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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예스맨'이 '40대 예스맨'되는 세대교체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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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60대 예스맨'이 '40대 예스맨'되는 세대교체는 안돼"

[고성국의 정치in]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6.2 지방선거 패배의 충격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 이런 저런 쇄신론으로 한나라당 안팎이 소란하더니 마침내 14일 아침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쇄신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주 금요일 오후에 권영세 의원을 만났다.

"당 쇄신이 청와대 쇄신보다 먼저"

"계파, 지역, 선수를 고려하다보니 비상대책위가 상당히 '비대'해진 것 같다. 비대위가 민심도 수렴하고, 세종시나 4대강 사업 문제의 방향도 잡아가야할 것 같은데?"
"전당 대회가 7월 10일~14일 사이에 열린다면 쇄신의 큰 방향에 대한 조율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쇄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쇄신의 큰 방향은 수렴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새 지도부에게 넘길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그렇다. 지금 초선 재선 중심으로 쇄신 운동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결과들을 취합해서 당의 쇄신 활동에 반영하는 것은 새 지도부의 할 일이 되겠다. 당 쇄신 분위기를 잡아가다 보면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도 있을 것이다."

▲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프레시안(박세열)

"청와대 참모들이 먼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순서가 잘못됐나?"
"그렇게 생각한다. 당은 나름대로 청와대에 대한 견제 등 역할을 잘해 왔는데 청와대와 정부가 잘못해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여권 전체가 반성을 해야 한다. 여당이 책임질 부분이 많이 있다. 특히 세종시 문제 등 여러 정책에 있어서 청와대에 대한 비판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여태까지 순순히 따라오다가 '청와대 책임져라!' 이것은 옳지 않다."
"당은 어떤 지적을 받아야 하나?"
"당이 청와대에 끌려 다니고 예스맨 노릇만 해왔다면 그동안 왜 당청관계를 제대로 확립 못했나 하는 지적이 있어야 한다. 당이 어떤 노선으로 갔어야 했는지, 중도실용 노선에 따라 정부에 대해 '이런 방향으로 가라'고 제대로 요구해 왔는지 등이 지적될 수 있다. 청와대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일단 각각의 단위가 서로 믿고 쇄신을 해보자는 것이다. 만약 당은 쇄신할 만큼 했는데 옆을 보고 뒤를 보니 청와대와 정부는 하지 않았다. 그러면 비판을 해야 한다."
"당은 아직도 자기 쇄신에 대한 절박성이 크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 당이 옳은 방향을 상정하고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당쇄신이 (청와대 쇄신보다) 선행돼야 한다."
"당 쇄신 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뭔가?"
"'중도실용주의'라는 당의 정체성 확립, 정치 노선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쇄신 논의와 관련해 굉장히 답답한 게 뭐냐면, 여태까지 수 없이 있었던 쇄신 논의와 별로 다르지 않게 진행돼 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선거가 잘못될 때마다 누구 책임인지 찾아서 인사 쇄신하라, 이런 쪽으로만 가는데, 그것보다는 내용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

"60대 '예스맨'이 40대 '예스맨'으로 가면 '세대교체론' 의미 없어"

선거 후 여권 내에서는 세대교체 주장이 쇄신론과 같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왜 지금 '세대교체론'인가'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 앞뒤 맥락을 이해하기 힘드니 뜬금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인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필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권 의원은 기본적으로 세대교체론에 공감은 하면서도 '제대로 된'이라는 강한 전제를 붙였다.

▲민주당에서 비교적 '젊은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이런 변화가 없으면 힘들겠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주자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현실적인 걱정 때문에 세대교체론이 나왔다." ⓒ프레시안(박세열)
"왜 세대교체론이 제기됐나, 이유는 간단하다. 선거 때 농담 삼아 '날씨가 좋으면 20, 30대가 놀러가니까 한나라당이 유리하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이런 얘기가 나오면 안 된다. 과거 민주화 운동 경험이 있는 40대 후반, 50대 초반 세대, 그리고 20, 30대의 지지를 못 받는다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없다는 생각이 조금씩 (한나라당에) 자리를 잡아왔다. 이번에 20대, 30대가 등을 돌려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젊은 정치인들이 주목을 받은 측면이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40대다. 송영길, 이광재, 안희정이 40대, 유시민, 김두관이 50대 초반인데, 민주당에서 비교적 '젊은 지도자'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이런 변화가 없으면 힘들겠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주자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현실적인 걱정 때문에 '우리도 40대, 50대 지도자를 키워야 하지 않느냐'는 뜻에서 세대교체론이 나왔다."
"'세대만 바뀌면 된다'는 것은 위험한 것 같은데?"
"그렇다. 문제는 현실적인 부분이다. 외국에서도 40대 지도자들이 실패했던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세대교체가 있어야 한다. 60대 예스맨에서 40대 예스맨으로 바뀌는 세대교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권 의원의 말을 들으면서 한나라당 젊은 초선 의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은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공격적이고 이념성이 두드러진 면이 있다. 이를테면 '10년 좌파 정권의 적폐를 없애겠다'는 '투철한 의식'으로 18대 국회에 들어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드물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권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10년 우파 적폐를 공격하는 실수를 한 것과 같다"고 촌평했다.

