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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역사 '아차산의 고구려' 되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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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잊혀진 역사 '아차산의 고구려' 되살리기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에 정부도 적극 나서야

지난 2003년 말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촉발된 고구려사 왜곡 논쟁은 한때 우리에게 잊혀진 역사였던 고구려를 되돌아보게 하고, 고구려의 역사를 우리 것으로 지켜야 한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도록 하는 전화위복의 계기였다.

그러나 고구려사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학술의 차원을 넘어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중요한 고리가 된다는 시민적 각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그러지는 분위기였던 게 사실이다.

***아차산에서 발견된 '디딜방아', 고구려사 관심 다시 촉발**

그런 가운데 경기도 구리시와 서울시 광진구에 걸쳐 있는 아차산에서 최근 고구려의 유적이 또 다시 발견되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뜻있는 역사학자들과 인근지역 주민들은 이제 고구려는 우리의 역사임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도록 아차산 일대를 남한의 대표적인 고구려 유적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고려대학교 매장문화재연구소(소장 이홍종)는 "구리시 아차산에 있는 고구려 보루(큰 성을 방어하기 위해 주변에 쌓은 조그마한 성)에서 서기 6세기 전반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디딜방아 시설을 갖춘 방앗간 유적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발굴 책임자인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최종택 교수는 "보루 안의 주요 시설물로 올라가는 계단 서편에서 방아확(방앗공이가 떨어지는 자리에 놓는 돌절구 모양의 우묵한 돌)과 볼씨(방아를 거는 나무막대기를 받혀주는 돌) 등 화강암 유물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고대의 방앗간 시설이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아차산 일대는 남한에서 고구려의 유물이나 유적이 밀집돼 있어 이미 고고학계에서 주목해 왔던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1994년부터 실시된 지표조사에서 15개의 고구려 보루들이 발견된 바 있고, 1997년 이후에는 서울대 고고학팀의 주도로 아차산 제4보루 발굴작업이 이뤄져 1500여 점의 고구려 유물이 한꺼번에 발견되면서 남한에서 최대의 고구려사 유적지로 떠올랐다.

***구리시가 '고구려의 도시'를 선포한 뜻은**

그 뒤로 경기도 구리시와 서울시 광진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 가운데 고구려의 유적과 유물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데 가장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구리시는 아차산 일대에 밀집한 고구려의 역사적 유적 및 유물을 근거로 2000년에 구리가 '고구려의 도시'임을 대내외에 선포하고 다양한 고구려사 관련 사업들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구리시는 시청 입구에 '고구려 고각(鼓閣)'을 짓고, 매월 이곳에서 '소년소녀 광개토'를 선발하는 '북 치기' 행사를 열어 지역 청소년들에게 고구려의 기상을 배워 호연지기를 기르게 하고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해 왔다.

구리시는 또한 토평지구 미관광장에 '광개토태왕'의 동상을 세우고 인접한 도로에 '광개토대로'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시내 주요 건물에 고구려 벽화를 그려 구리 시민들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구리가 '고구려의 도시'임을 금세 알도록 했다.

아울러 구리시는 그동안 매년 실시해 온 '구리 문화예술제'를 '고구려 문화예술제'로 개칭하고, 이 문화예술제를 경주의 '신라 문화예술제'나 공주·부여의 '백제 문화예술제'와 같은 전국 규모의 문화예술제로 육성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구리시의 고구려사 복원 노력 중 특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아차산 일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사업이다. 구리시는 아차산의 한다리마을 계곡 10만여 평에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총 1500억여 원을 투자해 705년 간 지속된 옛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재현함으로써 아차산 일대를 고구려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현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 유적공원 조성사업 계획에는 구리시에서 발굴된 고구려 보루 중 2개(시루봉보루와 아차산4보루)를 원상대로 복원하고,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보관할 '고구려박물관'을 건립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아울러 평양에 있는 고구려 시대의 왕궁인 안학궁을 비롯해 광개토태왕비, 장수왕릉, 고분벽화, 고구려 저자거리, 승마장, 궁터, 성곽 등 중국과 북한에 산재한 고구려 유적과 유물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의 모형을 설치하는 방안도 계획됐다.

