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국내투자 활동을 벌여 온 외국계 자본 중 대표적인 투기펀드로 비난을 받아 온 미국계 펀드 론스타가 2년 전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불법 로비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론스타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스타타워 빌딩 매매차익 소득에 대한 세금을 탈루한 사실이 적발돼 800여억 원의 세금을 추징당하고 관계사 임원 출신들이 검찰에 고발된 데 이어 11일 국정감사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불법 로비를 벌여 금융당국으로부터 모종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학용 "BIS 비율 조작으로 외환은행 졸속 매각"**
국회 정무위 소속 열린우리당 신학용 의원은 이같은 의혹의 최대 근거로 "2003년 6월 당시 외환은행 내부에서 추정해본 결과 주요 문제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손실을 반영하더라도 2003년 말 예상 BIS 비율이 9.14%로 나왔고, 그 다음달에 실시된 금감원의 BIS 비율 점검에서도 동일한 비율이 나왔다"면서 "하지만 금감위 은행감독과의 요청에 따라 은행검사 1국에서 2003년 7월 22일에 갑자기 BIS 비율을 다시 작성했는데, 이에 따르면 비관적으로 계산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6.2%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외환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전망치를 9일만에 9.14%에서 6.2%로 재평가해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지정하고 졸속 매각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은행법 시행령에 의할 경우 외국인의 국내은행 인수는 외국 금융기관만 가능한데,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사모펀드도 인수가 가능하다"는 규정을 악용했다는 지적이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1조3000억 원을 투자해서 외환은행 지분의 51%를 인수했으며 2년 간의 지분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11월부터 외환은행 매각에 나서 차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 매각할 경우 3조원 정도를 지분을 넘기는 대가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돼, 이미 1조5000억 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은 한 나라의 자원배분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적 성격이 강해 외국계에 매각되더라도 장기적 영업활동을 하는 금융기관이 맡는 게 정상인데, 투기펀드에 이처럼 막대한 차익을 안겨주는 은행 매각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장에서까지 제기된 것이다.
특히 신 의원은 "중립적 시나리오라면 그것이 외환은행의 자체 평가를 토대로 한 것이기에 문제가 없지만, 비관적 시나리오는 외환은행이나 금감원 어느 곳에서도 작성된 사실이 없다"면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6.2%로 잡은 비관적 시나리오의 출처가 매우 의심스러우며 이 의심스런 자료에 따라 작성된 금감원 은행검사1국의 평가에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학용 의원은 이와 관련, "외환은행의 비관적 시나리오에 적용된 기준은 다른 정상적인 은행도 모두 부실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신 의원은 "외환은행의 경우 일반여신에 대한 과거 4년간 추가 손실경험률(1.09%)을 감안해 3810억 원의 추가 대손충당금을 잡고, 하이닉스 여신에 대해서도 2003년 말 주가를 1000원으로 가정해 1179억 원의 유가증권 감액손실을 추가로 포함했다"면서 "당시 이 기준을 적용하면 국내 은행 중에서 부실이 아닌 곳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하이닉스 주식과 관련해 당시 연말에는 최소 1300억 원에서 1900억 원 정도의 환입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금감원은 이를 감안하지 않고 1179억 원의 감액손실을 예상하고 BIS 비율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대해 금융당국의 해명은 의혹을 더 부풀렸다. 금감원 백재흠 은행검사1국장은 하이닉스 주식평가에 대한 답변에서 "당시 하이닉스 주식은 19% 정도만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연말 주가를 예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윤증현 위원장은 신 의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드릴 수 없는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서 별도로 설명하겠다"고 했으나, 나 의원의 질의가 이어지자 "일리 있다"고 물러섰다.
***김양수 "론스타, 매각 승인 위해 정부 압박"**
앞서 10일 재경위 국감에서도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2002년 론스타는 재경부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투자금액, 경영권 참여 등을 명시한 비밀협정을 체결했다"며 "2003년 론스타는 금감원의 승인을 무사히 받을 수 있도록 재경부를 압박했다"고 로비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김양수 의원측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론스타가 로비를 벌인 여러 정황이 있지만 비밀협정까지 맺어진 것이 로비 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당시 카드대란의 위기감에 경황이 없던 금융당국 관료들이 외환은행마저 공적자금이 투입될 부실은행으로 전락할 것을 매우 두려워해 론스타에게라도 서둘러 팔려고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수 의원측 관계자는 "문서검증 과정에서 금융당국 관료들이 단순한 정책판단 실패가 아니라 배임행위 수준의 과실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질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면서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 1국장을 맡았던 김석동 재경부 차관보, 이동걸 당시 금감위 부위원장 등은 물론 비밀협약을 맺었던 전윤철 당시 재경부 장관과 후임이었던 현 김진표 교육부 장관 등도 문책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국정조사나 청문회 추진 방침**
한편 한나라당은 12일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을 둘러싼 특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나경원 원내 공보부대표는 국감에서 논란이 된 사안들에 대해 국정조사나 청문회, 감사원 감사 요구 등 후속조치를 취할 방침이라며, 론스타 건에 대해서는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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