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 교수에 따르면, 이 교수와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지난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인 클로드 헬너 멕시코 대사와 안보리 이사국 대사 및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면서 동시에 스티븐스 대사 앞으로도 같은 자료를 발송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진실을 추구하고 진실을 말해야 하는 도덕적·학문적 의무를 가진 정치학자와 물리학자로서 합조단이 내놓은 증거 및 결론의 타당성을 규명하기 위한 학문적 분석을 해왔다"며 "우리의 목적은 누군가의 무죄를 입증하거나 반대로 누군가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교수(왼쪽),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오른쪽) |
이들은 구체적으로 △인양된 선체와 생존·사망 장병들의 신체 상태로 볼 때 충격파가 있었다는 흔적이 나타나지 않아 천안함의 '외부 폭발' 시나리오에 모순이 있고 △선체-어뢰-수중폭발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질에 대한 합조단의 에너지 분광(EDS) 데이터와 엑스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는 천안함이 어뢰 폭발로 침몰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는데다가 그 자체로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어뢰가 북한에서 만들어졌다는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어뢰 내 '1번' 글씨가 그 폭발에도 완벽하게 잔존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과 상식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합조단이 내놓은 데이터와 주요 주장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어서 그들의 결론을 입증할 수 없다(unsustainable)"면서 다만 "한국 정부가 공개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합조단 보고서의 타당성만을 따질 뿐 천안함 사건의 진짜 원인을 추정할만한 입장은 못 된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이어 "우리는 한국 정부가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천안함 침몰의 진짜 원인을 밝혀내고 국제 사회에서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객관적인 국제 조사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유엔 안보리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더 논의하기 전에 한국 정부에 이 문제를 돌려 보내기를 요구하고,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며 철저한 보고서를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흡착 물질 데이터와 '1번' 글씨, 과학적 설명 불가"
두 교수는 서한에 △천안함의 상태와 '1번' 글씨의 불일치 문제를 지적한 공동 명의의 보고서 △합조단의 흡착물 분석이 조작이라는 이 교수의 논문 △합조단이 과학적 근거 없는 두 가지 핵심 연결고리를 이용해 '천안함 침몰=외부 폭발=북한 어뢰의 소행'이라고 단정 짓고 있음을 보여주는 도표를 첨부했다. (☞관련 기사 하단 박스 참조)
첨부 문서 중 흡착물에 대한 논문은 천안함 선체와 어뢰 프로펠러에서 나온 흡착물이 동일하고 천안함 폭발 상황을 축소시킨 실험에서 나온 흡착물과도 같기 때문에 천안함은 어뢰에 피격됐다는 합조단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흡착물에 대한 합조단의 엑스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폭발 실험에서 나온 흡착물에 있는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이 천안함 및 어뢰의 흡착물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불일치를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이것이 어뢰 폭발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즉 어뢰의 폭발 직후 생기는 고열로 알루미늄이 용융됐다가 바닷물로 급냉각되면서 100% 비결정질의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긴다는 것. 폭발 실험에서 알루미늄 산화물이 비결정질이 아닌 결정질로 나온 것은 고열과 급랭 현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승헌 교수는 자체 실험을 통해 흡착물이 어뢰 폭발로 생성된 것이라면 알루미늄과 알루미늄 산화물이 '결정질'로 발견돼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실제로 합조단의 에너지 분광(EDS) 분석 결과를 보면 천안함과 어뢰의 흡착물의 원자 구성에는 알루미늄 성분이 나타났다. 엑스레이 회절 분석에만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불일치를 근거로 이 교수는 "엑스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나 EDS 데이터 중 하나에 조작 혹은 실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두 교수는 첫 번째 첨부 보고서에서 어뢰가 북한의 것임을 입증하는 '1번' 글씨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첨부 문건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어뢰 추진체 외부의 철이 부식된 것은 페인트가 타버렸기 때문인데 페인트 성분의 비등점은 최소 325℃이기 때문에 폭발시 그보다 높은 열이 가해졌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1번' 글씨를 쓴 잉크를 구성하는 세 가지 성분 가운데 비등점이 가장 높은 크실렌의 비등점은 138.5 ℃에 불과하다. 따라서 페인트보다 비등점이 낮은 잉크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건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서 교수와 이 교수는 "고열에 견딜 수 있는 외부 페인트는 타버렸고 저온에도 타는 내부 잉크는 원상 그대로 남아 있다. 이것이 과학인가"라며 합조단의 주장에 모순된 점을 지적해왔다.
▲ 두 교수는 합조단이 천안함의 북한 어뢰 피폭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1번' 글씨는 북한의 소행으로, EDS와 엑스선 회절기 흡착 물질 분석 결과는 외부 폭발로 잇는 연결 고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보여주는 1페이지 짜리 요약본도 함께 실었다. ⓒ프레시안 |
▲ 서재정 교수, 이승헌 교수가 유엔 안보리와 주한 미국 대사 앞으로 보낸 서한(1페이지) ⓒ프레시안 |
▲ 서재정 교수, 이승헌 교수가 유엔 안보리와 주한 미국 대사 앞으로 보낸 서한(2페이지)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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