이런 내용의 고구려 유적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1500억여 원 중 박물관 건립비 등 공공부문에서 지출돼야 할 예산 200억여 원을 제외한 나머지 1300억여 원에 대해서는 이 사업에 관심이 있는 한국 기업 '코암씨앤씨' 측이 일본 기업인 '에이단건설'로부터 직접투자를 유치하기로 하고, 이에 관한 합의각서가 교환된 바 있다.

***'아차산 고구려' 복원사업, 왜 중단됐나**

그 과정에서 아차산은 지리적으로 한강을 조망하는 위치에 있는데다 중부고속도로와 접속되기 때문에 경기도 동북부와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와 쉽게 연결된다는 점과, 유적공원 조성 대상지역인 한다리마을 계곡이 중국 지안(集安)에 있는 환도산성과 지형이 흡사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런 장점은 고구려 유적공원이 완성될 경우 관광자원이 될 수 있게 함으로써 유적공원 조성사업의 사업성에 대한 전망도 밝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리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아차산 일대의 고구려사 보존 및 복원 사업은 2002년 6.13 지방선거 이후 전면적으로 중단돼 버렸다. 이는 시장이 바뀌면서 정책의 우선순위도 바뀐 탓으로 추정되지만, 우리 민족의 위대한 역사 중 하나인 고구려 역사에 대한 연구가 그동안 북한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가운데 남한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고구려 유적 및 유물 복원사업이 중단된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중국의 역사왜곡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자 언론과 학계를 중심으로 우리도 고구려에 대한 분명한 역사의식을 갖추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와 관련해 '고구려 박물관'을 건립하고 '고구려 유적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으나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편 2004년 4월 서울시 산하 시정개발연구원이 발간한 '아차산 유적을 통해서 본 서울의 문화 활용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구리시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고구려의 유적과 문화를 활용한 관광개발 계획'이 백지화된 것은 감사원이 구리시의 '고구려 유적공원' 건설사업을 제지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정책 연속성의 단절 및 리더십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지적은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계획은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해서라도 구리시와 함께 계속 추진해야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고육지책 '고구려연구재단'의 문제점**

그러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응하는 정부의 시각과 태도는 안이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라는 국민적 여론이 일어나자 정부는 부랴부랴 고육지책으로 '고구려연구재단'이라는 것을 출범시켰다.

정부는 2004년 3월 교육인적자원부 소관 기관으로 고구려연구재단을 출범시키고 이 재단에 한 해에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고구려연구재단은 고구려사를 중심으로 한국의 고대사와 동아시아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연구해 한국사의 기본체계를 정립하고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인식을 모색하는 것을 설립 취지로 삼고 있으며 고구려역사연구팀, 고구려문화연구팀, 고조선연구팀, 발해사연구팀, 동북아관계사연구팀, 민족문제연구팀 등 6개 연구팀을 두고 있다.

이 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주된 활동은 학술대회를 열고, 고대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관련 연구논문을 게재하는 잡지를 발행해 일반인들에게 배포하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고구려의 수도였던 지안을 방문해 탐사활동을 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설명은 재단의 주요 활동이 사실상 학술적인 관점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재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구리시나 광진구에서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 사업이나 고구려 박물관 유치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으나 그런 일에는 재단이 관여하지 않는다"며 "고구려와 관련된 사업을 펼치는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하는 일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향은 학술적인 측면에서 탐사와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이론적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처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고구려의 유적이나 유물을 복원하고 가시적인 기념물이나 상징물을 만드는 일에는 소홀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광진구의 '아차산 고구려축제'가 되살린 불씨**

