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추적60분〉 꼼꼼히 살펴보니 진짜 '동네방송' 수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추적60분〉 꼼꼼히 살펴보니 진짜 '동네방송' 수준"

[분석] 누리꾼 의혹만 '집대성'…"박사들 토론에 학부생이 생떼?"

황우석 지지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추적60분〉의 황우석 씨 관련 방송 내용이 인터넷에 전격 공개되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방송 내용은 그간 누리꾼들이 수 차례에 걸쳐 제기해 온 의혹을 집대성한 수준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누리꾼 의혹 집대성한 것일 뿐…섀튼 '도용'한 거 맞아?**

이 방송 원고에서는 크게 세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황우석 씨의 특허를 도용했다는 의혹 △황우석 씨의 2004년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이 아닐 가능성 △배아복제 줄기세포의 전망이 밝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의혹은 그간 황우석 씨와 누리꾼을 통해 수없이 반복돼 온 내용이다.

우선 〈추적60분〉 원고는 "섀튼이 2004년 4월 9일 기존의 특허를 수정 보완하면서 황우석 교수팀의 '부드럽게 쥐어 짜기식 핵이식 기법' 등을 첨가했다"며 황 씨의 연구를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원고가 소개한, 섀튼 교수의 특허를 아무리 살펴봐도 이를 '도용'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원고도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섀튼 교수는 기존의 특허를 수정 보완하면서 분명히 "황우석 교수의 쥐어 짜기식 핵이식의 방법을 참조했다"고 언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추적60분〉팀과 인터뷰를 한 미국의 한 특허 변호사도 "도용한 것은 확실하지만 다 인용을 했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한 것"이라고 다소 횡설수설하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처녀생식' 아니라면 2004년 줄기세포 정체는?…〈추적60분〉팀 "…"**

그렇다면 〈추적60분〉원고는 2004년 줄기세포의 정체에 대해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의 '처녀생식'이라는 결론을 뒤집을 만한 근거를 제시했을까? 김희발 서울대 교수(동물자원과학과) 등의 일부 학계 인사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누리꾼 수준의 의혹 제기에 머물고 있다.

이 원고는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가 염색체 손상의 비율을 근거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가 아니라고 단정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실제로 인간배아 줄기세포가 배양 중에 염색체가 손상되고 있음이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수 차례 검증했던 관련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에 실소했다.

한 전문가는 "박사들이 모여서 '처녀생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학부생이 와서 생떼를 쓰는 격"이라며 "〈추적60분〉팀에 자문을 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2004년 줄기세포의 염색체 손상의 비율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4년 줄기세포의 경우에는 '결손', '재조합' 등 지금까지 알려진 유전자 돌연변이를 다 적용해 봐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처녀생식'이라고 가정할 경우 동원체 부근에 몰려서 동형접합(homozygosity)이 나타난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DNA지문분석 결과와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 실제로 다수의 생명과학자들도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DNA지문분석 결과를 꼼꼼히 검투한 후, '처녀생식'이라는 결론을 지지했다.

***핵심은 2004년 논문 조작…'처녀생식'은 부차적 문제**

더구나 〈추적60분〉의 원고 내용이 알려진 뒤에도 2004년 줄기세포 문제를 둘러싼 전후 사정은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다.

십분 양보해 2004년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이 아니라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도대체 모체의 것과 DNA지문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2004년 줄기세포의 정체는 뭔가? 〈추적60분〉팀에 자문을 해줬다는 전문가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체세포복제 줄기세포일 수도 있다'는 희망사항만 되뇌고 있지만, DNA지문분석 결과가 모체의 그것과 다르게 나타난 이 줄기세포를 '배아복제 줄기세포'라고 인정할 과학자는 아무도 없다.

더구나 〈추적60분〉팀은 만약 2004년 줄기세포가 배아복제 줄기세포였다면 황우석 씨 측이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할 때 DNA지문분석 결과를 조작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을 못 하고 있다. 즉, '2004년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이냐 배아복제 줄기세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황우석 씨 측이 당시 논문을 조작했느냐'는 것이 본질인데 〈추적60분〉팀은 이것은 피해가면서 엉뚱하게 애먼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줄기세포의 정체는 이미 과학계에서는 '처녀생식'이라는 데 합의가 됐고 구체적인 메커니즘에 대해서 논의하는 단계다. 〈추적60분〉팀에 자문을 한 김희발 교수 등도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결론이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만 제기하지 말고 왜 틀렸는지, 또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대안이 무엇인지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만 인용한 〈추적60분〉팀**

이번에 공개된 〈추적60분〉원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배아복제 줄기세포에 대한 산업적, 경제적 전망을 과장한 마지막 부분이다.

