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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아 번 돈을 사회로 되돌리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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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아 번 돈을 사회로 되돌리는 것일 뿐"

워런 버핏 "부의 세습은 경기장을 기울어지게 한다"

지난 주말에 자기 재산의 85%에 해당하는 370억 달러(35조 원)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26일 공개된 경제잡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운이 좋아 부자가 됐으니 사회로부터 번 재산을 사회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또 기부 예정액 전체의 80% 이상인 310억 달러 가량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가 운영하는 자선재단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게이츠 부부에게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통해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라면서 "(그 돈으로 나보다)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핏 회장의 기부는 단계적으로 여러 해에 걸쳐 실행될 예정이며, 궁극적으로는 현재 300억 달러 가까이 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규모를 두 배 가량으로 늘리게 된다.
  
  게이츠 회장은 버핏 회장의 기부금은 보건, 교육, 농업, 마이크로크레딧(소액 신용대출) 등 여러 분야의 사회적 사업에 활용할 것이며, 특히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백신을 개발하는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벌여나가는 데 우선적으로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포천>에 실린 버핏 회장의 인터뷰 중 일부를 간추린 것이다.
  
  - 당신이 발표한 기부 계획은 대단히 놀랍다. 지금까지 당신은 기부하는 사람으로는 유명하지 않았다. 사실 당신은 갖고 있는 돈을 기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골적인 비판을 종종 받아 왔다. 그러니 단도직입으로 물어보자. 병에 걸렸나?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나는 대단히 건강이 좋다. 가장 최근에, 그러니까 지난해 10월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의사가 내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확인해주었다."
  
  
-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이번에 기부 발표를 한 것은 부인인 수지의 죽음과 관련된 것인가?
  
  "그렇다. 수지는 나보다 두 살 아래였고, 통상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오래 산다. 그녀가 나의 버크셔 주식을 상속받아 우리의 재산을, 그것이 가야 한다고 우리가 생각한 방향으로 사회환원하는 일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우리는 예상했었다. 수지는 그런 과정을 관리하게 되면 즐거워했을 것이다. 많은 돈으로 그런 일을 잘 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녀가 다소 두려워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일을 하는 것을 좋아했을 것이고, 능숙하게 잘 했을 것이다. 그녀는 그 일을 가속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 그녀가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더 빨리 기부하기를 원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녀는 여러 차례 그렇게 말했다. 재산의 사회환원은 오늘 당장에도 중요하지만 1년 뒤, 10년 뒤, 20년 뒤에도, 일반화한다면 미래에도 똑같이 중요할 것이라고 나는 늘 생각해 왔다. 그래서 갖고 있는 재산을 높은 증가율로 불려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20년 뒤에 이루어져야 할 자선사업을 돌보는 데 더 적합하고, 재산을 불려나가는 속도가 낮은 사람은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 지금 당장 요구되는 자선사업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 이론은 당신 자신에게도 적용되는가?
  
  "그렇다. 거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즐겨 왔고, 여전히 즐기고 있다. 그리고 버크셔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 지분의 관점에서도 생각한다. 나는 '버핏 파트너십'을 해산할 때 손에 쥐게 된 1500만 달러를 이용해 1970년대 초에 버크셔에 대한 유효 지배지분을 사들였다. 당시에 버크셔 지분 외에 내가 갖고 있었던 돈은 아주 적었다. 100만 달러에도 못 미치는 액수였다. 그리고 내가 받는 봉급은 1년에 5만 달러였다. 그러니 당시에 내가 의미 있는 정도의 자선활동을 하려고 했다면 버크셔 지분을 팔아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 내가 버크셔 지분을 매입한 것은 그것을 곧바로 다시 팔아치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 그렇지만 당신과 수지는 1960년대에 이미 '버핏 재단'을 설립하지 않았던가? 이를 보면 당신은 그때 이미 언젠가는 가진 돈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당시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
  
