 보다 다양성 있는 가정을 꾸릴 수 있는 기회'를 뜻한다.

반면 딜레마란 이 부부간 서로 다른 욕구와 기대, 다른 문화로 인한 갈등과 충돌로 인한 위기가 빚어지기 쉽다는 것이며, 또 이들의 결혼이 국제결혼 시장과 특정 종교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상품화되고 매매혼적 성격을 띠게 되면서 인신매매와 이주의 경계선 상에 놓이게 된다는 것 역시 또 하나의 딜레마다.

"이주여성의 역할은 한국에 와서 자녀를 낳아주는 것?"

그러나 이번 지원대책은 국제결혼의 가능성은 살리고 딜레마를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기보다는 '한국 가족의 유지'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염 대표는 "여성 결혼이민자들이 당하는 인권문제 해결 관점에서 출발해야 하는 지원대책이 대통령 자문회의인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를 위한 미래위원회'에서 출발했다"면서 "한국의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아시아 여성들을 데리고 와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과 이들의 문제를 방치할 경우 미래에 닥칠 사회불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런 정책을 세운다는 발상 자체가 매우 불온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지원대책이 여성 결혼이민자의 인권보다는 그 가족의 유지와 통합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주장은 지원대책이 현재 가족과 살고 있는 여성 결혼이민자에 대해서만 적용될 뿐 결혼생활을 끝낸 이주여성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뒷받침된다.

이는 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 적용에서도 마찬가지다. 2007년 1월부터 한국 국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외국인 배우자는 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에 포함되지만, 자녀를 부양하지 않는 여성들은 수급권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 대표는 "결국 여성 결혼이민자의 역할은 한국에 와서 자녀를 낳아주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나와 우리'의 김정은 간사는 "한국의 정착 프로그램도 보면 주로 김치 담그기, 한글 배우기 등 한국의 며느리 되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그 여성의 출신국 문화와 언어를 죽이고 한국의 문화를 주입하는 것이 과연 가족통합의 유일한 대안인가?"라고 물었다.

"매매혼에 가까운 국제결혼 중개, 이대로 방치하나?"

같은 맥락에서 이번 지원대책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매매혼적 결혼을 차단하는 길을 모색하기보다는 결혼 이후 이들의 정착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현재의 결혼중개 시스템은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정보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짧은 시간 내에 배우자 선택을 강제하는 구조"라면서 "자율적인 배우자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 이날 토론회에는 많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 프레시안

소라미 변호사는 "맞선을 준비하는 기간뿐 아니라 결혼 후 입국까지 여성들은 중개업자가 운영하는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외출이 제한되며, 이 기간 동안 사용한 생활비는 빚으로 계산된다"면서 "이렇게 빚에 예속된 상황은 여성이 중간에 맞선을 포기하거나 결혼 상대자가 싫더라도 거부할 수 없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즉, 현재의 결혼중개 과정이 조직적인 연결망에 의해 여성을 모집해 기숙, 관리. 통제하고 이동시킨다는 것으로 이는 국제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인신매매적 속성을 지닌다고 지적이다

소라미 변호사는 "그러나 이번 지원대책은 이러한 인권침해적인 국제결혼 중개 자체를 차단하기보다는 한국에 들어오는 과정은 방관하고 그 이후의 정착에만 주의를 기울인다"면서 "중개과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국제결혼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라미 변호사는 "인권침해적인 국제결혼 중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등록제, 허가제'로 규정하여 관리하기보다는 강력한 처벌법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처벌법을 마련하는 것은 국제결혼 중개의 문제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또 소라미 변호사는 강력한 형사처벌로 중개과정을 보다 투명하고 인권적인 절차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남성의 가족도 인권보호 정책의 대상 되어야"

또 결혼이민자 가족에 대한 지원이 여성 결혼이민자만을 주요 대상으로 할 뿐 한국 여성과 남성 결혼이민자로 이루어진 가족은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국염 대표는 "남성 중심의 혈통을 중요시하는 가부장적 가족구조에서 한국 여성과 남성 결혼이민자로 이루어진 가정은 한국 가정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 아니냐"면서 "한국 여성과 결혼한 이주 남성의 가족은 물론 이주남성의 인권 보호도 동일한 정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출입국관리법에서는 한국 국적 여부와 상관없이 여성 결혼이민자에게는 자녀 접견권을 보장하고 국내정착을 지원하나,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남성 결혼이민자에게는 별도의 자녀 접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이들 가정도 한국사회의 편견 속에 고통받고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에도 직면해 있다"면서 "남성 이민자에게도 접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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