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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한 불교계 "소신공양은 '죽비'…큰 결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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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한 불교계 "소신공양은 '죽비'…큰 결단할 때다"

"옳은 일에 주저없이 뛰어든 실천가, 이젠 뒤 따를 때"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은 끝내 준비된 애도문을 읽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분신한 문수 스님의 입적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모여든 불교계 인사는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이었다.

'4대강 생명 살림 불교연대(불교연대)'는 조계사 내 위치한 서울선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燒身供養·부처에게 공양하고자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행위)에 대한 불교계의 입장과 장의 절차 등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 김포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 불교미래사회연구소 소장 법안 스님 등 불교계 인사들이 참석해 고인에 대한 애도의 뜻을 밝혔다.

▲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 등이 문수 스님의 영정 앞에 분향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수경 스님 "문수 스님 가르침대로 큰 결단할 때가 왔다"

애도문 낭독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수경 스님은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한참을 침통한 표정으로 침묵하던 수경 스님은 "착잡하다"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수경 스님은 "소신공양의 뜻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저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문수 스님의 소식을 접하고 충격과 안타까움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저 역시 남한강 현장에서 수행하며 4대강 사업의 실상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나름대로 큰 절박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문수 스님은 스스로 몸을 태워 공양함으로써 생명의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겨야 할 종교계에 큰 죽비를 내리신 것 같다"고 말했다.

▲ 침통한 표정의 수경 스님. ⓒ프레시안(선명수)
수경 스님은 또 "문수 스님은 저에게도 죽어가는 생명에 대해 절박감을 느낀다면, 큰 결단과 행동을 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며 "그 가르침대로, 이제 저 역시 큰 결단과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문수 스님과 함께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수학한 금강 스님과 문수 스님을 가르쳤던 중앙승가대학 유승무 교수가 참석해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말을 이어갔다.

유승무 교수는 "문수 스님은 재학 시절 학생회장을 맡아 옳은 일이라면 주저없이 뛰어들어 목소리를 내는 실천가였다"며 "그에게 불의와 타협하지 말라고 사회학을 가르쳤지만, 저는 머리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문수 스님은 항상 행동으로 옮겼었다"고 회고했다.

유 교수는 이어서 "학생회장을 맡아 학내에 문제가 있을 때 총장실까지 점거했던 문수 스님이지만, 나서기를 좋아하기보다 묵묵히 뒤에서 일하는 조용한 성격이었다"며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는 <유마경>의 말씀대로 죽어가는 생명을 위한 결단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불교연대는 성명서를 발표해 문수 스님의 입적을 애도하고,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강하게 질타했다. 불교연대는 애도문에서 "대체 무엇이 선원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던 한 운수납자를, 3년간 무문관을 넘지 않던 바위처럼 굳센 수행자를 기꺼이 적멸의 길로 가게 한 것인가"라며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이어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 살림'의 발로이자, 생명의 강을 무참히 파괴하는 탐욕과 거짓을 꾸짖는 준엄한 질책"이라며 "죽어가는 생명의 강과 고단한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함께 나아가는 일은 이제 우리의 몫이 되었다"고 밝혔다.

▲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조계사 앞에서 문수 스님의 입적을 애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선명수)

이날 불교계의 기자회견에 이어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범국민 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는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4대강 범대위는 "얼마나 더 많은 생명이 죽어야, 얼마나 더 아픈 희생이 있어야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고귀한 생명 앞에 사죄할 것인지, 이명박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면서 "지금이라도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아니었다면 죽지 않았을 생명 앞에 사죄하라. 그것만이 죽음으로써 4대강의 생명을 지키려한 문수 스님의 깊은 고뇌에 화답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한편, 31일 조계사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을 받기 시작한 불교연대는 향후 전국의 주요 사찰을 대상으로 분향소를 확대할 계획이다.

불교연대는 또 조계종 총무원·유가족과 협의해 장의위원회를 구성하고, 향후 구체적인 장의 절차를 논의할 계획이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정웅기 사무총장은 "문수 스님의 법구를 서울 조계사로 이원하는 것을 추진 중이며, 장례는 조계종과 합의해 종단장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유가족 및 지보사 스님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연대는 장의 절차 논의를 위해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 스님, 불교환경연대 상임집행위원장 현각 스님 등을 경상북도 군위군 지보사 현장으로 파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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