"얘기가 다시 중도실용으로 돌아가는데, 중도실용의 가치가 이번 선거에서 제대로 실천이 안됐다. 과연 정치, 교육, 산업 분야에서 중도실용의 가치가 당 전체를 일관하는 흐름이었느냐? 돌이켜보면 아니었던 것 같다. 과거 열린우리당도 '우파 정부의 적폐'라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 공격적으로 드라이브하다 실수를 많이 했다.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였나?"
"중도실용의 가치와 선거 전략이 따로 놀았다. '좌파 정권 10년 적폐를 빨리 걷어내야 하겠다'는 식으로 공격적인 것에만 집착해 중도실용의 가치는 잊어버렸던 것 같다. 불심검문을 강화한 경찰관 집무집행법 개정안 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 전교조 명단 공개 문제도 공개 여부와 별개로 법원 판단에 대해 '우리는 그 판결에 승복 못한다'고 집단행동을 했는데, 여당 의원으로서 품격 있는 우파의 모습이 아니었다. 중도실용적인 모습도 아니었다. 극단적인 모습이다. 그런 행동들이 쌓여 이번 선거 결과가 나왔다."

"4대강 사업, 야당과 타협하든지 속도조절 하든지"

6.2지방선거는 여당에게도 야당에게도 독이 될 수 있고 약이 될 수 있다. 어느 쪽이 이번 선거를 약으로 쓸지에 따라 향후 정국구도가 결정될 것이다. 권 의원은 이번 선거가 "국정운영 측면에서 정부에게도 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몇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것을 약으로 쓰려면 선거에 따른 민심을 잘 읽고 그에 부응하는 행보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여당이 그렇게 갈 수 있을까?

▲ "4대강 사업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사업이 표류하게 되는 모습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차질이 생길 것이다. 중앙정부가 속도조절을 하든지 양보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프레시안(박세열)

"아직은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나는 '비주류', '중립'에 서 왔었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청와대 비판을 했다.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안 좋은 정치'라고 보면 안된다는 얘기도 많이 했다. 민주주의는 과정이 중요하고 반대자를 잘 설득해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그런 부분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고 잘 해나간다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세종시 수정안은 불가능해졌다고 봐도 되나?"
"저는 불가능해 졌다고 본다. 국민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민의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피드백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어떤 '출구 전략'이 필요할까?"
"사실 수정안이나 원안이나 논리는 다 알려진 것 아닌가. 이명박 대통령이 간단하게 정리를 하든지, 아니면 (총리를 비롯해) 시작한 사람들이 마무리를 짓던지, 그도 아니면 법안이 국회에 와 있으니까 국회에서 간단히 마무리를 짓든지 하는 방식 중에서 택하면 될 것이다."
"세종시 문제와 약간 다른 게 4대강 사업 문제다. 대통령이나 국토해양부 장관이 당선자들과 토론을 시작하는 게 좋지 않나?"
"전적으로 동의한다. 4대강 사업은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도와줘야 할 일들이 상당히 많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사업이 표류하게 되는 모습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 허심탄회한 대화가 중요하다.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차질이 생길 것이다. 중앙정부가 속도조절을 하든지 양보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무상급식은 부자급식' 프레임이 중도실용주의에 맞나?"

권 의원은 이번 지방 선거 패인 중 하나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재보선 패배 이후 중도실용주의를 표방해 국정운영 지지도를 끌어올렸는데 선거는 중도실용주의 노선과 정책으로 치르지 못한데 있다."고 했다.

