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안가기 위한 국적 포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국적 포기자의 97%가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적 포기자 97%가 "오늘부터 나는 미국인"**
서울 목동의 서울출입국관리소내 국적업무출장소는 11일 개소이래 최대인파가 몰려 난장판이 연출됐다. 출장소에 비치된 국적이탈 신청서가 동이 날 지경이었다. 이날 몰려든 인파는 무려 7백여명. 이 가운데 1백60명이 이날 일찌감치 줄을 서 번호표를 받은 덕분에 한국국적 포기에 성공(?)했다. 전날의 최고기록 1백43명을 가볍게 경신한 것이다. 국적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달초까지는 이런 기록 갈아치우기가 연일 계속될 것이라는 게 출장소측 전망이다.
서울출입국관리소는 이날 지난 2~10일 사이의 국적 포기자 3백86명에 대한 분석자료를 밝혔다.
'국적 포기후 선택 국가'는 예상대로 미국이 압도적이었다. 전체의 96.8%에 달하는 3백74명이 자신의 모국으로 '미국'을 선택했다. 이밖에 캐나다가 7명(1.8%), 기타 국가가 5명(1.4%)이었다. 우리 사회의 '미국 편중' 현상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사례다. 이날 자녀들을 이끌고 국적을 포기시킨 대다수의 부모들은 하루 아침에 '미국인 자녀를 둔 한국인 부모'가 된 셈이다.
'국적 포기자의 부모 직업'을 살펴보면, 교수-연구원 등 학계인사가 1백59명(41.1%)로 가장 많았고 상사-주재원이 1백57명(40.6%)로 그 다음이었다. 이밖에 공무원 7명(1.8%), 그리고 자영업 등으로 직업을 모호하게 기술한 이들 즉 '기타'가 63명(16.3%)였다. 이들 '기타'에는 재계, 정계 등의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국적자 포기자 연령'별로 살펴보면, 11~15세가 1백77명(45.8%)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16~20세 1백44명(37.3%), 5세이하 32명(8.3%), 6~19세 31명(8%), 20세이상 2명(0.5%) 순이었다. '병역 기피'가 국적포기의 근본원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3백81명로 절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여성은 5명에 불과했다.
***홍준표 "병역기피 국적포기자는 더이상 재외동포도 아니다"**
'병역기피' 국적 포기가 잇따르면서 사회 비난 여론이 폭발하자, 이들에 대한 제재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의무는 포기하고 권리만 챙기려는 이들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에서다.
우선 국적법 개정안 발의자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강도높은 제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홍 의원의 구상은 한마디로 '병역 기피 국적포기자'를 기존의 '재외동포' 개념에서 완전 제외시켜 '외국인'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이를 위해 우선 '재외동포 출입국과 법적 지위법' 개정안을 마련,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적 포기자들이 재외동포법 적용에서 제외되면 순수 외국인과 똑같이 취급돼 △체류기간 △부동산·금융 거래 △의료보험 △출입국 절차 등 여러 혜택이 없어지게 된다.
현재는 이중국적자가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재외동포'로 분류된다. 재외동포는 한국 국적 보유자가 아니므로 공무원 임용이나 기업체 취업 등에 불이익이 있고 피선거권과 선거권도 없으나, 정부는 외국에 사는 동포들을 위해 '재외동포 출입국과 법적 지위법'을 만들어 여러 분야에서 재외동포를 내국인과 비슷한 혜택을 주고 있다. 예컨대 재외동포에게는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국내거소신고증'이 발급되며, 순수 외국인과는 다른 체류자격이 부여돼 최초 2년간 체류기간이 주어지고 이후 연장이 가능하다. 재외동포에게는 이밖에 부동산 거래, 금융거래 등 경제활동과 의료보험·국가유공자 보상 등에서도 한국 국민과 동등한 권리를 주고 있다.
그러나 홍 의원 생각대로 재외동포법이 개정되면, 이같은 권리가 대폭 사라진다. 가수 유승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명백한 병역기피자인 경우 국내 경제활동 금지와 입국거부까지도 가능하다.
홍 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등교육 관련법도 개정해 병역기피 국적포기자의 국내대학 특례입학 자격도 박탈하겠다는 계획이다.
***네티즌 "부모 명단 공개, 공직 축출" 요구**
홍 의원외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절대다수 네티즌들은 우선 국적포기자 부모들의 이름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국적포기 결정의 주체는 이들 부모라는 이유에서다. 이른바 '사회 지도층'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더이상 우리 사회에서 지도층 연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최소한 공무원 등 공직자나 국-공립대 교수들의 경우는 공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같은 '이기적 인식'을 가진 이들에게 국정운영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국적 포기로 '병역기피'를 한 뒤 나중에 한국국적을 재취득하려는 꼼수도 차제에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연 이같은 범국민적 요구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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