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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님, 여기 사람이 죽었습니다"

[현장] '소신공양' 문수 스님 추모제, 서울 조계사서 열려

"사람이 죽었습니다. 무고하게 죽어가는 생명을 위해, 더 이상의 살생을 막고자, 온 생명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공양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눈도 깜짝하지 않으십니까? 강의 숨통을 자르면서, 온갖 생명을 짓밟는 것으로도 모자라 사람의 목숨까지 가져가고도 이토록 냉담하십니까? 이럴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래서는 안 됩니다."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의 목소리가 떨렸다. 침통한 표정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수경 스님은, 작심한 듯 정부와 조계종을 향한 성토의 말을 이어 나갔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직후, "이제 큰 결단을 할 때가 왔다"고 말한 그였다.

'4대강 사업 중단', '가난한 사람을 위한 정치'를 요구하며 지난달 31일 소신공양(燒身供養·부처에게 공양하고자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행위)한 문수 스님의 추모제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렸다.

▲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면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의 추모제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선명수)

▲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이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기 위해 무대에 오른 수경 스님은 "생명의 존엄을 모르는 권력자들의 무지와 탐욕, 몰인정과 무자비함을 일깨우기 위해, 무고하게 죽어간 온갖 생명을 대신해 자신의 목숨을 공양한 문수 스님의 뜻만큼은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에두르지 않고 바로 말하겠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성토의 말을 이어나갔다.

수경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드러난 민심의 준엄함을 봐야 한다"며 "돈과 권력으로 방송을 장악하고 국민의 입을 틀어막아도, 양심과 진실만큼은 틀어막지 못했다. 경찰 국가나 다름없는 공안 통치의 부당함을 국민들이 투표로 보여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서 "이제 제발 그만하라. 더 이상 국민을 힘들고 지치게 하지 말고, 국민이 당신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으로 몰고 가지 말라"며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촉구했다.

수경 스님은 "(4대강 사업이) 4대강 전체를 인공 댐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토목 전문가'인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는가"라며 "민심과 천심을 거역하지 말고, 제발 '정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경 스님의 호통은 추모식 맨 앞 자리에 앉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야권 인사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수경 스님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 여러분께도 호소한다"며 "이번 지방선거의 야당 지지는 '순수한' 야당 지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제발 정신 똑똑히 차려달라"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을 야당에 대한 지지로 오해하지 말라"고 재차 강조하며 "하루 빨리 대안을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 정세균 민주당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추모제에 참여한 정치권 인사들. ⓒ프레시안(선명수)

추모제 3000여 명 참여…'4대강 사업 중단' 한 목소리

4대강생명살림불교연대·중앙승가대학교총동문회·종교환경회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공동 주관한 이날 국민 추모제는 4대 종단 종교인과 불교 신자, 시민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이어졌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 손학규 전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김진표·김진애·전병헌·홍희덕·유원일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문수 스님의 모교인 중앙승가대학교 스님들의 천도 의식으로 시작된 이날 추모식은, 천주교·불교·개신교·원불교 등 4대 종단 대표 종교인의 추모사와 각계 인사의 조사로 이어졌다.

▲ "스님의 뜻 가슴에 새겨 어머니강 지키겠습니다." 수경 스님이 문수 스님을 추모하는 팻말을 손에 들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문수 스님의 동문인 중앙승가대학교 스님들이 문수 스님의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입장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추모제에 참여한 스님들이 '4대강 사업 중단' 등 문수 스님의 뜻을 담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4대 종단 대표자들은 추모사에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종교인들의 호소에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비난하며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문수 스님의 유지에 따라,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한 '생명 살림'의 길을 더욱 우직하게 걸어 가겠다"고 말했다.

중앙승가대학 총동문회장 원정 스님은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뭇 생명이 신음하는 낙동강의 둑방에서 소신공양을 할 수밖에 없었던 문수 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남윤인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에서 전태일과 같은 수많은 민주 열사들의 모습을 본다"며 "이명박 정부는 스님이 남긴 유지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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