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탈북자 출신의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를 만난 것을 계기로, 국내외 보수진영이 대북 총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1-2-3면 털어 대대적 보도**
<조선일보>는 부시 대통령과 자사 강철환 기자와 면담 소식을 14일자 1,2,3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날 면담에는 노무현대통령 방미때 노 대통령과의 회동을 거부했던 '네오콘의 대부'인 딕 체니 부통령과 국가안보위의 스티브 해들리 수석도 배석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강기자와 면담에서 북한의 식량난 등과 관련 "인도적 지원은 정치문제와 연계시키지 않는 게 나의 원칙"이라며 "경제적 압박으로 고통을 겪을 북한 주민들이 너무 불쌍하다. 그래서 많은 식량을 북한에 지원했고 또 지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기자는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하지만 북한은 선군(先軍)정치를 표방하면서 군대만 먹일 생각을 하고 인민들은 안중에도 없다"고 기존의 정부간 지원방식에 반대입장을 밝힌 뒤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면 풍선에 다 먹을 것을 매달아 굶어죽는 지역에 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나도 생각한다"며 "한-미 정상회담때 노무현대통령에게 '북한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면 미국은 가장 많은 식량과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강 기자의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그런데) 왜 한국인들은 김정일의 인권 유린에 분노하지 않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강 기자는 이에 "1990년대말 이후 한국 TV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다루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나도 그 이전엔 자주 TV에 나가 북한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렸다. 이제 탈북자가 6천7백명이나 한국에 왔지만 그들이 TV를 통해 북한 인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북한 인권정책을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내가 뭐 도울 일은 없는가"라고 물었고, 강 기자는 이에 "탈북자들이 뭉쳐서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나는 강 기자의 이 책을 많은 미국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북한의 실상을 알았으면 한다. 당신도 더 용기를 가지고 북한주민의 실상을 한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고, 강 기자는 이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강 기자는 부시 대통령 면담후 쓴 별도의 취재후기를 통해 "나는 북한인권에 대해 부시대통령이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준 것만으로도 수용소에 갇혀있는 20만 정치범들에게 큰 희망을 주었다고 믿는다"며 "내가 대한민국에 망명해 이루고자 했던, 수용소 실상을 만천하에 알리게 된 것을 가장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의) 북한 정권과 지도자에 대한 생각은 예전처럼 변함없이 확고하고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함을 언뜻언뜻 감지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WSJ "부시의 속내 드러낸 강씨와의 면담"**
<조선일보> 기자와의 회동에서 부시 대통령의 북한 인권 제기를 계기로 미국 보수언론 및 정부의 대북인권 공세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신문인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14일자 사설을 통해 "어떤 이는 부시 대통령이 과거 '폭군'이라고 지칭했던 사람을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부른 데서 깊은 의미를 찾으려 했지만 북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더 잘 시사해주는 일은 바로 강씨와의 면담"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북한이 핵위협으로 자신의 인권침해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키는 '외교적 성취'를 거두고 있는 마당에 이 모든 일(부시와 강씨의 만남)은 특히 환영할만 하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한국의 지도자들은 독재자와는 평화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아야 한다"는 강씨의 과거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는 정말 신선한 얘기"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사설은 "한국의 현 지도자들이 1980년대 군부 통치에 반대할 때 미국은 공개적으로 그들의 편을 들었고 아마도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목숨을 구한 것도 미국일 것"이라면서 "본지는 부시 대통령이 우리가 그때 민주화 세력을 도운 것처럼, 지금 북한을 탈출해 나온 난민들을 돕겠다는 것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고 주장했다.
***美정부 "북한이 핵 포기해도 인권침해 계속하면 북미 관계정상화 안해"**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14일(현지시간) 미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은 (핵협상 타결시) 북한이 보다 나은 미래를 갖도록 도울 여러 가지 이슈들과 품목들을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인권문제와 같이, 미국이 전 세계에 대해 책무를 갖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서는 침묵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계속 분명하게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청문회에 출석한 조셉 디트러니 대북 협상특사도 북한이 포괄적으로 핵을 포기하면 다자안전보장을 얻을 수 있을 것이지만 인권침해나 테러 지원 등을 계속할 경우 "미국은 (북한과)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더라도 인권문제 등을 문제삼아 북-미 국교정상화를 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국내 보수세력 25일 규탄대회, 조갑제 "부시야말로 인간"**
부시-강철환 면담은 지난해 후반이후 수면밑에 잠복했던 국내 극우세력의 재결집 및 대규모집회를 촉발하는 결정적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문제의 강철환 기자는 <조선일보> 기자생활을 하는 동시에,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 대표를 맡아 지난 수년간 미국 정부로부터 7만5천달러(우리돈 7천5백만원)의 지원을 받으며 그동안 보수집회에서 적극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반핵반김' 집회 이후 올 들어 집회를 갖지 않았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오는 25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에서 기도회 및 '북핵반대와 북한인권을 위한 국민화합대회'를 서경석 목사 주도로 갖기로 했다.
타의로 <월간조선> 대표직에서 물러난 조갑제씨도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부시-강철환 면담, <월스트리트저널> 사설 등을 신속히 전재한 뒤 '북한에 무식한 盧와 유식한 부시'라는 글을 통해 김대중-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을 맹성토했다.
조씨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판 아우슈비츠 출신 탈북자인 조선일보 강철환씨와 만나 나눈 대화를 읽고 있으니 "여기 한 인간이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며 "부시의 인간애가 이런 역사적 만남을 만들어냈다"고 부시를 극찬했다.
그는 "부시는 김정일 정권에 대해서 말할 때 '주민들을 굶기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거대한 수용소를 운영하는 독재자'라고 표현한다"며 "이는 송두율 부류의 인간들이 구사하는 소위 내재적 접근법과는 전혀 다른 정공법의 북한인식으로, 그런 점에서 부시는 김대중이나 노무현보다도 김정일 정권의 본질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의 부시-강철환 면담을 통해서 우리는 김대중이야 김정일을 효성 있고, 견식 있는 지도자로 보겠지만 부시는 그를 악마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부시가 강기자를 통해서 새삼 확인한 것은 김정일의 반(反)인륜성일 것이고, 김정일에 대한 분노일 것이며, 그런 악당에 아부하고 굴종하는 김대중, 노무현 두 사람에 대한 경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6.15 5주년 평양행사를 거론하며 "부시가 탈북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해서 만나는 순간에 일단의 사람들이 평양으로 몰려가서 6.15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그들은 김정일을 만나고 오면 영광이란 식으로 몰려갔다"며 "현재 지구최대의 악당은 핵무기를 손에 넣은 김정일이다. 평양에 간 사람은 결국 그 악당의 편에 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일의 인권말살, 동족학살에 대해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도 악(惡)의 편이라고 봐야 한다"며 "반면, 부시는 오늘의 인간애로써 자신이 선(善)의 편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는 당당하게 악당의 반대편에 섰기 때문이다"라고 부시 예찬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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