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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구원 투수'냐 '제2의 러플린'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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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구원 투수'냐 '제2의 러플린'이냐?

'논란' 속 서남표 교수 새 총장으로 선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신임 총장 내정자로 MIT 서남표 명예교수(기계공학)가 최종 선임됐다. 하지만 이런 선임을 놓고 KAIST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아 서 총장 내정자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남표 교수 '논란' 속 KAIST 총장 선임
  
  KIAST 이사회(이사장 임관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지난 23일 서남표 교수를 차기 총장으로 선임했다. 서 교수는 오는 7월 13일 임기가 만료되는 로버트 러플린 총장에 이어 4년간 'KAIST 호'를 이끌게 된다.
  
  그간 KAIST 이사회는 총장후보선임위원회가 추천한 서남표(70) 교수, 신성철(54) KAIST 교수(물리학), 강성모(61)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교수(전기전자공학) 등 3명의 후보를 두고 심의해 왔다. KAIST 내 '총장 1순위'로 꼽혀 온 신성철 교수는 2004년 러플린 총장에 이어 이른바 '해외파'에게 또 한 차례 밀린 셈이다.
  
  서남표 교수는 선임 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KAIST 동료 교수, 학생, 교직원 등 구성원들의 마음과 역량을 결집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시키는 데에 헌신하겠다"며 "최대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발전 방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AIST 이사회도 서남표 교수의 선임에 대해서 "KAIST를 세계 초일류 연구 중심 이공계 대학으로 이끌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일물로 판단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서 교수는 36년간 MIT 교수로 재직해 온,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계 과학자다. 특히 MIT의 기계공학과 학과장으로 10년 동안 재직하면서 교수진의 40% 이상을 기계공학이 아닌 다른 전공자로 바꾸는 등의 개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교수·동문 곱지 않은 시선, 어떻게 달랠 것인가?
  
  그러나 서남표 교수의 'KAIST 호'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장애물이 첩첩산중이다. 우선 KAIST 이사회가 서남표 교수에 대한 KAIST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갈무리하는 것이 큰 문제다. 특히 교수, 동문들이 총장 후보 때부터 드러내놓고 서 교수에게 반감을 표시했던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남표 교수는 총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교수들의 찬반 투표에 응할 것을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부해 교수들의 불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똑같이 해외에서 총장 후보로 나선 강성모 교수가 교수들의 찬반 투표에 응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12일에는 KAIST 총동문회가 "서남표 교수는 독선적인 행보나 70세나 되는 고령을 염두에 둘 때 KAIST의 차기 총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내부 인사라고 해서 국제적 경험과 개혁 의지가 약하다는 선입관은 지양돼야 한다"고 사실상 신성철 교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 파문이 일기도 했다.
  
  '과기부 내정설'도 큰 부담…"구성원들과 머리 맞대고 대화하라"
  
  한편 '김우식 과학기술 부총리가 이미 서너 달 전부터 KAIST 총장으로 서남표 교수를 내정했다'는 의혹이 과학기술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계속 제기되는 것도 서 교수로서는 큰 부담이다. 서 교수는 김 부총리가 취임 직후 의욕적으로 추진한 국내외 과학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울트라 프로그램'의 첫 참여자로 위촉되는 등 과기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왔다.
  
  KAIST 이사회의 신임 총장 선임 과정도 이런 의혹을 부추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사회 사정을 잘 아는 한 KAIST 관계자는 "신임 총장을 선임하기 위한 심의 과정이 서둘러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23일 이사회 분위기도 사실상 서남표 교수가 선정되는 것을 통보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서 교수의 선임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대부분의 이사들도 무기력하게 결과를 수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KAIST의 한 교수는 "러플린 총장의 예는 독선적인 리더십이 얼마나 참담한 결과로 나아가는지를 잘 보여줬다"며 "러플린 총장 못지않게 독선적이라는 평을 듣는 데에다 과기부를 등에 업었다는 얘기까지 도는 서남표 교수가 얼마나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대로 된 KAIST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며 총장 선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또 다른 KAIST의 원로 교수는 "기왕에 서남표 교수로 선정이 됐으니 이제 서 교수도 전임 러플린 총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서 교수가 KAIST 이사회, 교수협의회, 학생, 동문 등 KAIST의 주요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KAIST의 미래를 함께 그리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서남표 총장' 치세의 4년간 KAIST가 과연 어떤 그림을 그려갈지 한국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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