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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줄기세포 그림자'…식약청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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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줄기세포 그림자'…식약청 뭐했나?

업계 로비 규제 완화…성체 줄기세포 연구도 '진정' 필요

황우석 교수의 복제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좌초되면서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성급한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기대 역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휠체어서 일어섰다는 '기적의 증인'…1년 후 휠체어에 앉지도 못해**

〈중앙일보〉는 16일 중증 척수마비 환자로 2004년 성체 줄기세포를 주입받은 황미순(39) 씨의 현재 상태를 전했다. 황 씨는 2004년 11월 25일 성체 줄기세포(탯줄 혈액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뒤 척수 신경이 부분적이나마 되살아나 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치료는 조선대학교와 (주)히스토스템이 주도한 것.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황 씨는 걷기는커녕 심한 허리 통증 때문에 휠체어에도 제대로 앉지 못해 누워 지내고 있었다. 2005년 4월 2차 줄기세포 시술을 받고 나서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황 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첫 시술 후 나타났던 호전 반응은 곧 사라졌다"며 "이후 시술을 다시 받다가 이 꼴이 됐다"고 참담한 현재 상황을 전했다. 황 씨의 남편도 "기적이 악몽으로 변했다"며 "아내 같은 난치병 환자들이 줄기세포에 너무 기대를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과학계, 업계 로비로 식약청이 규제 대폭 완화한 탓**

의학적으로 확실히 검증되지도 않은 성체 줄기세포 연구가 황 씨와 같은 환자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의학적 근거가 약한 시술을 규제를 거의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응급임상'이라는 기형적인 임상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응급임상'은 원래 생명이 위독한 환자에게만 허용됐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4년 7월 '의약품 임상시험 계획 승인 지침'을 개정해 '응급임상'의 범위를 크게 넓혔다. 개정 이전에는 "심각하거나 긴박하게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로 제한했던 반면, 개정된 지침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와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치료 선택이 될 수 있는 경우"를 추가한 것이다.

2004년 황우석 교수가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발표하면서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커진 틈을 타 성체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원하던 과학계와 바이오 벤처들이 규제 완화를 식약청에 촉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 때문에 2003년 1건도 없던 응급임상 승인 건수는 2004년 31건, 2005년 118건으로 늘어났다.

***난치병 환자에 불법 임상시험해 적발됐던 기업이 '기적의 치료제'?**

식약청이 '긴급임상' 시험 규제를 완화하던 시점은 이미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견된 상황이었다. 식약청은 같은 해 4월 (주)히스토스템 등이 "난치병 환자에게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임상시험을 했다"고 적발하기도 했다.

식약청 적발 당시 (주)히스토스템의 경우에는 대머리 환자 18명, 간경화 환자 20명, 당뇨병 환자 3명 등 총 53명의 난치병 환자에 대해 안전성이 확인되지도 않은 세포 치료제의 불법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특히 의정부성모병원, 한양대병원, 조선대병원, 제주한라병원 등 종합병원과 개인의원 다수가 이 업체의 불법 임상시험에 협력했다.

하지만 식약청은 이렇게 불법 임상시험을 적발해놓고도 오히려 난치병 환자의 소망과 줄기세포 연구 발전을 핑계로 불과 몇 개월 뒤 '응급임상'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당시 〈프레시안〉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은 이런 무분별한 규제 완화에 대해 비판하기는커녕 황 씨의 예를 대서특필하는 것으로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환상을 부추겼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 '성체줄기세포 과열' 진정시키는 방안 강구**

이런 식약청의 규제 완화의 결과는 참담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73건의 성체 줄기세포 응급임상을 추적한 결과 사망 12건을 포함해 △부작용 발생 △호전 증거 없음 △시술 포기 등 치료 효과가 없는 경우가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병원 측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나머지 사례 중에도 황 씨의 경우처럼 효과가 금방 사라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들어 성체 줄기세포 연구자들조차 상업적 이익을 위해 무분별한 임상시험에 몰두하고 있는 일부 연구자와 바이오 벤처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던지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한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도 바이오 벤처업계 등이 이같은 줄기세포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부추기는 현상을 진정시키는 방안 마련에 나설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향후 줄기세포 연구 전반에 대한 윤리적·법적 틀을 만드는 방안에 일부 위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뿐만 아니라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도 한층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천주교계 등에서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등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실망이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또 다른 기대감으로 표출돼 사회적 부작용을 낳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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