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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황우석 신드롬', 진실은 이렇다"

[시각] 한 생명공학자가 본 '황우석 연구'

재미 줄기세포 연구자 한 사람이 12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 네티즌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연구자의 글은 담담한 어조로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공과를 짚고 현 사태에 대한 냉정한 시각을 주문하고 있다.

이 연구자는 그 동안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 △줄기세포를 필요한 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의 중요성이 간과돼 왔고 △난치병 환자 치료 가능성이나 경제적 효과가 과장돼 온 점 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독자들이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돼 전문을 게재한다.

〈프레시안〉은 미국 한 주립대학 의대의 부교수로 재직 중인 필자의 허락을 얻었다. 필자가 실명 공개를 꺼려 익명으로 싣는다. 〈편집자〉

지난 수 주 동안 언론과 인터넷 매체를 들끓게 하고 있는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기사들과 댓글 그리고 일반 국민들의 반응을 지켜보다가 생명공학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문제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일반 네티즌들의 이해를 돕고 이 문제에 대해서 감정적이기 보다 사실에 근거한 접근 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먼저 제 소개를 간단하게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대학을 마친 후에 미국에 건너와서 미국 유명 대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동 대학 연구소에서 박사후 수련 과정을 마치고 8년 전부터 미국의 한 주립대학 의대에서 부교수로 재임 중에 있습니다. 저는 대학원 과정 때부터 생쥐의 배아 줄기세포를 조작해서 인간 질병의 기작을 밝히거나 새로운 치료법의 '동물 모델'을 개발하는 일을 해 오고 있습니다.

황 교수와 같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나 줄기세포의 분화 기작에 대한 연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나 오래전부터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또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제시해 줄 수 있을 만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익명으로 글을 제보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네티즌의 정서를 볼 때 불필요한 후속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는데, 그럴 만한 시간과 여유가 제게 없기 때문입니다.

***'줄기세포'와 '복제' 연구의 전사**

황 교수의 연구 업적을 논하기 전에 '줄기세포'와 '복제'에 관해서 간략하게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시는 대로 줄기세포란 여러 세포로 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세포를 말합니다. 줄기세포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은 이름이 말하는 것처럼 식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나무의 줄기를 잘라서 심으면 뿌리를 비롯한 다른 여러 세포들로 분화가 가능하다는 관찰에 근거한 개념이죠.

동물에서의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는 '테라토마' 혹은 '테라토 카시노마'라고 불리는 여러 종류의 세포와 조직으로 분화되는 특별한 종류의 종양세포를 연구하는데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80년 초반에 영국 그룹이 최초로 쥐의 배아에서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해냈습니다. 벌써 20년이 지난 일입니다.

그 후 10년이 지난 후에 골수를 비롯한 여러 신체 조직에 줄기세포가 존재하며 그런 줄기세포(성체 줄기세포)를 분리하고 배양한 결과가 사람과 동물에서 발표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동물 복제는 1960년대에 개구리를 모델로 해서 진행이 되다가 한동안 뜸하더니 갑자기 1997년에 잘 알려진 복제양 '돌리'가 영국의 그룹에 의해서 발표되면서 포유동물의 복제 연구에 불을 댕겼습니다.

양 복제의 성공은 연이어 여러 다른 포유동물의 복제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낳게 됐고, 영장류의 복제도 가능한가, 과연 그렇다면 어떤 윤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토론이 종교, 과학, 정치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됐습니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은 세계 생명공학 역사에 남을 논문**

2001년에 미국 메사츄세스의 우스터에 소재한 Advanced Cell Technology(ACT)라고 하는 회사에서 30마리 이상의 소의 복제 결과를 사이언스에 보고했고 연이어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복제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유 복제의 성공 가능성을 소의 신장을 모델로 해서 발표하면서 인간의 복제 줄기세포를 치유의 목적으로 개발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 때 부터 '생식 복제'와 '치유 복제'라고 하는 두 목적의 복제가 나뉘어졌고, 일반적으로 인간의 생식 복제는 윤리적으로 철저히 제한하되 치유 복제는 허락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수렴됩니다. 그러나 미 의회에서는 '치유 복제' 뿐 아니라 사람의 줄기세포를 수립하는 일까지도 윤리적인 문제를 근거로 정부 차원의 연구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ACT의 '치유 복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 것이 황 교수팀에서 발표한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골자입니다. '치유 복제'에 대한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는 것 외에도 기술적인 면에서 이 논문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논문으로 인정받을 많은 요소가 있습니다. 당시 인간 복제 연구에 의하면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하기 위해서 최소한 배반포기(blastocyst)까지 체외에서 발생이 진행돼야 하는데 복제된 난자는 대부분 그 이전에 발생을 멈춰 버리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었습니다.

