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조단은 천안함이 어뢰의 외부 폭발로 파괴되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두 가지 과학적 분석을 실시했다. 그 분석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천안함(A)과 어뢰의 표면(B)에서 동일한 흡착 물질이 발견되었고, 이것은 합조단이 실시한 시험 폭발에서 생성된 흡착 물질(C)과 동일하다. 세 가지 흡착 물질이 동일하므로(A=B=C) 천안함과 어뢰의 흡착 물질은 동일하게 폭발에서 생성된 것이고, 따라서 천안함은 어뢰의 폭발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합조단의 분석 결과에 중대한 불일치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즉 합조단의 엑스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는 천안함 및 어뢰에서 발견된 흡착 물질의 결정 구조와 시험 폭발에서 나온 흡착 물질의 결정 구조가 불일치함을 명백히 보여줬다(A=B≠C). 따라서 합조단의 데이터만으로는 천안함과 어뢰의 흡착 물질이 폭발에 의해 형성되었음이 입증되지 않는다.
합조단은 이러한 불일치를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이것이 어뢰가 폭발했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어뢰의 폭발 직후 생기는 고열로 알루미늄이 용융되었다가 바닷물로 급냉각되면서 100% 비결정질(amorphous)의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시험 폭발에서는 이와 같은 고열과 급냉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알루미늄과 알루미늄 산화물이 결정질이었고, 따라서 천안함 및 어뢰의 흡착 물질의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은 엑스선 회절기 분석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실험 결과, 용융 후 급랭 뒤에도 결정질 생성
그러나 최근 우리는 알루미늄이 고열과 급냉각을 거치면 어떻게 되는지를 실험으로 연구했다. 그렇게 나온 우리의 결과는 합조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한다.
우리는 실험실에서 알루미늄의 용융점보다 훨씬 높은 온도로 알루미늄을 가열한 후 이를 급랭시켜 생성한 화합물을 엑스선 회절기와 SEM(주사전자현미경) 그리고 EDS(에너지 분광기)로 분석했다. 합조단의 주장이 맞는다면 어뢰의 폭발보다 더 확실히 비결정질 알루미늄이 생성될 조건이었다.
그 결과 알루미늄은 부분적으로만 산화되며, 실험 후 생성된 알루미늄과 알루미늄 산화물은 비결정질이 아닌 결정질임을 확인했다. 합조단의 주장은 비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물리적 현실과 정반대되는 거짓임이 입증된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실험 결과는 합조단의 시험 폭발 결과와 일치한다. 즉 시험 폭발이었건, 어뢰의 폭발이었건 간에 수중폭발이 있었다면 폭약에 섞여있는 알루미늄은 결정질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데 합조단과 우리의 시험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따라서 천안함과 어뢰에서 채취된 흡착 물질이 어뢰의 폭발로 생성된 것이라면 알루미늄과 알루미늄 산화물이 결정질로 발견되어야 한다.
그러나 합조단의 엑스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에는 이러한 결정질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흡착 물질의 원자 구성을 보여주는 EDS 데이터대로 알루미늄이 있다면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다.
따라서 과학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엑스선 회절기 분석 데이터나 EDS 데이터 중 하나에 조작이나 실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합조단은 그간 우리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직접 답하지는 않았지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가 제기한 의문점에 대해 지난 7일 저녁 제출한 답변자료에서 엑스선 회절 검사의 정확성을 다시 주장했다. 실수의 가능성을 일축한 합조단의 주장이 맞는다면 천안함과 어뢰에서 추출된 EDS 데이터가 조작되었다는 가능성만이 남는다.