이 원고는 '배아복제 줄기세포의 미래시장 전망이 밝다'며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2005년 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추적60분〉팀은 "이안 윌머트 등 세계적 줄기세포 학자가 참여한 이 보고서는 미국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보고서"라며 "이 보고서는 성체 줄기세포가 시장을 주도하지만 만 10년 후에는 배아 줄기세포가 70%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보고서의 전망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규제를 풀기 위한 과학계, 산업계의 바람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 잡지는 배아 줄기세포에 대한 규제를 풀기 위한 과학계, 산업계의 목소리를 주로 실어 왔을 뿐만 아니라, 2005년 11월에는 황우석 씨를 '올해의 연구 리더'에 선정했다가 논문 조작 사실이 드러난 뒤 취소한 적도 있다.

***〈네이처〉 "배아복제 줄기세포 전망에 극히 회의적"**

오히려 배아복제 줄기세포의 산업적, 경제적 전망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사이언스〉, 〈네이처〉 등 본격적인 학술 잡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일반 대중 과학잡지일 뿐이다. 〈네이처〉는 황우석 씨의 논문 조작 사건이 확인된 후 지난 2월 '줄기세포 여정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배아복제 줄기세포 관련 업계의 동향을 짚는 기사를 실었다.

황우석 씨의 경쟁자로 널리 알려진 어드벤스드 셀 테크놀로지(ACT)는 황 씨의 논문 조작 사건 이후로 승승장구하고 있을까? 현실은 정반대다. 〈네이처〉는 "황우석의 연구가 취소되었지만 ACT는 주도권을 다시 찾아올 만한 여건이 못 된다"며 "이 회사는 2005년 2600만 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끌어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네이처〉는 다음과 같이 글을 끝맺고 있다.

체세포 핵이식을 이용한 인간복제에 대해 (ACT의) 란자가 가진 낙관적 견해를 같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메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있는 옥스퍼드 바이오사이언스 파트너스(OBP)의 벤처 투자가 더글러스 팸브로는 "난 ACT 외에 그 연구를 한다는 기업이 있다는 얘길 못 들어 봤다"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지도적 줄기세포 과학자는 더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나는 인간의 체세포 핵이식에 관한 특허가 중요한 상업적 가치를 가질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며 "황우석의 논문 때문에 자기 회사의 자금 확보 길이 막혔다고 란자가 말할 때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439(9 February 2006) : 658-659)

***배아복제 줄기세포로 난치병 치료?**

이런 〈네이처〉의 지적대로 황우석 씨, 〈추적60분〉팀, 과학기술부의 주장과는 달리 배아복제 줄기세포가 갖는 가능성은 여전히 과장돼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공교롭게도 이런 〈네이처〉의 지적에는 2005년 6월 황우석 씨의 조작된 논문을 검증 없이 발표했던 〈사이언스〉도 동의하고 있다.

〈사이언스〉는 황우석 씨의 논문을 발표한 직후인 2005년 6월 10일자에서 "과학자들은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인간의 발달 과정과 질병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데 거의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며 "그러나 그 세포들이 척수 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실제로 쓰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덜 분명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이언스〉는 "캘리포니아 주의 제론(Geron) 사가 (배아복제 줄기세포가 아닌) 수정란 줄기세포를 써서 척수 손상을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2006년 여름에 실시하려는 계획에 대해서도 많은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임상시험 과정에서 환자들에게 위해를 끼칠 경우 그 분야 연구가 후퇴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배아 줄기세포 자체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배아복제 줄기세포의 전망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사정 때문에 황우석 씨의 논문 조작 논란이 한창이던 12월 13일 미국에 거주하는 한 교포 생명과학자는 "여러 질병 중에서 가장 폭 넓은 환자층을 가지고 있는 암, 심장 질환, 비만, 노인성 질환, 당뇨병 중에서 줄기세포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당뇨병밖에 없다"며 "이 중에서도 '소아 당뇨'만이 줄기세포로 치료가 가능하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비싼 돈이 요구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전체 당뇨병 환자 가운데 극히 제한된 환자만 그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며 "황우석 교수의 연구 결과가 미칠 경제적 효과는 과장됐다"고 명확히 지적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