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2인자 엘리스 쇼트 부회장이 내한해 최근 한창 진행 중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한국의 국회와 시민사회 등의 움직임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외환은행의 매각과 관련된 업무를 보기 위해 방한했다는 엘리스 쇼트 부회장은 16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매각해 얻는 차익은 위험한 투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세청이 지난해 부과한 탈세 과징금 1400억 원을 다 낼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한국에서 거둔 이익에 대한 보답으로 사회공헌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헐값 매각' 의혹…"위험 감수하겠다고 나선 건 론스타뿐"**
현재 검찰과 감사원은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된 경위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수사 및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의혹들의 핵심은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안 되는 론스타가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및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 외환은행 전 경영진과 모종의 모의를 한 결과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엘리스 쇼트 부회장은 "당시 외환은행은 자본을 필요로 했으나 론스타 외에는 누구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다. 한국정부 역시 자본을 제공하거나 보증을 해주지 않았고, 기존 투자자인 코메르츠나 수출입은행 역시 추가적인 위험을 지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쇼트 부회장은 "전세계 여러 국가에 투자를 하고 있어서 세제당국과 빈번히 이견이 발생했지만 언제나 해결책을 찾아 왔다"며 "그러나 이번처럼 형사상 고발을 당하거나 논쟁의 주체가 된 것은 처음"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먹튀' 논란…"高리스크에 高수익 당연"**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현재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작업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외환은행의 인수를 원하는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등이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론스타가 사법당국에 덜미를 잡히기 전에 가능한 빨리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국외로 도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무성하다.
엘리스 쇼트 부회장은 "일부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상당한 차익을 볼 것이라고 보고 (매각이) 성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익을 보는 것은 (론스타가) 은행을 건전화시켰고 한국경제가 회복되면서 (외환)은행이 실적을 개선한 때문이지 (2003년의 외환은행 매매) 거래에 잘못이 있어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외환은행의 조기매각 논란에 대해 그는 "외환은행을 지난 2003년 인수해 이미 지난해 말 외환은행을 팔 준비가 돼 있었다"라며 "이는 (지난해 11월) 대주주 보유지분에 대한 매각제한조치 기간이 종료된 것과 관계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세금 완납하겠다고 한 적 없다"**
한편 엘리스 쇼트 부회장은 지난해 국세청이 론스타의 자회사인 론스타 코리아가 세금을 탈루한 데 대해 부과한 1400억 원의 추징금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시했다. 론스타는 지난해 세금 탈루가 적발돼 추징금이 부과된 외국계 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추징금을 완납하지 않아 비난을 샀다.
쇼트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방한 당시 국세청을 방문해 론스타가 국세청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등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비협조적이었던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추징금을 전액 바로 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에 대해 쇼트 부회장은 "지난해 말 한국 관료를 찾아가 (론스타코리아의 전 사장인) 스티븐 리가 죄를 지었다는 점과 그의 범죄를 더 일찍 찾아내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세금을 완납하겠다고 약속한 적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또 쇼트 부회장은 "(스티븐 리의 조세포탈 사건을) 론스타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억울"하다며 "우리도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론스타의 사회환원은 다음 '먹튀' 위한 포석?**
외환은행의 매매대금이 시장의 예상대로 6조 원에서 형성되면 론스타의 매매차익이 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엘리트 쇼트 부회장은 "외환은행의 인수·매각은 현재까지 가장 큰 투자였다"라며 "아직 매각이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매각이 종결되면 평균보다 높은 수치의 괜찮은 투자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막대한 시세차익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인식을 의식한 듯 "위험성이 높은 거래를 했기 때문에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쇼트 부회장은 국내에 형성된 론스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향후 한국 투자를 꺼리게 하는 유인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투자 결정은 경제성에 바탕을 둔다. 불리한 이미지가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계속 거래하는 것이 바람인 만큼 좋지 못한 이미지를 고치겠다"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한국에의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의 이런 발언은 이른바 '반외자 정서'도 투자의 효율성을 최우선시하는 투자자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외국계 자본의 경영에 간섭하거나 규제를 가하면 외자를 유치하기 힘들어진다는 정·재계 일각의 주장이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타당하지 않음을 확인시켜준다.
이에 더해 쇼트 부회장은 "한국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시하겠다"라며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는데, 비즈니스 성격의 재투자가 아닌 기부활동이나 사회공헌 등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이 부과한 과징금도 제대로 내지 않겠다는 론스타가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최근 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주식(CB)을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게 헐값으로 넘긴 것 등에 대한 비난여론이 고조되자 '8000억 원의 기부금'을 사회에 낸다고 발표하면서 여론을 돌려보려고 한 태도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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