"이번 선거는 중도실용주의와 별 관계없이 치러졌다. 대신 천안함 공세가 좀 많이 나갔다. 국방부도 대북 심리전 재개한다고 했다가 너무 많이 나갔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물러서는 것 같은데, 잘못된 것 같다. 무상급식문제도 중도실용과는 조금 동떨어진 입장에서 선거를 치렀다. 반성이 필요하다. 우리 쪽에서 '부자급식'이라면서, '이건희 회장 손자가 와도 밥을 공짜로 주겠느냐'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이렇게 물어보자 '이건희 회장의 손자가 공립학교를 선택했으면 공립학교 등록금을 받을 것인가?' 크게 봐서 의무교육으로 볼 수 있는 것을 갑자기 '부자급식이다', '좌파적 발상이다' 이렇게 얘기한 게 국민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 문제제기가 당내에서 전혀 없었나?"
"지난번 서울시장 경선 초기에 공천심사위원회 구성과 선거 준비에 몰두하다보니, 정책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이것도 물론 변명이다. 천안함 문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적은 있지만 제때 제대로 못한 것은 반성하고 있다.

"비주류 끌어안았던 YS…MB는 박근혜 끌어안아야"

지방선거 패인에 대해 얘기를 하던 도중 권 의원이 '95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던 'YS의 사례'를 꺼냈다. 따지고 보면 '95년 사례'야 말로 지금 한나라당에게 귀감이 될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다.

▲ "여당에게는 전술적 고려가 아니라 그런 정도의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전술보다 체질의 변화가 중요하다. 말 그대로 혁신, 쇄신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박세열)
"우리는 95년 지방선거를 봤어야 했다.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선거는 95년도 선거였다. 당시에 우리가 (신한국당) 구청장 2개를 이기고 23개를 졌다. 당시 시의원 147명이 정원이었는데, 17명 이기고 130명을 졌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정말 잘해야 한다고 주장 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우리가 눈이 멀어버렸다. 그냥 지역에서 적당히 돌아다니면서 국정 지지도 열심히 홍보하고, 경제 잘한다고 홍보하고, 야당이 천안함에 대해 잘못 대응하는 것을 꼬집으면서 '여론조사 가라사대, 우리는 대승한다'고 했다. 그런 부분에만 집착했던 게 대단히 안타깝다."
"95년에 신한국당이 지방 선거에서 참패해 패닉 상태에 빠졌고, 위기 상태였다. '이대로는 다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높았다. 그래서 강력한 쇄신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1년 후인 96년 총선을 준비할 때 그 때 최초로 집권당이 40%의 현역 교체율을 기록했다. 정말 대대적인 세대교체였다."
"맞다. 이재오, 김문수가 정치 입문했던 때가 그때다."
"YS는 자기와 사이가 나빴던 이회창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민중당 출신을 서울에 대거 공천할 만큼, 혁명적인 공천을 감행해 지방선거 패배 국면을 뒤집었다. 한나라당이 정말 벤치마킹해야 한다면 95년의 참패와 96년의 역전을 같이 봐야 할 것이다."
"100% 동의한다. 여당에게는 전술적 고려가 아니라 그런 정도의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전술보다 체질의 변화가 중요하다. 말 그대로 혁신, 쇄신을 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 패배로 계파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YS가 이회창 총재를 끌어들이고 민중당 출신을 영입하는 시도를 했다면, 지금은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와 화해하고, 박 전 대표의 세력을 안고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여권 주류 세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에게 플러스가 될 것이고, 대통령의 성공도 더 가까워 질 것이다."

"계파 끌어안기, 중도실용 회복, 새로운 리더십 창출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런 면에서 이번 전당대회는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이른바 쇄신에 대한 모든 문제의식이 녹아드는 전대가 돼야 하지 않을까?"
"굉장히 중요한 얘기다. 우리는 패배하는 줄도 모르고 패배한 상황이다. 당이 이렇게 가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있고, '쇄신' 분위기도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다시 한 번 신뢰를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원 한 사람 한 사람.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노력을 굉장히 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좀 더 다른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대권 레이스가 시작됐던 2006년 전당대회를 반면교사 삼아서 이번 전당대회는 계파 갈등을 극복하는 장이 돼야 할 것이다."
"전당대회만으로 될까?"
"이번 전당대회로 하루아침에 계파 문제가 극복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위기와 계기는 만들어졌다. 많은 의원들이 이제는 '계파를 탈피해야 한다'고 하더라. 현실적으로 완전한 '탈피'는 어렵다하더라도 간격을 줄여나갈 수는 있다. 지금까지는 전당대회, 선거, 정책 결정 등의 문제가 계파적 프레임에 의해 90% 이상 좌우됐다면 이런 비중이 줄어드는 쪽으로 갈 수 있지 않겠나."
"계파 극복을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계파 문제에 있어서는 주류 쪽 책임이 크다고 본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주변에 있는 분들,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분들이 더 마음을 열고, 우리가 지금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단임제 대통령이 선거에 또 나올 일은 없지 않나.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도 박 전 대표의 도움을 받는 쪽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김문수, 오세훈, 정몽준, 원희룡…대권 경쟁 다 들어와야"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거의'라 표현한 것은 그가 지역구인 달성군수 선거에는 상당히 깊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선거에서 박 전 대표는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내상이 생각보다 깊을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도 '박근혜도 선거에 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박 대표에게는 뼈아플 것이다.

