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착물질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는 이승헌 미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20일 '합조단의 새로운 엑스레이 데이터에 대한 분석과 의견'이라는 자료를 발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합조단 폭발유형 분과장인 이기봉 육군 준장은 지난 11일 국회 천안함 특위에서 "추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천안함 선체와 어뢰 프로펠러에서) 아주 극소량의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 합조단의 윤덕용 공동단장이 지난 20일 어뢰 파변을 가지고 설명하는 장면 ⓒ뉴시스 |
이로써 합조단은 '비결정질 산화 알루미늄만 발견됐다'던 지난달 20일 조사 결과 발표 당시의 말을 바꿨다.
합조단이 흡착물 추가 조사를 실시한 것은 알루미늄이 100% 산화되고 비결정질화되기는 어려우며, 설령 100% 산화·비결정질화했다 하더라도 '엑스레이 회절 분석'으로는 산화 알루미늄이 발견돼야 한다는 이승헌 교수 등의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이 준장의 발언이 있은 후 합조단은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에게 추가 조사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천안함 선체와 어뢰 프로펠러에서 나온 흡착물에 대한 엑스레이 회절 분석 자료에 산화 알루미늄(Al2O3) 신호가 낮게 나타나 있는 데이터였다. 이는 "극소량의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이 나왔음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산화 알루미늄이 아예 보이지 않았던 과거의 분석 자료와는 다른 것이었다.
비결정질은 어디서 확인했단 말인가?
그러나 이승헌 교수는 20일 발표한 자료에서 우선 "새로운 데이터에서도 비결정절 알루미늄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지적에는 두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 비결정질이더라도 엑스레이 회절 분석에서는 특정한 위치에서 신호가 반드시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과학적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그처럼 데이터에 비결정질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합조단 이기봉 준장이 "비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이 동시에 검출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 것은 대체 무엇을 보고 한 말이냐는 것이다.
요컨대, 비결정질이 보이지 않는 데이터 자체도 문제고, 그에 대한 설명 또한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전부 비결정질로 나온 것이 어뢰 폭발의 증거'라고 했다가 '결정질도 조금 나왔다'고 말을 바꿈으로써 어뢰 폭발의 증거를 스스로 부정한 합조단이 새 데이터에 대한 설명에서도 모순에 빠진 셈이다.
▲ 합조단이 지난달 20일 최초 공개했던 흡착물질 엑스레이 회절 분석 자료. 위로부터 차례로 선체, 어뢰 프로펠러, 수중폭발실험 데이터다. 선체와 어뢰 프로펠러 데이터에 알루미늄과 산화 알루미늄이 보이지 않아 과학적 현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 |
▲ 합조단이 최근 공개한 '추가 조사 데이터' 중 선체에 대한 엑스레이 회절 분석 자료.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Al2O3) 신호가 발견되는 것으로 바뀌어 있다. 그러나 비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은 역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합조단은 이 자료를 가지고 '비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의 검출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 |
▲ 합조단이 최근 공개한 '추가 조사 데이터' 중 어뢰에 대한 엑스레이 회절 분석 자료. 역시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Al2O3)이 낮게 발견되는 것으로 바뀌어 있고, 비결정질 산화 알루미늄은 보이지 않는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 |
▲ 합조단이 최근 공개한 '추가 조사 데이터' 중 수중폭발실험 흡착물에 대한 엑스레이 회절 분석 자료. 알루미늄과 결정질 산화 알루미늄(Al2O3)이 뚜렷하게 보인다. 이는 이승헌 교수의 자체 실험 결과와 같다.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 |
"국회 특위나 국정 조사에서 만나자"
한편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는 이달 초 합조단에 '왜 선체와 어뢰 흡착물에서 나타나지 않는 알루미늄이 수중폭발실험 추출물에서만 나타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었다.
이에 합조단은 지난 6일 "부착된 흡착물이 소량인 관계로 흡착물질만을 별도로 떼어내 X선 회절 검사가 불가해 (실험 당시 수조 상부에 얹은) 알루미늄 판재에 부착된 상태로 검사함으로서 알루미늄 판재의 결정질이 검출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승헌 교수는 "수중폭발실험 흡착물(AM-Ⅲ)에서 나온 알루미늄 피크들은 알루미늄 판재가 아닌 폭발물에서 나온 것이다. 폭발물과 상관이 없다는 합조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 교수는 최근 자체 실시한 폭발실험 결과, 합조단의 수중폭발실험에서 나온 데이터와 거의 일치하는 결과를 얻어 냈다. 알루미늄은 판재에서 나온 게 아니라 폭발재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교수는 이어 "최근 합조단 데이터를 보다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SiO2와 Al2O3의 혼합물에 대한 에너지분산분광과 엑스레이 실험을 했다"며 "(실험) 결과는 합조단의 선체 및 어뢰 흡착물질에 대한 에너지 분산 분광 자료가 조작됐음을 다시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 실험 내용을 자세히 소개해 달라는 <프레시안>의 요청에 "위증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회 특위나 국정 조사에서 합조단 관계자들과의 대면 증언을 통해 자세히 밝힐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다음은 이 교수가 20일 발표한 자료 전문이다.
합조단의 새로운 엑스레이 데이타에 대한 분석과 의견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 대학 물리학과 2010년 6월 20일 합조단의 새로운 X-ray 결과와 주장: (a) 흡착물들에 대한 에너지분산분광(EDS)과 엑스레이(X-ray) 실험을 다시 하였다. (b) 천안함에서 나온 흡착 물질(AM-I)과 어뢰에서 나온 흡착 물질(AM-II)에서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과 아주 극소량의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발견되었다. (c) 축소 폭발 실험에서 추출된 흡착물질(AM-III)의 엑스레이 데이타에서는 결정질 알루미늄 피크들이 발견되었다. a. 이것은 AM-I, AM-II엑스레이 실험과는 다르게, AM-III의 시료양이 극히 적은 관계로, 폭발 실험에서 쓰였던 상부 알루미늄 판재를 엑스레이 실험기에 놓은 채로 실험을 하여 나온 피크들이어서, 폭발물과는 상관이 없는 시그날들이다. 우리의 분석 결과: (a) 합조단의 새로운 데이타에서도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의 시그날은 보이지 않는다. (b) AM-I과 AM-II에서 발견된 넓은 엑스레이 피크는, 알루미늄과 전혀 상관이 없는 시료 받침대에서 나온 시그널에 불과하다. (c) AM-III에서 나온 결정질 알루미늄 피크들은 알루미늄 판재가 아닌, 폭발물에서 나온 것이다. 폭발물과 상관이 없다는 합조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폭발 후 형성된 결정질 알루미늄은, 우리가 이미 발표한 우리의 모의 실험 결과와 일치한다. (d) 최근에 우리는, 합조단 데이타를 보다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SiO2와 Al2O3의 혼합물에 대한 에너지분산분광과 엑스레이 실험을 하였다. 우리의 결과는 합조단의 AM-I, AM-II EDS 데이타가 조작되었음을 다시 입증한다. (e) 이러한 결과와 주장을, 위증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회 특위나 국정 조사에서 합조단 관계자들과의 대면 증언을 통해 자세히 밝힐 용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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