  "1952년에 우리가 결혼할 때 수지에게 나는 부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부자가 된다고 한 것은 내게 특별한 장점이 있거나 내가 열심히 일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부자가 된 것은 단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곳에 적절한 재주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자본을 배분하는 일을 하게 돼 있었고(버핏은 증권업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1살 때 이미 주식투자를 했다-편집자), 자본의 배분을 가장 수익성 있게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 즉 나의 부모와 선생님들, 그리고 수지를 바로 내 곁에 갖고 있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면 내가 수지에게 우리는 부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을 때 그녀는 그다지 흥미로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거나 나를 믿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실은 두 가지 다였던 것 같다. 그 뒤 우리의 재산은 불어났고, 그러면서 그 재산을 갖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관해 우리는 완전히 생각이 일치하게 됐다. 그것은 우리의 재산을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앤드류 카네기의 의견에 동의한다. 카네기는 주로 사회로부터 흘러들어온 큰 재산은 그 대부분이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내가 매매가 가능한 엄청난 양의 증권이 거래되는 한편 그 가격이 종종 터무니없이 잘못 매겨지는, 부유하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살게 되지 않았다면, 내가 가진 자본 배분의 능력도 거의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20세기 후반기에 미국이 바로 그런 나라였다는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수지도 나도 우리가 거대한 규모의 재산을 아이들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다. 우리의 아이들은 괜찮은 녀석들이다. 그러나 어떤 아이든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집에서 배우는 것을 포함해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는 과정에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을 누리고 있다면, 그 아이에게 넘치도록 돈을 넘겨주는 것은 올바르지도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다고 말하고 싶다. 사실 우리 부부의 아이들은 능력주의를 지향하는 이 사회에서 엄청나게 유리한 출발을 했다. 거대한 부가 세습되는 것은 우리가 평평하게 만들어야 할 경기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만들 것이다."

  
  - 당신은 당신의 아이들에게 이미 과거에 재단 설립을 위한 돈을 주었고, 앞으로도 돈을 더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 미루어, 당신은 그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돈을 많이 주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아이들이 각자 자기의 재단을 갖고 하는 일은 재산을 사회에 돌려주는 것, 다시 말해 수지와 내가 생각하기에 재산이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단지 돈을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는 그 아이들이 재단을 관리하는 방식에 대해 매우 큰 자부심을 느끼며, 그들이 재단 관리를 계속 잘 해나갈 것이라는 데 대해 아무런 의심도 갖고 있지 않다."
  
  - '수전 톰슨 버핏 재단'은 어떻게 되는가?
  
  "만약 내가 수지보다 먼저 죽고 수지가 우리의 재산을 분배하는 일을 시작했다면, '수전 톰슨 버핏 재단'이 훨씬 더 큰 규모로 확대됐을 것이고, 그녀가 사회에 기부를 하는 주된 통로이자 나의 계획을 실현하는 창구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 재단은 일하는 사람 수가 5명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사실 기부를 언제 할 것인가에 관한 내 생각이 바뀌기 전까지는 이 재단이 내 재산이 가야 할 곳이기도 했다."
  
  - 그렇다면 당신으로 하여금 생각을 바꾸게 한 것은 무엇인가?
  
  "간단하게 대답하자면, 이미 규모가 커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없는 훌륭한 재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점이다. 그 재단은 지금 당장이라도 나의 돈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좀더 길게 대답하자면, 나는 오래 전부터 빌 게이츠 부부와 알고 지내게 되면서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가졌고, 그러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재단을 통해 하는 일에 대해 찬양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나는 그들이 그 재단의 프로그램에 관해 설명하는 것을 들었고, 그때마다 그들이 재단 일에 쏟아 붓고 있는 열정에 놀랐다. 그들은 머리와 가슴을 다 바쳐 재단의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나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올바른 매개체를 발견했는데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희망하는 어떤 일을 자신보다 훨씬 더 잘 해낼 준비가 돼 있는 다른 사람을 찾는 것만큼 논리적인 태도가 달리 있겠는가? 돈이 많이 걸린 골프 게임에서 타이거 우즈를 선택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 이번 결정을 하면서 나는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가졌다."

  
  -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자인 당신이 세계에서 첫 번째로 부자인 사람에게 수십억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은 안 드는가?
  
  "당신이 그런 식으로 말하니, 매우 우습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나는 그에게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그리고 멜린다를 통해 기부를 하는 것이다."
  
  - 관료적인 것은 당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게이츠 재단은 관료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부분의 큰 조직들은 어느 정도씩은 다 관료적이다. 게이츠 재단이 관료적이라는 비판의 의미는 빌과 멜린다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서는 큰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것일 게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들의 그런 점도 마음에 든다. 나는 두 사람이 큰 결정들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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