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시민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사회원로들이 2003년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고위관료들을 옹호한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 주목된다.
***희망포럼 "정부 고위관료들이 외환은행을 불법매각했다"**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이필상 함께하는시민행동 대표 등 주요 시민단체 대표를 비롯한 36명의 사회원로들이 주축이 된 사단법인 '희망포럼'은 29일 서울 광화문 대우빌딩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외환은행 불법매각 관련자들을 두둔하고 사정당국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전날 대한상공회의소 특강에서 "외환은행 매각 당시 상황으로 봐서 고위 공직자들은 부정이 없었을 것으로 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희망포럼은 이날 성명서을 내고 "수십 년 간 국민들의 희생과 혈세로 키워놓은 외환은행의 경영지배권을 실정법상 자격 미달인 외국 투기자본에 헐값으로 넘긴 정부 고위관료들의 불법행위는 국민들에게 심한 분노와 좌절감을 주고 있다"면서 비판의 초점을 론스타보다 정부관료에 맞췄다.
희망포럼은 론스타에 대해 "1조 원을 주고 외환은행을 매입해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은행의 경영보다는 미국 내 점포나 전산실 등을 비롯한 자산의 매각으로 재매각 이익을 극대화하여 4조5000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매각이익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세금 한 푼 안 내고 철수하려고 한다"면서 "이같은 론스타의 뻔뻔스러운 행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도록 도와준 정부 고위관료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의혹의 크기를 더하고 있다"고 정부관료들을 성토했다.
희망포럼에 참여하고 있는 원로들이 뒤늦게나마 외환은행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일부 뜻 있는 국회의원과 언론에 의해 드러난 사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KBS가 지난 19일 〈일요스페셜〉을 통해 방영한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며 "2003년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격 미달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억지로 팔고자 청와대, 재경부, 금감위, 외환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른바 '10인 비밀회의'가 열렸고, 여기에서 매각 수고비 조로 '도장 값'까지 거론되었다"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정부 고위관료와 외국 투기자본이 결탁한 명백한 불법거래이기 때문에 원천무효이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매각 절차는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 박탈하고, 재매각은 즉각 중단돼야"**
희망포럼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최근의 재매각은 지난 김대중 정부부터 현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부관료와 외국 투기자본이 결탁한 무차별적인 기업과 은행 매각의 일부"라면서 "국회는 관련된 전현직 재경부 고위 경제관료들의 불법행위를 밝히고 적극적으로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희망포럼은 더 나아가 현재 진행 중인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은 전면 중단돼야 하며, 2003년 외환은행이 미국계 투기펀드 론스타에 매각된 배경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종훈 덕성여대 이사장은 희망포럼을 대변해 검찰과 금융감독당국 등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밝혔다.
그는 "검찰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국회 재경위 등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10인 비밀회의' 참석자들과 사건관련자들 전원을 소환하여 실체적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면서 "금감위는 지금이라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재매각 일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희망포럼은 "오늘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검찰, 금융감독기관이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여 론스타의 의도대로 재매각이 진행된다면 국민들과 함께 진상규명을 위한 대대적인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은 노조 "정부가 개입한 재매각 중단하고 독립적 이사회 재구성해야"**
이날 외환은행 노동조합도 정기 주주총회에서 외환은행 매각을 중단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경영진에 촉구하고 나섰다.
외은 노조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매각절차를 중단하고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론스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매각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론스타와 국민은행 간 양해각서 체결은 정부가 개입한 불공정한 입찰에 따른 결과물로 금융시장 독과점을 야기하고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외환은행을 사라지게 만들어 금융산업 성장동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노조는 "론스타 지분을 어떻게 처리해서 장래의 소유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는 독립적인 인사들로 구성되는 외환은행 이사회가 주도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외환은행 경영진과 이사회가 소액주주와 임직원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제시 노력조차 아니 한 것은 이사로서 직무유기이며 배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외은 노조는 이미 지난 27일로 예정됐던 국민은행의 정밀실사를 저지한 뒤 이날 주총장과 공정위, 국세청 등에서 침묵시위를 시작으로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는 한편, 4월 1일에는 '매각 중단 및 독자생존 쟁취를 위한 전직원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로 하는 등 조직적인 행동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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