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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멕시코가 진짜 멕시코인가?

[한미FTA 뜯어보기 46:멕시코 논쟁(1)] 정부의 예민한 반응, 그 이유는

"우리는 멕시코와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 6월 21일 대외경제위원회)

"처음에는 멕시코가 미국과 FTA 맺어서 수출과 투자가 늘었다고 선전하더니 멕시코의 실상이 알려지니 정부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 6월 29일 국회 '한미 FTA 대토론회')

1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이 개시될 예정인 가운데 우리 사회는 난데 없는 '멕시코 논쟁'에 빠져 있다. 논쟁의 쟁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멕시코가 미국과 맺은 FTA, 즉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NAFTA)이 멕시코 경제에 독이었나 약이었나'다. 다른 하나는 '멕시코의 사례를 봤을 때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이다.

정부 "멕시코 보니 얼마나 좋아"시민사회단체 "멕시코 봐서라도 한미 FTA 막아야"
▲ 멕시코시티의 중앙에 위치한 소칼로 광장, 한때는 1917년 멕시코 혁명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노점상들의 천국이 됐다. ⓒ 프레시안

나프타가 멕시코에 미친 영향을 보는 국내의 시각은 극단적으로 양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할 근거 중 하나로 멕시코의 사례를 인용해 왔다. 1994년 발효된 나프타가 멕시코의 외국인투자와 수출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켰을 뿐 아니라 신규 고용창출, 산업구조의 고도화, 국가 이미지의 제고 등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도 한미 FTA를 체결하지 말아야 할 근거로 멕시코의 사례를 들고 있다. 나프타가 발효된 후 멕시코의 경제주권이 미국에 넘어갔고, 소농과 중소기업들이 몰락했으며,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지난 6월 초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FTA 1차 협상이 열릴 때 워싱턴에서 원정시위를 벌였던 '한미 FTA 저지 범국민 운동 본부'가 내세운 주장도 '우리는 또다른 나프타를 원하지 않는다'였다.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극단적인 의견차는 1차 협상을 전후해 '멕시코 논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현재 정부와 한미 FTA 반대 진영은 나프타에 대한 각종 평가에서 상반된 입장에 서서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그 기폭제가 된 것은 1차 협상이 개시되기 직전인 6월 4일 KBS-1TV가 방송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KBS는 이 프로그램에서 나프타가 발효된 뒤에 피폐해진 멕시코 경제의 현황과 협정체결 당시 철저히 미국의 이해를 대변했던 멕시코 관료들의 이면을 조명해, 정부의 대국민 홍보자료 외에는 FTA에 대한 별다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우리 국민들 사이에 한미 FTA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재경부와 KIEP '나프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억측에 불과' 주장

시민사회단체들과 일부 언론의 이같은 나프타 비판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이었다.

한미 FTA를 실질적으로 전두지휘하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6월 17일 '나프타(NAFTA)가 멕시코 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나프타 관련 보고서를 소개했다. 재경부에 따르면 IMF는 "나프타는 지난 10년 동안 멕시코의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나프타는 빈곤층을 포함한 멕시코의 삶의 수준을 높이고 미국, 캐나다와의 경제관계를 긴밀하게 해준 것으로 평가"했다.

재경부는 한 발 더 나아가 '나프타가 없었다면 지금 멕시코는 어떻게 됐을까'라는 보도자료에서 "만일 멕시코가 나프타를 체결하지 않았다면 2002년 말 멕시코의 1인당 국민소득이 4% 내지 5% 낮아졌을 것"이라는 세계은행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이 글을 작성한 나석권 통상기획과장은 나프타가 멕시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 "멕시코의 특수성에 대한 검토 없이 나프타를 평가"했으며 "멕시코 경제의 폐해가 모두 나프타 때문이라는 주장은 억지"라고 비난했다.

재경부는 나프타를 방어하는 데에 멕시코의 학자와 미국의 FTA 협상 관계자까지 동원했다. 재경부는 멕시코 경제교육연구소 소장인 안토니오 오르티스의 글 '멕시코 농업, 우려와 달리 생산·수출 껑충'과 미-페루 FTA, 미-파나마 FTA 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브라이언 펙의 글 '소문과 오해, 허위사실로 FTA 망쳐선 안 돼' 등과 같은 글을 하루가 멀다 하고 게재해 나프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한미 FTA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한미 FTA에 대한 자료를 조작했다는 의혹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재경부에 발맞춰 빠르게 움직였다. KIEP는 이달 초 멕시코의 주요 지역들에 소속 연구원들을 파견해 멕시코의 정책 담당자들로부터 "나프타 이행 직후 멕시코에서 나타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 등 각종 부정적 현상들이 한국에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비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받아적어 갖고 돌아왔다.

