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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면 비판' 문수 스님 '분신' 파장…충격 휩싸인 불교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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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면 비판' 문수 스님 '분신' 파장…충격 휩싸인 불교계

"4대강 중단은 스님 마지막 유지"…1일 조계사서 향후 계획 발표

경상북도 군위군 지보사에서 수행 중이던 문수(47) 스님이 31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분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교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단체는 이날 저녁 긴급 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조계종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燒身供養·부처에게 공양하고자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행위) 소식을 접하자마자,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 퇴휴 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 현각 스님을 현장으로 급파해 사건 경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 문수 스님이 남긴 유서. ⓒ뷸교닷컴
불교계에서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에 앞장서온 '4대강 생명 살림 불교연대(불교연대)'도 문수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듣고, 서울 조계사에 마련한 서울선원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서울선원장을 맡고 있는 김포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은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여강선원, 서울선원, 금강선원 등 4대강 유역의 선원에서 수행 정진하는 스님들이 긴급하게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또 "문수 스님은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이나 여타 환경 사안에 표면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분"이라며 "묵묵하게 수행만 하셨던 스님으로 알고 있다"고 충격을 드러냈다.

불교계는 이날 밤 조계사 경내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객을 받기 시작했다. 불교연대는 서울선원 내 상황실을 설치하고, 조계사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사찰에 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또 1일 오전 7시 '문수 스님 소신공양 대책 불교단체연석회의'를 소집해 회의를 진행하고, 10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한 공식 입장과 다비 절차 등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불교계, 충격과 애도…"4대강 사업 중단은 스님의 마지막 유지"

한편, 불교계를 비롯한 환경·시민단체는 잇따라 성명을 발표해 스님의 입적을 애도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정부를 질타했다.

대한불교청년회는 "기어코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고야 말았다"며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중장비를 앞세워 밀어붙이던 이명박 정권이, 강과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다 못해 기어코 출가 수행자까지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어서 "도대체 이 정권은 얼마나 더 많은 희생, 더 많은 죽음이 있어야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라며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정부는 죽음을 부르는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내고 "생명을 무시한 4대강의 포클레인질은 결국 한 순수한 성직자의 목숨까지 앗아갔다"며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생명을 저버린 4대강 사업이 가져온 궁극의 폐단이자, 4대강 생명의 눈물이 우리 인간에게도 전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4대강 사업 중단은 문수 스님의 마지막 유지"라며 "문수 스님의 극락왕생과, 즉각적인 4대강 사업 중단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4대강 사업 중단' 소신공양, 문수 스님은 누구?

'4대강 사업 즉각 중단하라',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은 1986년 월정사로 출가해 같은 해 사미계와 1990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1998년 중앙승가대 학생회장을 지냈고, 2006~2007년엔 경상북도 청도대산사 주지를 역임했다.

▲ 문수 스님. ⓒ불교닷컴
이밖에도 해인사·통도사 등 제방 선원에서 참선 수행에만 정진해온 문수 스님은 3년 전 지보사로 들어온 이후 문밖을 나서지 않고 하루 한 끼 공양을 하며 수행해왔다.

3년 동안의 수행을 마치고 문밖을 나선 문수 스님은 입적 며칠 전부터 주변 스님에게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며 "내 몸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소신해야 겠다"는 내용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수 스님의 법구는 31일 오후 3시께 경상북도 군위군 군위읍 사직리 위천 잠수교 앞 제방에서 발견됐으며, 이 현장에는 불을 붙이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휘발유통과 유서가 함께 발견됐다.

이 유서에는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수 스님의 법구는 현재 군위군 삼성병원에 안치 중이며, 경찰은 사인 조사를 위해 부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신공양(燒身供養)

소신공양이란 부처에게 공양하고자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행위를 말한다. <묘법연화경>에 약왕보살이 향유를 몸에 바르고 자신의 몸을 불사른 일에 대해 "이것이 제일의 보시"라고 칭송한 데서 연유됐다.

국외에서는 1963년 베트남전쟁 와중에 '반정부적'이라는 이유로 절이 강제 폐쇄되자, 틱꽝득(Thich Quang Duc) 스님을 필두로 36명의 스님이 분신을 해 서구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선 반전 운동이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선 1998년 6월 27일 태고종 충담 스님이 경기도 가평군 감로사에서 ' 통일 조국'과 '중생 구제' 등을 발원하며 소신공양을 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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