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들의 실험적 치료법과 신약 실험 기회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된다. 이럴 경우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과 신약을 '난치병 환자'에게 합법적으로 시술할 수 있어,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식약청, '시판 전 의약품' 환자에게 사용 가능토록 규제 완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희귀질환이나 난치병 환자의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세포치료제 등 신개발 생명공학 의약품의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의약품 임상 시험 계획 승인지침'을 개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개정 이전에는 시판되지 않은 의약품이나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환자 동의하에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심각하거나 긴박하게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로 제한했던 반면, 개정된 지침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와 "대체 치료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치료 선택이 될 수 있는 경우"를 추가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개정 지침은 또 기존의 '상업화 임상' 절차와 별도로 '연구자 임상' 절차를 신설해, 식약청이 인정한 임상시험 실시기관의 임상시험 심사위원회가 승인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 5인 이상의 임상 실시 적합 동의를 받아 식약청에 제출하면 환자에 대한 시술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 '연구자 임상'은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고, 여기서 얻은 자료는 향후 상업화 임상 자료로 활용할 수 없다.
***3월엔 불법 임상시험 바이오벤처들 식약청이 대거 적발**
이같은 식약청의 규제 완화 조치에 그 동안 세포치료제 개발 등을 추진해온 바이오벤처들은 크게 환영하는 반면, 시민ㆍ사회단체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에도 바이오벤처들이 법망을 피해 일부 희귀 질환이나 난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동물실험도 거치지 않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세포치료제 등을 임상시험을 해오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됐다.
지난 3월에는 이런 불법 바이오벤처들이 식약청에 의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88명 이상의 환자들이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세포치료제로 불법 임상치료를 받았다고 고발한 바 있다.
***바이오벤처 치료 효과 과장, 피해 환자 속출**
바이오벤처들의 불법 임상시험 피해 사례도 밝혀지고 있다. 이들 바이오벤처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세포치료제를 환자에게 투여했을 뿐만 아니라, 검증되지 않은 시술이 마치 탁월한 효과가 있는 듯 환자들을 기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바이오벤처로부터 불법 임상치료를 받았던 말기 간경화 환자 최모씨의 경우, 바이오벤처들이 "탯줄혈액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간경화증 환자 2명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는 말을 믿고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기는커녕 치료비만 거액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바이오벤처는 또 애초 거짓 정보를 환자들에게 줬을 뿐만 아니라, 간경화 증세를 간 전문의가 아닌 신장내과 의사가 치료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참여연대는 최씨와 다른 피해자들을 대리해 해당 바이오벤처와 병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참여연대, "식약청은 업체 이해관계 대변하는 기관인가?"**
당연히 시민사회단체는 식약청의 규제 완화에 큰 우려를 표시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간사는 "환자들의 피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환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다"며 "무조건 규제를 완화하기 전에 환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식약청이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수 간사는 또 "개정안에서는 개별 기관의 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아서 시행하도록 돼 있지만 현재 국내의 기관윤리위원회(IRB)는 불투명한데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과연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질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병수 간사는 "식약청은 규제 완화의 근거가 될 만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채, 무조건 '난치병 환자'와 생명공학 연구개발 얘기만 하고 있다"며 "현재 세포치료제 등이 필요한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또 치료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자료 제시 없이 무조건 규제만 완화하려고 하는 것은 업체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모습으로만 보인다"고 식약청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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