이 논문은 체세포 치환과 치환 후 발생을 촉구하는 단계들에 대한 섬세한 연구 결과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런 기술은 황 교수팀의 돼지와 소의 복제에 있었던 오랜 연구 경험의 축적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세계 생명공학 연구사에 길이 남을 한국 연구팀의 쾌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후속 논문으로 올 6월에 발표된 〈사이언스〉 논문은 2004년 연구를 한 단계 더 발전 시켜서 줄기 세포 수립의 효율성을 극대화 (10배 이상) 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런 높은 효율성으로 11명의 다양한 환자의 맞춤형 줄기세포를 11개나 만들어 냄으로서 이런 치유 복제가 이전의 생각보다 훨씬 용이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배아 줄기세포 치료는 언제 난치병에 이용될 수 있는가**

현제 두 번째 논문에 사용된 난자가 논문에 게재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얻어졌다고 하는 황교수의 시인 후에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과연 11개의 줄기세포가 얻어졌는가 아니면 2~3개의 줄기세포만이 얻어졌었던가 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현재 진행 중에 있는데, 그 문제에 대한 의견은 뒤에 피력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보다 먼저 이 2편의 논문의 업적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지원을 황 교수님 팀에 지원하기로 하고 국민들에게 황 교수님은 '이순신 장군'에 버금가는 국가의 영웅으로 추대되는 과학사에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된 데에는 다분히 언론의 전문성 없는 보도와 우상에 목말라하는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시너지 효과를 낸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먼저 이런 체세포 치환으로 만들어진 치유 복제 배아 줄기 세포의 치유 잠재력에 대해 살펴봅시다. 면역 반응이 없는 줄기세포가 만들어져도 그 줄기세포로 과연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느냐 그렇다면 어떤 질병이 그 과녁이 되겠는가에 대한 전문적 견해가 한국 언론에 의해서 보급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런 일입니다.

〈사이언스〉는 황 교수님의 논문이 실리기 한 주 전(2005년 6월 10일자) '뉴스 포커스'에서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임상 치료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제목으로 두 면에 걸쳐 현제 배아 줄기세포의 위치에 대한 기사를 크게 다루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빨라야 5년 그러나 아마도 10년은 지나야 시험 임상치료(clinical trial)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배아 줄기세포', 핵심은 '분화' 연구**

줄기세포는 다양한 세포로 분화될 수 있으며 세포 분열의 능력이 뛰어남으로 치료에 필요한 다량의 세포를 체외에서 쉽게 증식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바로 그 점이 치료에 활용되는데 가장 큰 장애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분화된 세포가 체내에서 계속 세포 분열을 일으킬 경우 종양이 되거나 원하지 않는 부위에 원하지 않는 세포로 생체 내에서 분화될 경우 신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이 줄기세포가 체내에 주입됐을 때 필요한 세포로만 분화와 증식을 하고 악영향이 없게 할 것인가'와 관련된 것이며 최근 10여 년 동안 수 없이 많은 연구기관과 회사에서 수십억 달러의 돈을 쏟아 부어 연구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장래는 불투명한 상태에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쥐의 배아 줄기세포는 벌써 20년이 넘게 존재해 왔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쥐를 가지고 실험해 왔지만 아직껏 그렇다할 만한 연구 결과가 없다는 것은 이 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나게 해주고 있습니다. 황 교수팀은 복제에서 시작해서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는 일은 성공했지만, 그 세포들이 임상에 쓰이기 위해서 정작 필요한 부분의 연구는 한참 뒤져 있는 상태이므로 환자의 맞춤형 줄기세포를 수립해낸 것으로 가장 어려운 난관을 이미 다 극복해 버린 것처럼 오해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맞춤형 줄기세포' 혜택 볼 난치병 환자는 극히 소수**

