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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축구, 단순 경기 아닌 범민족 잔치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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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축구, 단순 경기 아닌 범민족 잔치의 장"

[기자의 눈] 北 6.15 행사 때도 '한반도기' 흔들어

"'8.15 남북 축구 경기'는 '통일 축구'하자는 것이지 '대결 축구' '분열 축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의 일환으로 열리는 '남북통일축구'를 두고 일부 보수 언론이 "태극기를 흔들어서도 '대~한민국'을 외쳐서도 안 되는" 점을 두고 딴죽 걸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6.15 행사에서 인공기를 흔들지 않았던 북한측 입장을 헤아린다면 이 문제는 그네들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일 뿐이다.

게다가 이번 통일축구경기는 A매치도 아니고 어떤 타이틀이 걸린 축구도 아니다. 오히려 북측 민간과 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함께 남측에 내려와 8.15를 축하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치러지는 범 민족적인 잔치의 장이다.

***"통일축구 하자고 불러놓고 태극기 흔들며 대한민국 외치면 어떻게 되나"**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열리는 '8.15 민족대축전'을 앞두고 주최 측은 10일과 11일 연이어 기자들을 상대로 행사의 의미를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하는 등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공동행사 남측준비위원회'(남측준비위)라는 긴 이름의 주최측 백낙청 상임대표는 11일 인터넷언론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태극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대한민국을 외치지 못하게 한다'는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보도 내용에 대해 상당 시간을 할애해 '해명'했다.

백 상임대표는 "남북간 통일 축구하자고 불러놓고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을 외치면 어떻게 되나, 이는 통일 축구가 아니라 대결 축구, 분열 축구가 될 수 있다"는 말로 심정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태극기 없는 광복 60주년, 대한민국 없는 통일 축구'라고 비판하는데 이는 잠시만 생각해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문제"라며 "그 시간, 장소에서만 우리가 '대한민국' 국호 연호나 태극기 사용을 자제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8.15 통일축구, 단순 경기 아닌 범민족적 행사 일환**

보수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을 제공한 것은 남측 준비위 홈페이지에 뜬 공지문이다. 공지문에는 유의사항으로 "이번 축구경기는 남북해외가 함께하는 8.15 민족대축전의 일환으로 진행된다"며 "모든 유인물, 현수막, 깃발 등 응원도구와 선전에 이용되는 개별 물품을 반입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에 따르면 물론 태극기 등을 반입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여론'을 전달한다는 형식으로 '남북통일축구 때 태극기를 갖고 들어갈 수 없고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도 외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반발이 거세다'며 '광복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한다면서 태극기를 못 흔든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견 그럴듯한 말로 들리기는 한다. 광복절에는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의 환희에 젖어보자는 말이야 틀린 것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이번 행사가 남북이 함께 하는 장이고 북한의 민간과 당국이 함께 내려오는 사상 첫 행사라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남북 화해와 공존 평화통일 의지를 다지는 범 민족적인 행사인 것이다.

***北 6.15 행사 당시 인공기 안 흔들어. 상호주의와 관례에도 어긋나**

<중앙일보> 사설대로 태극기를 흔들고 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 악마'의 응원은 이념이나 체제 대결의 도구라는 인식 아래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이제 국민적 축제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맞다. 오히려 그래서 국민적 축제인 붉은 악마 응원에서는 '태극기를 흔들지 않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할 수 있다. 태극기를 흔들지 않는 것은 바로 지난 6.15 민족 대축전에 참가해 인공기를 흔들지 않은 북한 국민들에 대한 예의이자 배려이고 상호주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 응원은 공동으로 하고 경기장에서는 단일기(한반도기)만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은 지난달 26일과 28일 개성에서 접촉한 남북 양측 축구협회의 합의사항이기도 하다. 태극기를 흔들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라면 왜 그때는 조용하다 이제야 비판해 딴죽이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것일까?

그뿐만이 아니다. 백 상임대표의 말대로 "모든 남북 공동행사에서 서로간에 태극기와 인공기를 내걸지 않고 상호 국호 사용을 피해 남측-북측 등으로 호칭하는 것은 이미 수많은 접촉과 공동행사를 통해 굳어진 관례"임은 자명하다. 이런 관행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변명치고는 궁색할 뿐이기에 단순 여론 몰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음료수 및 일체의 음식 반입도 금한 남측준비위의 조치가 과잉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으나 일부 극우 단체의 과거 행적에 비춰볼 때 볼썽사나운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이해도 가능하다.

***남북 공동행사에 '자주' 표현 최초…일반 시민 참여하는 잔치로 이어져야**

남북 민족 공동행사 명칭에 '자주'라는 표현이 들어가기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북측에서는 물론 그동안 계속해서 '자주'라는 표현을 넣자고 했고 우리측은 이를 부담스러워 해 '평화'라는 단어를 강조해 결국 북측이 우리 입장을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식 명칭에 자주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대북 정서가 성숙했다고 자부할 만하다.

그런 차원에서 입장권 배포를 둘러싼 문제는 넘어갈 수 없을까. 물론 입장권 배포를 둘러싸고 잡음이 들리는 것은 주최측의 운영 미숙에 기인한 것 같다. 남측준비위는 입장권 6만5000장 가운데 축구협회 몫 1만장을 제외한 5만5000장을 220여 회원 단체를 통해 배포할 계획을 세우다 보니 일반 시민들의 관람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돌출 상황을 우려했다는 점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준비위가 통일축구를 진정한 민족 행사의 장으로 삼으려 했다면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넓히려는 운영의 묘를 살렸어야 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 주장대로 입장권이 공짜라서 특혜라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백 대표 말대로 "이번 경기는 통상적으로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A매치 같은 식으로 입장권을 배포할 성격이 아니다"는 것은 자명하다. 게다가 "비싼 입장권을 발매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기회가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준비위가 일반 시민들을 위해 뒤늦긴 했으나 배정한 7000장의 축구 표는 신청을 받기 시작한 11일 낮 12시부터 1시간 30분만에 모두 마감됐다. 그만큼 8.15 민족대축전의 일환으로 열리는 통일축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같은 열기가 민족대축전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아무런 불상사 없이 잔치 분위기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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