이처럼 아차산을 중심으로 한 고구려사 복원사업 계획이 정부와 구리시 스스로의 무관심 속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이번에는 서울시 광진구가 나서서 옛 고구려인들의 생활상을 재현한다는 취지로 '아차산 고구려축제'를 열면서 아차산 일대의 고구려 유적 및 유물의 복원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광진구는 지난 10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간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와 아차산 일대에서 아차산 고구려축제를 열었다. 광진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축제는 '고구려는 웅대하고 용맹스러운 우리의 역사'라는 막연한 관념에서 벗어나, 구체적으로 아차산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할 토대를 만들고 고구려가 우리의 역사임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광진구는 이번 고구려축제를 계기로 고구려 관련 사업을 구의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광진구는 홍련1봉과 홍련2봉 등에서 아차산 일대 고구려 보루들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이미 조사된 유적에 대한 복원사업도 보다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광진구는 앞으로 아차산의 고구려 유물 및 유적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건립하고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을 통해 고구려 유적의 사후관리를 하는 방안에 대해 이미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사업타당성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광진구의 김경호 문화예술계장은 "고구려 프로젝트의 추진은 구리시에서 먼저 시작했으나 지금은 광진구가 더 의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계장은 "구체적으로는 우선 서울권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역사교육과 등반을 병행할 수 있는 고구려 유물 및 유적 전시관을 건립할 방침"이라며 "이와 관련해 서울시로부터 공원 조성에 필요한 법적 요건인 도시계획결정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김 계장은 또 "고구려 관련 사업을 통해 광진구민들 사이에 화합과 일체감을 조성하고, 온달 장군과 평강 공주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아차산 고구려축제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구리시가 포기한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사업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와 정부에선 무엇을 하고 있나**

그러나 서울시 문화재과의 권혁희 담당관은 "광진구가 추진하는 박물관은 전시관 수준의 소규모로, 당초 구리시가 추진하던 국립 박물관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서울시에서는 '한성백제박물관'의 건립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김 계장의 발언은 서울시가 송파구 풍납동이나 방이동에 대규모로 지을 것으로 알려진 한성백제박물관에 아차산에서 발굴된 문화재급 유물이나 유적을 옮겨 전시하겠다는 서울시의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계장은 아차산의 고구려 유물 및 유적에 대해서는 "경비, 보존, 발굴조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전 단계인 '잠정 목록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서울시장도 이미 지난해 1월 고구려 유적인 아차산 보루군(群)을 북한의 고구려 유적들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화재청에서도 지난해 10월 20일에 열린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회의에서 아차산에서 발굴된 고구려 유물 및 유적은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보고, 그동안 확인된 아차산 일대의 17개 보루들을 모두 '사적(史蹟)'으로 지정예고하는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당시 문화재청은 "아차산 보루군은 남한에 존재하는 고구려 유적 가운데 가장 밀집된 분포를 보이고 있다"며 "5세기 후반에서 6세기 중반까지 한강을 둘러싼 3국의 정세나 6세기의 고구려 군사시설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아차산의 고구려 보루 소재지역의 등산로를 변경하고, 체육시설을 철거하고, 인근의 헬기장 등 군사시설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아차산의 고구려 유적과 유물은 그동안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에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아차산의 고구려 유적과 유물의 복원이 단순히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대응 차원을 넘어 우리 민족 스스로의 정체성 회복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차산의 고구려 유적과 유물은 기나긴 세월 동안 땅 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살아 숨 쉬는 유기체 같은 생명력을 보존해온 것이다.

***'고구려특구' 지정을 요구하고 나선 시민들**

지난해부터는 각계 인사들이 뜻을 모아 '고구려역사문화보전회'(상임대표 이이화 역사문제연구소 고문)라는 민간단체를 결성하고 이를 통해 아차산 고구려 유적과 유물의 복원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이 보전회에는 이이화 씨 외에 임효재 아차산고구려유적조사단 단장, 박영순 전 구리시장, 김거성 반부패국민연대 사무총장, 이영련 강원대 교수, 안승남 구리남양주시민모임 의장 등 7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소설가 박완서 씨도 발기인으로 동참했다.

