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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노벨상 총장'…러플린 결국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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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노벨상 총장'…러플린 결국 '하차'

이사회 "연임 불가"…'학내 갈등'이 큰 이유

자질 시비에 시달려 온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결국 불명예 퇴진한다.

***KAIST "러플린 임기 연장 불가"**

KAIST 이사회(이사장 임관 삼성종합기술원장)는 28일 저녁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 호텔에서 정기 이사회를 갖고 러플린 총장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러플린 총장은 취임 2주년을 맞는 오는 7월 14일로 퇴임하게 된다.

KAIST 이사회는 "러플린 총장은 KAIST의 세계화 등에 일부 업적이 있었으나 사회ㆍ문화적 차이와 의사소통 부족에 따른 불협화음이 있어 계약이 계속되더라도 총장으로서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과학기술부 관계자도 "러플린 총장의 퇴진은 KAIST 이사회의 결정에서 나온 만큼 이를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사회의 결정에 손을 들어줬다. 그간 러플린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던 과기부 내에서도 최근에는 "(학내 갈등 등을 감안할 때) 이 상태로는 중도 하차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강하게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KAIST 이사회는 회의 직후 이런 결정을 러플린 총장에게 직접 통보했으며, 러플린 총장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ST는 러플린 총장에게 석좌교수 등을 제의할 예정이다.

***학내 구성원 집단 반발이 중도 하차 이유**

KAIST 이사회는 공을 들여 영입한 러플린 총장의 중도 퇴진에 따른 적잖은 파장을 감안해 장시간 격론을 벌였으나 최근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의 집단 반발 등 사태 악화를 고려해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교수협의회는 교수들의 89%가 '러플린 총장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달 들어 KAIST 학장 3명과 보직교수 20여 명이 사퇴하는 등 러플린 총장의 연임 문제를 놓고 학내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었다.

그 동안 러플린 총장은 "KAIST를 의학, 법학, 경영 위주의 학부 중심 대학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이공계 육성을 목적의 KAIST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등 교수, 학생은 물론 과기부와도 학교 운영을 놓고 손발이 맞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러플린 총장의 행정 경험 부족, 업무 태만,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총장으로서의 자질 시비까지 제기됐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평소 러플린 총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정재승 교수(바이오시스템학과)마저 "러플린 총장의 두 가지 불행은 그가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과 KAIST에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을 정도였다.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자부심이 지나쳐 학교 운영에 독단적인데다, 그의 신자유주의적 비전이 KAIST와 맞지 않다는 것.

***러플린 재임 기간은 '잃어버린 2년'…'노벨상 수상자' 집착한 정부 반성해야**

이번 2년간의 러플린 총장의 재임은 KAIST로서는 적지 않은 상처로 남을 전망이다.

KAIST의 한 교수는 "러플린 총장의 재임 기간은 '잃어버린 2년'"이라며 "변화를 위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에 자질이 없는 괴짜 인물이 들어와서 시간 낭비만 한 격"이라며 기본적인 철학 검증도 없이 '노벨상 수상자'의 총장 영입에만 공을 들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KAIST는 차기 총장을 국내외에서 물색해 러플린 총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7월 13일 이전까지 후임자를 공식 선정할 예정이다. KAIST의 한 교수는 "이번에는 정부와 이사회가 명망가가 아니라 진짜 능력을 염두에 둔 선임을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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