"달성군수 패배 부분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한 종류의 선거만을 가지고 모든 것을 재단할 수는 없다. 이번 선거 패배가 박 전 대표에게도 좋은 계기일 수 있다. 왜 우리가 졌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분명해진다면 박 전 대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최대 승리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라는 평이 있다. 대권주자 반열로 성큼 올라섰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오세훈 시장도 잘 싸웠다. 오 시장도 구청장 선거 표가 전부 한명숙 후보에게 못가도록 만든 공이 있다. '줄투표'를 막아낸 것은 나름대로 선전한 것이다. 물론 야권 유력 주자인 유시민 후보를 꺾은 점에서 김문수 지사가 최고 승리자라고 얘기하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은 1등, 2등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 앞으로 (대권) 경쟁 구도는 다양해지는 게 옳다. 다만 광역단체장들의 임기는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두 사람 다 (2년 반 후에) 직접 주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잠재적인 주자군으로 많은 분들이 생각해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게 필요하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니 한나라당 차기 당대표로 박근혜 전 대표가 42.1%, 정몽준 전 대표가 7.4%, 그리고 원희룡 의원이 6.9% 더라. 원 의원은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졌는데, 당대표가 될 수 있겠나?"
"원희룡 의원을 비롯해 누구라도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원 의원이 정 대표와 엇비슷하게 지지를 받은 부분을 보면 원 의원이 당의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원 의원은 이미 2007년에 대선주자로 나선 적도 있지 않나."
"정몽준 전 대표는?"
"당장 복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긴 레이스를 하다보면 중간에 넘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빨리 툭툭 털고 다 들어왔으면 좋겠다. 김문수, 오세훈, 정몽준, 원희룡, 박근혜 모두 다 당의 자산이다."

▲ "김문수, 오세훈, 정몽준, 원희룡, 박근혜 모두 다 당의 자산이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시안(박세열)

"전당대회 출마? 아직 결정 못 했지만…"

사진으로 본 권 의원의 헤어스타일은 '올백'이었다. 그런데 만나보니 가르마를 탄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의 '강성'이미지가 많이 누그러져 보였다.

"사진보다 실물이 나은 것 같다."
"실물이 낫다고 하니 기분은 좋은데 정치인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 같다. 정치인은 이미지가 중요하다는데.(웃음)"
"대중과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가나?"
"아직 결정 못했다. 당에 기여하는 게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상황에서 서울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를 21대 4로 완패하다시피 했으니 그 부분에 대한 책임도 있다. 정치라는 게 시기가 맞아야 한다. 제가 이번 선거 결과에 정치적인 구애를 받아야 할지, 아니면 책임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더 큰 결단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
"서울시당위원장 임기는 언제 끝나나?"
"원칙적으로 7월 23일인데, 오늘(11일)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들과 오세훈 시장, 지역 사무국장들과 간담회를 끝으로 시당위원장으로서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 책임지고 그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민 중'이라고 했지만 시당위원장까지 그만뒀으니 주변에서 당대표 출마하라고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여러 얘기들을 한다. 직접 나갈 수도 있고, 다른 분들에게 맡기면서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 더 와 닿나?"
"대 놓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저한테 좋은 쪽으로 (전당대회에 나가라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권 의원과의 인터뷰는 처음부터 시간제한을 두지 않았다. 선거 후 정국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었고 짚을 것 다 짚고 할 말 다 하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뜻에서였다.

권 의원은 때로 지나치리만큼 솔직했고 까다롭고 예민한 문제도 피해가지 않았다. 필자의 지적에 동의하면 솔직하게 동의한다 했고 비판은 진지하게 경청했다. 50대 초반의 성숙함과 집권당 3선 중진의원의 무거움을 같이 느낀 인터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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