지난해 10월 22일 문화관광부에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공식 등록된 이 보전회는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고구려의 유물과 유적을 보전하는 것이 국민과 더불어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을 저지하는 정신적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구려 역사박물관'의 건립과 '고구려 유적공원'의 조성을 핵심 사업계획으로 채택했다.

보전회는 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는 별도로 '잊혀진 역사의 재인식 운동'을 국민적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세부적인 실천 프로그램을 마련해 민간 차원에서 국민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역사 지킴이'로 나서도록 구심체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예로 보전회는 지난 6월 20일 구리시민 4327명의 서명을 받아, 동구릉에 '조선왕조특구'를, 아차산에는 '고구려특구'를 각각 지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구리 시의회에 제출했다. 보전회는 고구려특구가 지정되면 이곳에 전국의 고구려 유물과 유적을 모아 전시하고, 고구려 유적공원을 조성하며, 그 결과를 토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보전회의 임은식(42) 사무국장은 "아차산에서 이미 15개의 고구려 보루가 발견됐고 15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는데도 아직도 이곳의 소중한 역사가 방치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시민들이 직접 고구려의 역사와 유적을 보호하는 일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국장은 "정부가 지향하는 학술적 연구와 탐사 활동은 이미 학계를 중심으로 상당부분 이뤄져 온 것인 만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보다는 오히려 남한 내 고구려 유적지들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것, 특히 고구려 유물과 유적의 보고인 아차산에 고구려 유적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효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3국 중 고구려의 국립박물관만 없다**

오늘날 문화관광 사업은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증대하고 있고, 각 지역에서도 문화관광 사업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사업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나 서울시 광진구가 고구려 박물관 건립과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에 관심을 기울여온 것도 문화정책이기 이전에 생존전략 차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고구려사는 구리시나 광진구와 같은 어느 한 지역의 문제에서 벗어나 국가적으로 민족의 정체성과 연관된 문제가 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민족분단으로 그동안 남한은 신라와 백제의 역사, 북한은 고구려의 역사를 각각 계승하는 양상으로 전개돼 온 역사연구의 방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남한에 신라를 주제로 한 '국립경주박물관'과 백제를 주제로 한 '국립부여박물관'과 '국립공주박물관'은 있지만 고구려를 주제로 한 국립 박물관은 없다는 사실은 우리의 역사의식이 편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 점에 대해 우리 모두가 반성해보아야 한다는 지적은 굳이 역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이미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추진돼 온 '고구려 유적공원' 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차산에서 발굴된 고구려의 유적과 유물을 기반으로 해서 이곳에 고구려박물관 또는 전시관을 부대시설로 갖춘 고구려 유적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

사실 고구려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고구려가 한민족의 조상이며 우리 문화의 원류를 이룬다는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국제 학술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한다 해도 해외의 학자들에게 우리의 고구려 역사를 보여줄 전시시설이 변변한 게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 한다. 따라서 고구려사에 대한 학술적 연구도 더욱 활성화돼야 하지만, 일반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고구려 유적공원의 조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구려연구회 이사장이면서 오랫동안 고구려사를 연구해 온 서경대 서길수 교수는 "고구려 유적공원을 조성하고, 고구려의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활용해 '구리 고구려문화예술제'와 '광진 고구려축제'를 활성화하고 아차산의 고구려 유적과 유물, 강남의 몽촌토성, 암사동의 선사시대 유적, 조선 최대의 왕릉인 동구릉을 연계하는 관광루트를 개발해 역사유적 투어형 네트워크 체제를 구축한다면 국민들 모두가 우리 민족의 뿌리와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고 역사 지키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역사는 우리의 역사로 남지만, 우리가 외면하는 역사를 남이 아끼고 소중히 하면 그것이 설령 우리의 역사라 할지라도 남의 역사가 되어 버린다. 고구려사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뜻있는 전문가들은 물론 경기도 구리시 및 서울시 광진구의 시민들은 아차산 일대에 고구려 유적공원을 조성하려는 이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뒷받침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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