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청와대 민원서류가 시민권리 통제에 이용되다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청와대 민원서류가 시민권리 통제에 이용되다니…"

[기고] 삼백일 넘긴 '구바세'의 구리시청 앞 1인시위

그들은 왜 스스로 고통을 감내하며 고독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가? 그것은 오직 하나, 선량한 사람들이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구리시 바로세우기 운동본부(구바세, 공동대표 홍흥표·권용식)'는 시민에 의해 선출된 이무성 구리시장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학부모를 의정부지검에 고소한 것에 반발해 올해 연초부터 거리로 나서 1인시위, 자전거시위, 주말집회를 비롯한 시민적 항의행동에 들어간 지 300일이 넘었다. 이런 장기간의 시민적 항의행동은 구리시가 생긴 이래 처음이자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광경이다.

그렇다면 구리시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에 올린 민원 유출로 민원인 피해**

지난 2004년 5월 구리시는 수택초등학교 앞의 멀쩡한 통학로를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왕복 2차선 도로로 변경하는 공사를 벌이려고 했다. 이는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본 학부모들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수택초등학교 학부모회(회장 강옥자·43)'를 구성하고 '안전한 통학로 확보 운동'을 전개하며 시의 공사 강행을 저지하는 활동에 나섰다.

학부모회는 주민 1500여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청와대, 교육부, 언론사 등에 공사 중단을 호소하는 진정을 하는 등 시의 공사강행 방침에 강력히 대응했다. 결국 시에서는 공사를 중단했고, 문제의 통학로는 더욱 아름답게 단장돼 '경기도에서 아이들이 가장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는 거리'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이무성 구리시장은 2004년 9월 14일 당시 학부모 대표였던 강옥자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강 씨가 청와대의 인터넷 신문고에 진정한 민원과 공중파 방송과의 인터뷰의 일부 내용이 허위사실로써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9월 26일 강 씨는 1심 재판에서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원고측이 언론보도와 관련된 부분을 무죄로 처리한 1심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했고, 강 씨와 구바세 역시 벌금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역시 항소하기로 해 2심에서의 진실 공방전이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0월 11일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옥자 씨의 청와대 민원 사건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 열린우리당의 우원식 의원과 윤원호 의원, 그리고 민주당의 이낙연 의원은 "강 씨는 인터넷 신문고를 믿고 안심하고 구리시장과 관련된 의혹을 민원으로 제기한 것인데, 청와대는 그 민원서류의 원본을 경기도를 통해 구리시로 이첩하여 결국 재판에서 유죄판결의 증거로 쓰이게 했다"고 지적하면서 청와대 민원 시스템의 문제점을 따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강 씨는 청와대 외에 다른 여러 곳에도 민원을 제기했으며, 청와대가 비공개로 처리했다 하더라도 민원인이 누구인지를 다 알 수 있는 사항이었다"며 "청와대도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으며, 현재 민원사무 처리규정의 개정을 통해 시스템을 보완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우원식 의원은"다른 경로를 통해 제기된 민원이 유죄판결의 증거로 쓰였다면 모르지만 청와대에 제출된 민원서류의 원본이 증거로 채택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 같은 일은 참여정부의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작은 일에도 성의를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민원서류 업무를 미숙하게 처리했다는 점에서 강옥자 씨 사건 재판과 관련해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이지만, 재판까지 받게 된 민원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민선시장이 민원인에게 사적인 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당사자인 강옥자 씨는 지난 10월 26일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를 이용했다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가 된 피해자들과 민주노동당 구리시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모임을 갖고 공동대응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특히 경기도 내 한 농협의 비상임 감사를 지낸 정모 씨가 자신의 피해사례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이 소속된 농협의 각종 비리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2003년 5월경 비공개로 운영되는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에 비리를 조사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오히려 이로 인해 직장에서 업무를 정지당했을 뿐 아니라 1500만 원 상당의 부동산을 가압류당하는 등 보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모임에서 강옥자씨는 "부정부패 비리를 제보한 민원인을 보호해야 할 청와대가 비공개로 제출한 민원인의 개인정보와 민원 내용을 피민원기관으로 이첩하는 과정에서 유출시켜 민원인에게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시정할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바세는 "아이들의 통학로 문제에 관해 청와대의 인터넷 신문고에 제출한 민원을 구리시장이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했는지 의문"이라며 "설령 일부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시민에 의해 선출된 민선시장이 민원서류를 증거로 삼아 학부모인 민원인을 고소한 것은 시민의 건전한 비판의식을 억누르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구바세는 법의 잣대로 시민의 민원을 통제하려는 행위는 선출된 공무원에게 합당한 행위가 아니니 이무성 구리시장은 지금이라도 고소를 취하하고 시민들과의 화합에 나서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무성 구리시장은 "수택초등학교 통학로 문제와 관련된 시의 조치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토지와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학부모의 민원으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며 "본인의 명예회복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민원인측에서 납득할 만한 사과를 한다면 고소의 취하를 검토하겠지만 현 단계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강옥자 씨는 "시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시장의 사과 요구는 굴복을 요구하는 수준"이라며 "시민으로서 입을 닫는 굴복을 하기보다는 시민의 민주적 권리를 지키는 방향을 선택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지키다가 법적인 책임이 가해진다 해도 그 길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끝까지 가겠다면 우리도 끝까지 가겠다"**

한편 구바세는 강옥자 씨 사건과는 별도로 부패방지위원회가 전국 관공서들에 대해 실시한 2004년도 청렴도 조사 결과 구리시가 전국 234개 기초단체 중 꼴찌를 기록한 것에 대해 시장의 대 시민 사과와 부패방지 대책 마련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구리시와 구리시의회는 구바세의 이런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모른 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늘도 1인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1월 유달리 매서웠던 추위 속에서 시작된 구바세의 1인시위에는 이 지역의 8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시민운동가 등이 돌아가며 참여하고 있다.

구바세의 백현종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많은 회원들이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300일이 넘도록 1인시위를 계속해온 것은 강옥자 씨에게 씌워진 법의 굴레를 벗겨내고 부정과 부패가 없는 지역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민의 권리가 제대로 확보되는 날까지 1위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