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끝자락에 유채꽃이 만발한 영산강의 영산포를 찾았습니다. 영산포는 전국 최고의 홍어회가 만들어지던 곳입니다. 과거 흑산도에서 잡아올린 홍어들이 신안 앞바다를 지나 이곳 영산포로 오면서 먹기 좋게 숙성되었다고 합니다. 뱃길 비추던 등대를 벗삼아 강을 거슬러 오던 배들은 톡쏘는 홍어 냄새로 사람들의 입맛을 돋구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강변에 앉아 홍어에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그러다 영산강변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 챘습니다. 이곳은 전에 알던 영산강이 아니었습니다.
유채꽃 향기에 흙먼지가 섞여 날라왔습니다. 얼마 전까지 영산포 주변을 화려하게 감싸고 있던 유채밭은 아직 꽃이 지기도 전에 파헤쳐지고 있었습니다. 포클레인들이 강바닥을 뒤집고 강을 일직선의 수로로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얕은 강물에서 조화롭고 느리게 살고 있던 많은 창조물들이 이젠 이곳을 떠나고 있었습니다.
ⓒ 강제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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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운함과 아쉬움이 꼭 홍어 때문만은 아닙니다. 홍어는 여전히 우리의 식탁에 오를 것입니다. 영산포까지 거슬러오던 옛 홍어의 그맛은 아니겠지만요. 다만 잃어버린 홍어맛과 함께 자연에 대한 우리 사람들의 에티켓도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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