한 신문은 최근에 황 교수님의 연구 결과가 미칠 경제적 효과를 보도하면서 적게는 몇 십조 원에서 많게는 몇 백조 원의 경제 가치가 있다고 보도하였고 대부분이 거기에 대해서 별로 의심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황 교수의 연구로 인해서 한국을 먹여 살리기라도 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현재 여러 질병 중에서 가장 폭 넓은 환자층을 가지고 있는 질병들을 살펴보면 암, 심장 질환(고혈압, 중풍, 심장마비), 비만, 노인성 질환, 당뇨병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 중에 줄기세포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당뇨병밖에 없습니다. 당뇨병은 크게 2개의 타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자아 면역 질병으로 몸 안에 있는 면역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β)세포를 파괴함으로서 발생하는 것으로 전체 당뇨병의 10% 정도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는 '소아 당뇨' 혹은 '인슐린 의존 당뇨'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이 경우 인슐린 결핍으로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것이므로 혈당을 점검하고 때에 따라 인슐린을 자동 주사하는 방법으로 처리가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슐린이 부족하고 또 인슐린이 있어도 인슐린에 반응이 없어져서 생기는 질병으로 주로 성인에게 발생하며 비만과 운동 부족에 깊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줄기세포로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은 첫 번째 경우입니다. 성인 당뇨는 인슐린에 저항하는 모든 세포를 갈아치울 수가 없기 때문이죠. 현재 아동 당뇨에 대한 연구는 방대해서 다 소개 하는 건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줄기세포 쪽의 연구만 간단하게 봐도 췌장 내에 존재하는 베타세포로 분화 가능한 '췌장 줄기세포' 를 분리해 내는 연구, 발생학적인 접근으로 베타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 요인(factor)을 찾아내는 연구, 성체(골수) 줄기세포 혹은 배아 줄기세포를 베타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 등이 그 골자입니다.

배아 줄기 세포가 인슐린을 만들어 내는 세포로 체외에서 분화될 수 있다는 것은 밝혔지만 아직도 그런 배아 줄기세포가 체내에 주입됐을 때 베타세포로 분화되어 지속적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것에 대해선 쥐의 실험으로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아 면역반응이 재발해서 혹 분화된다하더라도 다시 망가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도 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혹 맞춤형 줄기세포가 '소아 당뇨'에 유익하게 쓰이게 되는 날이 올지라도,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비싼 돈이 요구될 것이므로, 결국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전체 당뇨병 환자의 극히 제한된 (1000명 혹은 1만 명에 한명) 환자가 그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황 교수의 연구 업적이 다른 질병 연구에 비해 대단히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판단해서 온 국민과 정부가 그 쪽 연구에 마치 생명공학의 사활이 걸린 것처럼 기대하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암, 심장 질환 (고혈압, 중풍, 심장마비), 비만, 노인성 질환, 당뇨병을 연구하는 많은 다른 연구원들의 사기를 꺾는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많습니다.

경제적 효과를 말할 때, 물론 임상에 활용되는 일은 미래의 일로 남겨주고 일단 맞춤형 줄기세포를 수립해주는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는 있지만, 어떻게 필요한 난자를 공급받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한 윤리적 난관에 부딪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2편의 논문이 자아낼 경제성에 관해서는 언론이 결코 낙관적으로 과장해서 국민을 호도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노벨상', '연구 기밀' 논란은 '말도 안 되는 얘기'**

노벨상을 논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합니다. 노벨상은 혹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가 인간 질병의 치유에 지대한 공헌을 세웠다고 판정될 경우 주어질 것입니다.

얼마 전에 모 일간지에서 피츠버그에서 잠적한 P연구원을 언급하면서 연구 기밀이 보안이 안 됐다는 등의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맞춤형 줄기세포의 수립에 관한 모든 정보는 이미 논문에 개제 되었고 논문에 일단 개재된 이상 누구나 비영리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자세한 정보를 요구하면 주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논문에 개제할 때는 다른 사람도 그와 똑 같은 방법으로 재현할 수 있도록 하게 돼 있습니다.

단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서 똑같은 기술을 사용해서 영리 추구를 못하도록 면허나 라이센스의 권한을 취득해 놓을 뿐이지, 다른 사람이 쓸 수 없도록 하려면 논문을 내지 말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연구 기밀 보안이 허술했다는 등의 기사는 전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볼 때에는 말이 안 되는 말입니다.

***왜 연구원의 '공'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나**

논문에 대해서 첨언하고 싶은 것은 생명공학 부분의 논문에 저자가 기록 될 때,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그 일에 가장 지대한 공을 세운 사람을 첫 저자로, 그 일을 감독하고 지휘하며 논문의 모든 내용을 책임지는 자를 마지막에 놓고 주로 '교신 저자'로 하며 그 외 여러 가지로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을 그 중간에 배열합니다.

황 교수의 첫 번째 사이언스 논문은 15명, 두 번째에는 25명의 많은 수가 공저자로 돼 있는데, 두 편 모두 황 교수가 첫 저자이면서 교신저자로 기록 되어 있습니다. 공동 교신저자로 문신용 교수와 섀튼 교수가 첫째와 둘째 논문에 각각 기록 돼 있고요. 사실 첫째 논문의 경우 기술적인 논문이므로 누가 그 풀리지 않던 기술적인 문제에 획기적인 공헌을 했는가가 논문상에 드러났어야 할 것 이라고 여겨집니다.

