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내놓은 대연정론은 "허황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사 정리 작업이라는 '역사의 청소부' 역할을 하기에도 버거운 형편이라는 것.
***"노무현 대통령 대연정 제안은 보수화와 투항으로 귀결될 것"**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무조정실 산하 광복60주년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광복60년 시련과 전진 학술 토론회에서 임대식 <역사비평> 주간은 '과거사 국면에서 8ㆍ15 60주년을 맞는 단상'이라는 발표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론, 동북아 균형자론 등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임대식 주간은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잇달아 밝힌 대연정론을 '남한판 햇볕정책'에 비유했다. 그는 "화해와 타협, 비적대적 경쟁과 공존이 햇볕정책의 핵심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론은) 한반도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노동당과도 공존하는데 경상도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공존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식"이라며 "정치적 실체는 한나라당이지만 그 배후에 버티고 있는 지역과 계층을 포괄한다는 측면에서 또 햇볕정책이 (남한의) 조갑제가 김용갑을 설득해야 성공할 수 있듯이 한나라당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까지 교화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대연정론은 남한판 햇볕정책이라고 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임 주간은 이어 "북한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햇볕정책을 마지못해 받아들였듯이 노 대통령에 대한 반대자들도 위기에 처했을 때 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남한판 햇볕정책은 한나라당이 불임 정당이라는 자의식이 압도하고 그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심각한 위기 의식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대연정론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설명했다. 그는 "보수언론이 건재하고 구주류가 우리 사회를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한 게다가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극히 낮은 현 국면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임 주간은 "비주류가 주류에게 햇볕정책을 구사할 수는 없다"며 "몇 차례의 대선과 지난 총선을 통해 주류 지배력에 균열이 가해진 것은 인정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주류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현실에서 대연정은 보수화와 투항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스스로 자임한 대로 새시대의 맏이가 아니라 구시대의 막내로서 청소부 역할이 그에게 맡겨진 역사적 사명"이라고 충고했다.
***"동북아 균형자론 성공 위해선 일본의 '약한 고리' 공략해야**
임대식 주간은 또 최근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서 "미국 중심의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에 불과하다"며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임 주간은 "균형자론의 핵심은 미-일-한 위계의 신냉전적 동맹체제에서 벗어나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고투의 산물"이라며 "이라크 파병을 감행한 노무현 정부가 이번에는 미국의 신냉전 구도에 일방적으로 끌려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균형자론은 (노무현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적극적 구상이라기보다 냉전시대의 편 가르기에 일방적으로 끌려들어가지 않으려는 수세적 구상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임 주간은 최근 노무현 정부의 대일 강경 기조와 관련해서 "노무현 정부는 국민들의 강력한 반일 정서를 등에 업고 대일 강경 기조를 통해 사실상 일본의 패권주의와 군국주의를 지원하는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은 (미국 중심의 신냉전 구도)에서 약한 고리"라고 지적했다.
임 주간은 "균형자론의 수세적 구상에 (일말의) 승산이 있다면 이 일본이라는 약한 고리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가해자로서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비판의 명분을 더하기 위해 베트남 전쟁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런 국가 차원의 공개 사과는 미국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부담을 동반하고, 베트남 전쟁에서의 희생이 헛된 개죽음으로 전치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적 부담도 존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라이트는 한국적 네오콘…노 대통령이야말로 '진정한 뉴라이트'"**
임대식 주간은 최근 이른바 뉴라이트의 등장에 대해서도 "뉴라이트는 신냉전 질서에 조응하는 한국적 네오콘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그는 "뉴라이트들이 주장하는 것들 산업화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 국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활용하는 실용주의,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통한 통일 지향,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등만을 놓고 보면 노무현 정부와 언술에 있어서는 별로 다를 게 없다"며 "노무현 정부야말로 합리적 보수인 뉴라이트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임 주간은 "뉴라이트가 바로 노무현 정권을 친북좌파 정권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로 이들이 올드라이트와 다르지 않은 것을 단적으로 증거하고 있다"며 "실제로 이들은 산업화, 맹목적인 한미동맹론,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 등 올드라이트와 차별성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대통령 '역사 청소부' 역할이나 제대로 해라"**
임대식 주간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노무현 정부의 시대적 과제를 당부했다.
임 주간은 "햇빛을 두려워하는 기득권 세력이 필사적으로 터널 역주행을 시도하고 있는 국면에서 국민 통합이나 대연정 따위의 시도는 허황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며 "노무현 정부는 구시대의 마지막 긴 터널을 헤쳐가기도 벅차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원칙에 충실한 과거사 정리 작업"이라며 "이것은 동북아 차원에서는 일본이라는 약한 고리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이 추국하는 신냉전 질서를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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