이어 6월 30일에 KIEP는 위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나프타 이후 멕시코 경제의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100여 쪽의 보고서를 발간해 나프타의 결과가 결코 밝지만은 않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에 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반박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선회 '멕시코는 우리와 다르다'

한미 FTA 협상의 실무를 맡고 있는 외교통상부는 이와 달리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사태 대응에 나섰다. 외통부는 KBS의 방송이 나간 후 한미 FTA에 대한 반대여론이 확산되자 멕시코와 기타 남미 국가들에 대한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각별한 신경'을 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통부의 이같은 방침은 곧 효과를 발휘했다. MBC의 미-칠레 FTA 취재를 돕기로 한 칠레 현지의 가이드에게 '취재 내용을 사전·사후에 보고하라'는 주칠레 대사관의 압력이 가해졌는가 하면, KBS의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을 연출한 이강택 피디에게는 방송이 나간 다음날 '나프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만든 저의가 뭐냐'고 따져 묻는 전화가 걸려오는 등 갖은 잡음이 발생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 30일 '언론도 (한미 FTA에 대해) 쟁점만 다루지 말고 객관적 정보 줬으면(6월 14일)'이라는 제목으로 국정홍보처의 <국정브리핑>에 게재된 글에 들어간 멕시코 관련 인터뷰가 날조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지자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이처럼 멕시코 논쟁이 정부에 유리하지 않은 쪽으로 번져나가자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1일 '우리는 멕시코와 다르다'며 사태진화에 나섰다. 이날 노 대통령은 대외경제위원회에서 "1994년의 멕시코와 현재의 한국은 기술력에 있어서나 경제력, 경제구조에 있어서나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상으로 비교하는 것은 국민들을 오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KBS의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등 나프타에 비판적인 언론보도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공한 멕시코냐, 실패한 멕시코냐?

현재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는 멕시코 외에도 많다. 이런 나라들 가운데 유독 멕시코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한미 FTA가 멕시코가 미국과 맺은 나프타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멕시코는 FTA 체결 수에서 칠레에 이어 세계 2위라는 점에서 FTA가 한 나라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관찰대상이기도 하다. '멕시코는 못 사는 나라'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우리나라와 멕시코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하다는 점도 비교대상으로서 멕시코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지난 2일 실시된 멕시코 대선에서 여야 후보 간에 나프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우리 사회의 멕시코 논쟁을 더욱 가열시켰다. 야당인 민주혁명당의 로페즈 오브라도르 후보는 나프타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고, 집권당인 국민행동당의 펠리페 칼데론 후보는 나프타로 대변되는 자유무역의 원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현재 정부는 멕시코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과 일부 언론의 비판적인 평가에 대해 '멕시코의 모든 문제를 나프타 탓으로 호도하고 있으며, 고의로 멕시코의 나쁜 면만 들춰내는 편파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다. 재경부는 지난 4일 MBC <PD 수첩>이 '참여정부와 론스타의 동상이몽-한미 FTA'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해 노무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과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자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멕시코의 부정적인 사회·경제적 현상을 나프타 탓으로만 돌리는 객관적이지 않은 보도'라고 반박했다.

정부의 이같은 반박이 옳은지 그른지는 차치하고라도, 정부는 나프타의 좋은 점에 대해서만 편파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FTA의 성공적인 사례로서의 멕시코, 혹은 FTA의 실패한 모델로서의 멕시코. 어떤 멕시코가 진짜 멕시코인가? 우리는 정말 멕시코와 다른가? 멕시코 논쟁이 한미 FTA 2차 협상을 목전에 둔 우리나라에 던져주는 진정한 교훈은 무엇일까?

<프레시안>은 이미 지난 3월 나프타와 멕시코에 대한 연속기사에서 나프타가 성공적인 FTA 모델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그러나 지난달 1차 협상 이후 멕시코 논쟁이 확산됨에 따라 <프레시안>은 멕시코 현장을 직접 취재해보기로 했다. 다음 회부터 몇 회에 걸쳐 멕시코 현장 취재 결과를 소개하고, 우리 사회의 멕시코 논쟁에 대해 평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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