▲ 필자 이승헌 교수 |
국회는 청문회를 개최해 이를 검증하고 책임소재를 밝혀야 할 것이며, 정부는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조사를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
▲ 왼쪽열 (a) (b) (c)는 일반 알루미늄에 대한 SEM 및 EDS 분석 사진이며 오른쪽열 (d) (e) (f)는 용융 뒤 급랭시킨 알루미늄 사진이다. ⓒ이승헌 |
▲ (a)는 일반 알루미늄에 대한 엑스레이 분석 데이터이고 (b)는 용융 뒤 급랭시킨 알루미늄에 대한 엑스레이 분석 데이터다. (b)에서는 결정질 알루미늄과 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보인다. ⓒ이승헌 |
☞ 이 칼럼 작성의 기초가 된 이승헌 교수 영문 보고서 "한국 정부의 천안함 보고서에 제시된 '결정적 증거'는 조작되었는가" 바로가기 ☞ 아래는 이 영문 보고서 요약본 <합조단의 천안함 보고서의 "결정적 증거"는 조작되었다>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 대학 물리학과 합조단의 천안함 보고서는 천안함의 침몰과 북한 어뢰의 폭발을 연결하는 두 개의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였다: 어뢰 위의 "1번" 잉크 마크와 배, 어뢰, 그리고 축소 실험에서 각각 추출된 세 가지 "흡착 물질"에 대한 EDS와 X선 데이타가 그것이다. 이전의 논문(☞바로가기)에서, 우리는 그 EDS와 X선 데이타가 서로 모순됨을 보였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어떤 시나리오가 맞는지 알기 위해, 결정질 알루미늄 샘플을 용해하고 급속 냉각을 시킨 후, SEM, EDS, X선 실험을 하였다. 실험 결과는 세 가지 흡착 물질 중, 합조단의 실험 폭발에서 나온 흡착 물질의 데이타와 일치하였다. 이것은 천안함과 어뢰에서 나온 흡착 물질의 데이타는 조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조사단의 주요 주장: (a) 다음에서 검출된 세가지 "흡착물질"에 대해 에너지분산분광(EDS)과 엑스레이(X-ray) 실험이 행해졌다: (i) 천안함의 함수, 함미, 연돌의 표면(AM-I), (ii) 어뢰의 프로펠러의 표면(AM-II), (iii) 모형 실험의 상부 알루미늄 판재 표면에 붙어있던 유사한 흡착물질(AM-III) (b) 상부 알루미늄 판재 표면에 붙어있는 흡착물질은 폭발재이다. (c) 이 세 가지 샘플의 EDS 데이터는 거의 일치한다. 이것은 처음 두개의 샘플이 폭발재임을 확인한다. (d) 그러나, X-선 데이터에서는 처음 두 샘플(AM-I, AM-II)에서 폭발물의 중요 첨가물인 알루미늄이나 알루미늄 산화물이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e) 하지만 이는 폭발 전후에만 생기는 알루미늄의 용해와 급냉각으로 비결정질(amorphous)의 알루미늄 산화물이 생기기 때문으로 오히려 어뢰가 폭발했다는 결정적 증거이다. (f) 프로펠러에 붙어 있는 흡착물질과 천안함에 붙어있는 흡착물질이 동일한 것으로 폭발된 성분으로 분석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천안함이 어뢰의 폭발에 의해 가라앉았다는 주장과 일치한다. 합조단의 데이타에 대한 우리의 시뮬레이션, 그리고 우리의 열처리 후 급속 냉각 된 알루미늄 샘플에 대한 SEM, EDS 그리고 X선 측정에 대한 요약: (a) 합조단의 EDS와 X선 데이타는 서로 모순된다. (b) 이전 논문에서 설명된 바와 같이, 천안함 보고서의 EDS와 X선 데이터의 불일치를 설명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이다. - 첫 번째 시나리오: 폭발 실험에서 얻어진 AM-III 샘플은 폭발재와 연관이 없으며, 상부 알루미늄 판재에서 긁혀나온 알루미늄 분말이다. 이 경우 X선 데이타는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세가지 샘플의 EDS 데이타가 같기 때문에 AM-I과 AM-II가 폭발재라는 합조단의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 두 번째 시나리오: AM-III 샘플은 대부분 폭발과 관련된 물질이다. 이 경우에는, X선 데이타에 의하면 폭발 후에도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아니라 결정질 알루미늄이 다수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유사한 알루미늄 피크들이 AM-I과 AM-II에서도 관측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c) 최근에 열처리 후 급속 냉각을 한 알루미늄 샘플에 대해 SEM, EDS, 그리고 X선 실험을 실행하였다. (d) 우리의 EDS와 X선 데이타는 합조단의 폭발 실험 샘플의 결과와 비슷하다: 고열 처리와 급속 냉각 과정에서 알루미늄은 부분적으로만 산화되며, 실험 후 생성된 Al과 Al2O3는 비결정질(amorphous)이 아닌 결정질(crystalline)이다. (e) 이것은 우리의 실험과 폭발 실험이 조건이 유사했음을 의미한다. (f) 그러므로, (b)에서 언급된 두 번째 시나리오가 맞음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샘플에서 얻은 데이타의 불일치는 데이타 조작으로 밖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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