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생산하는 것은 승리의 감동이나 전국적인 응원 열기뿐만이 아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활약상은 곧바로 인터넷 속에서 다양한 패러디로 재탄생된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낳은 첫 인터넷 스타는 바로 차두리다. 이미 지난달 24일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단숨에 제치며 '차미네이터', '차이언맨' 등의 별명을 새롭게 얻은 그는 급기야 '차범근 감독의 조종 하에 움직인다'는 익살맞은 주장과 함께 인터넷 이슈의 중심에 섰다.
차두리는 12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인 그리스전에서 몸집 큰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강인함을 보였다. 이후 지난달 말부터 일부 포털 커뮤니티를 통해 유포됐던 '차두리 로봇설'이 새로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지치지 않는 체력을 자랑하는 차두리는 로봇이며, 그걸 조종하는 건 차범근 감독이라는 그럴듯한(?) 주장이다.
▲ 지난 12일 있었던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에서도 차두리는 장신의 유럽 선수들에 맞서 강인한 체력을 뽐냈다. ⓒ뉴시스 |
누리꾼들은 로봇설의 근거로 "그의 어린 시절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으며, 많은 사진에서 확인 할 수 있듯 고되고 힘든 훈련 속에서도 혼자 웃고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 "차두리가 볼을 잡으면 아버지 차범근은 조종을 하느라 늘 (해설을 하다가) 조용해진다"는 정황도 유력한 근거로 삼았다. 여기에 "차두리 유니폼 뒷면에 있는 이니셜 'D. R. CHA'는 사실 'Dr. CHA', 즉 차 박사가 만들었다는 증거", "자라지 않는 머리는 태양열을 이용한다는 증거"까지 덧붙이면 더욱 그럴듯하다.
로봇설의 근거는 재빠르게 유포되면서 점차 진화된다. 처음 로봇설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차두리 등번호 11번은 콘센트 구멍을 위장해놓은 것"이라는 설명이 붙었지만 그의 실제 등번호는 22번이다. 이 점이 지적되자 누리꾼들은 재치있게 "22번은 220V로 승압했다는 뜻"이라고 받아쳤다.
차두리 로봇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영화 <아바타>의 내용과도 맞아떨어져 차두리는 그의 이름에 아바타를 합성한 '차바타'라는 별명도 새로 얻었다.
이와 함께 차두리 로봇설을 소재로 한 만화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웹툰 작가 '마인드C'는 앞서 지난 1일 <머니투데이> 만화코너에 연재하는 '이슈있슈'의 7화로 차두리 로봇설을 그려 12일 그리스전 이후 다시 한 번 누리꾼들의 동감과 웃음을 자아냈다.
이 만화는 "차두리는 인간이 아니었다"며 차두리가 지옥훈련 중에도 웃고 있는 건 그 때가 '절전모드'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차두리의 예전 등번호인 11번은 콘센트 구멍이 아니라 USB구멍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로봇설과 만화를 접한 네티즌들은 "우리나라가 확실히 IT 강국이다", "차두리가 지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며 공감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한 네티즌은 '차범근'이라는 아이디로 "아니 이건 나만 아는 사실인데, 누가!"라는 댓글을 달아 재차 익살을 부리기도 했다.
▲ '차두리 로봇설'을 소재로 한 웹툰 ⓒ머니투데이 '이슈있슈' 캡쳐 |
카추라니스는 이날 경기 후반 30분께 한국 진영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던 상황에서 홀로 잔디를 정돈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화제가 됐다. 인상적인 장면에 누리꾼들은 곧 캡처 화면을 통해 그를 '잔디남'으로 추켜세웠고, '지단 머리심는 잔디남', '잔디남 바탕화면' 등의 합성사진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누리꾼들은 "경기도 안 풀리고 있었을텐데 착하다", "이것이 바로 지중해 매너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카추라니스가 친환경 플레이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 '지중해식 매너남' 카추라니스가 잔디를 꾹꾹 누르고 있는 문제의 장면. 봇물처럼 쏟아진 패러디 합성사진의 소재가 됐다. ⓒSBS 캡쳐 |
▲ 디시인사이드의 한 누리꾼이 '잔디남'을 윈도우 바탕화면과 비슷한 배경에 합성했다. ⓒ디시인사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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