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이정수(가시마)다. 이정수는 전반 38분 동점골을 터트리며 나이지리아의 선제골에 끌려가던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팀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중앙수비수인 그는 앞서 12일 그리스전에서도 전반 7분에 선제골을 터트린 바 있어 이번이 벌써 월드컵 무대 두 번째 골이다.
이번 경기에서 터져 나온 이정수의 기묘한 골은 곧바로 '동방예의지슛'(동방예의지국의 슛)이라는 합성사진으로 만들어져 누리꾼들의 화제가 됐다.
기성용(셀틱)이 공을 오른발로 감아 찼을 때 오른쪽 골문 앞에서 도사리던 이정수는 받은 공을 헤딩으로 꽂은 뒤 오른발을 내밀어 골로 연결시켰다. 이를 누리꾼들은 '헤딩(인사)을 하고 공을 찼다'는 뜻에서 '예의지슛'으로 패러디한 것. 이 기발한 발상의 합성사진에는 "죄송합니다. 골 좀 넣겠습니다"는 글자가 얹혀져 누리꾼들의 웃음을 배가시켰다.
▲ 이정수가 전반 38분 동점골을 터트리는 장면 ⓒ뉴시스 |
▲ 누리꾼들이 만든 '동방예의지국 슛'(동방예의지슛) 합성사진 |
누리꾼들은 동시에 이정수를 16강 진출의 최고공훈 선수로 꼽았다. 한 연예영화 사이트가 주최한 남아공 월드컵 최고의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를 가리는 설문조사에서 1399명의 누리꾼들이 이정수를 선택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교체선수를 포함한 국가대표팀 총 14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에는 2238명이 참여했으며 이정수를 꼽은 누리꾼의 비율은 65.51%로 압도적이었다.
누리꾼들은 "2골을 넣은 이정수가 최고 공신이지"(아이디 제이피스), "기성용의 절묘한 패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만든 이정수 파이팅"(아이디 최림), "그의 선제골이 16강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아이디 작은왕자)라며 이정수를 추켜세웠다. 설문조사에서 2위는 17.16%를 차지한 박주영이 차지했다. 역시 지난 아르헨티나전 자살골 실점에 대한 만회골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 결과는 <골닷컴> 등 해외 축구 전문 사이트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대표팀 최고 선수로 꼽은 것과는 대조되지만 이정수의 골이 16강행 티켓 획득에 그만큼 결정적이었음을 증명한다. 또한 이정수는 이미 지난 17일 <유로스포츠>가 뽑은 월드컵 최고 선수 11명 가운데 박지성과 함께 이름을 올려 실력을 인증받기도 했다.
▲ 동점골 성공 뒤 기뻐하고 있는 이정수 ⓒ연합뉴스 |
이정수는 공격수 출신인 만큼 포지션을 바꿔도 '골 넣는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로 이적한 이래 벌써 7골을 기록했고 그러한 골 감각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 국가대표팀 선수 가운데 수비수가 월드컵 무대에서 두 골을 기록한 것은 지난 1994년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이래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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