언론에 잠적한 P연구원이 난자의 핵을 제거하는데 결정적인 기술을 제공하고 그 기술에 권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는데 그 연구원은 첫 논문에 4번째 저자로 기록돼 있을 뿐입니다. 미국에서는 어떤 일에 대한 크레딧을 주는데 상당히 분명합니다. 또 그런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위기입니다. 아쉬운 것은 황 교수팀에는 누가 그런 뛰어난 기술과 브레인 역할을 해왔는지 알려지지 않고 모든 크레딧이 황 교수에게만 돌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누가 잠적하고 나서야 그 사람의 가치를 알리는 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많이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정치적으로 지도 교수들이 크레딧을 다 받고 학생이나 연구원에게 돌리지 않는 잘못된 관행은 속히 개선돼야 할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언론의 '부풀리기'가 가장 큰 문제**

결론으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황 교수팀이 발표한 2편의 〈사이언스〉 논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귀한 업적이지만 그것으로 마치 '임상에 필요한 최대의 고비를 넘었다', '노벨상을 탈 것이다', '국가 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다'등의 생각을 갖게 해서 마치 배아 줄기세포가 만병통치라도 될 것 같이 여기고 또 황 교수 한 개인이 영웅으로 취급받는 것은 생명공학에 종사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지극히 건강하지 않은 사회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일이 진행이 됐을까를 생각해 보면 가장 크게 "언론의 전문성 결여"에 있다고 본인은 생각합니다. 언론이 전문인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또 전문인들도 입을 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여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여러 생명공학 분야에 있는 지인들과 이런 문제를 나눌 계기가 있었는데 다들 황 교수의 연구업적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반응이 어이없이 부풀려 있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다만 나서서 발언하지 않는 이유들을 들어보면, 첫째로 괜히 말했다가 시기해서 업적을 폄하한다는 오해 받기 싫다는 것, 둘째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서 한 사람 영웅이 있어주는 것도 나쁠 것 없다는 것, 셋째로 덩달아 생명공학 전체가 정부와 국민들에게 잘 인식돼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넷째로 황 교수 연구세력이 상당히 큰데 적을 만들면 곤란하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필자도 한국에서 생명공학을 한다면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에 황 교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네티즌들의 공격을 생각한다면 끔찍하겠죠.

***검증 회피하는 황우석 처신이 문제 해결 어렵게 해**

부디 바라기는 전문적인 지식인의 의견이 적절하고 자유롭게 교환되고 토론되는 네티즌 문화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끝으로 MBC 〈PD수첩〉의 취재와 현재 진행 중인 그림의 조작에 관한 문제, 그리고 어떻게 황 교수가 이 문제를 해결하셔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제 소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필자는 한번도 〈PD수첩〉을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번 사건에 관한 것을 포함해서요. 하지만 녹취록은 읽어 보았습니다. 사실 여부를 파헤치는 것은 기자로서의 직업관에 일치되는 것이므로 그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저는 이런 일이 국익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비윤리적'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 비윤리적인 방법을 쓴 것에는 큰 책임이 있다고 보입니다. 신분을 보장하겠다는 둥의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도 않았고 그 외에 여러 약속들이 전혀 지킬 수도 지킬 의도도 없이 단지 원하는 대답을 얻기 위해 파고든 것은 분명 변명할 수 없는 오류라고 보입니다.

진행 중인 그림의 조작은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이 같은 세포 라인을 여러 개로 보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황 교수팀에서 정말 11개의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어서 가지고 있다면 씻을 수 없는 실수를 하긴 했으나, 문제는 나름대로 해결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너무나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게 데이터를 조작해서 만들지 않은 세포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을 가능성은 아주 적다고 보입니다.

단지 의심이 자꾸 증폭되는 이유는 객관적인 검증을 확실하게 하지 않고 있는 황 교수팀의 태도 때문입니다. 제가 속한 과에 몇 년 전에 조작 사건이 있었는데 의대와 대학교에서 조사위원회을 만들어서 조사하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보고했고, 그 교수는 결국 사임하고 NIH에서는 그 교수로 하여금 향후 10년 동안 연구비 신청을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이 되었습니다. 물론 구속은 없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이런 류의 사건은 명예와 윤리의 문제이지 범법 행위로 규정짓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조작된 데이터가 사용된 모든 논문들은 모두 취소됐고 공동 저자로 교신저자였던 다른 교수는 그런 조작에 대해 알고 있지 못했으므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습니다. 언론사나 검찰이 아닌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조속히 마련돼 이 일을 검증하게 하고 황 교수팀은 전적으로 협조해서 조속히 이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할 것입니다. 언론은 이 일의 검증이 끝날 때까지 국민의 호기심을 자극할 기사를 자제해야 하고, 아울러 네티즌은 무분별한 옹호나 비난을 멈추고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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