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항만과 인천 국제공항 등 대형 국책사업 공사가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은 약한 지반 위에서 그대로 진행돼 지반이 내려앉는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 건설교통부의 특별감사 결과가 4일 넉 달만에 발표됐다.
건교부는 배수공사에 쓰이는 배수재의 품질을 평가하는 산자부 산하 시험기관에 대해서는 자격을 박탈했으나, 정작 배수재 품질이나 공사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려 부실 감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건교부, "배수재 품질 검사 문제 많았다. 검사 기관 자격 박탈"**
건교부는 <프레시안> 등 언론 보도와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부실 배수공사 의혹에 대해서 10월12일부터 1월24일까지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건교부는 감사 결과 배수재에 대한 품질 검사를 엉터리로 한 산자부 산하 원사직물시험연구원에 대한 인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원사직물시험연구원은 그동안 부산 신항만 건설과 인천공항 확장을 위한 배수공사에 쓰이는 배수재를 독점적으로 검사해온 기관이다.
그동안 원사직물시험연구원은 시방서 기준에 부적합한 배수재에 대해서 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허위로 시험 성적서를 발급하고, 이를 위해 정해진 국제 공인 검사법을 임의로 수정하는 등 엉터리로 배수재 평가 및 검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지난 국정감사 때 열린우리당 조경태 의원은 "다른 기관에 의뢰하면 기준치(90㎛)를 훨씬 초과하는 불량(128㎛) 배수재 필터가 이 기관에서 시험을 실시하면 기준을 만족하는 우수한 것(80~90㎛)으로 둔갑하게 된다"며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건교부는 "산자부에 감사 결과를 통보해 시험 기관 인정을 취소하도록 했으며, 처벌 규정이 미비한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을 보완해 개정하고 각 발주청에 산자부 조치 결과를 통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교부, "불량 배수공사 자재가 사용된 정황도 포착돼"**
건교부는 또 부산 신항만 등 대형 국책사업 배수공사에 부실 배수재가 사용된 정황을 일부 인정하고 이와 관련된 시방서를 보완ㆍ정비하기로 했다.
건교부는 언론 보도와 국정감사 기간에 부실한 필터재로 지목된 제품(SF-49)을 사용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그 문제점을 시인했다. 건교부는 "시방서 기준에 미흡한 배수재 필터를 사용을 허가한 것은 발주처의 감독 소홀로 판단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교부는 또 칼렌더링(Calendering, 이른바 '곰보 처리') 처리한 배수재를 사용하지 말라고 시방서에 명시돼 있는데도 칼렌더링 배수재가 사용된 사실이 확인돼 해양수산부, 부산도시개발공사, 한국토지공사 등에 관련자에 대한 조치와 시방서 보완 등을 지시했다.
칼렌더링 처리된 배수재 필터는 실제 구멍의 크기는 기존 필터와 별 차이가 없어 물과 함께 흙 알갱이가 그대로 통과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칼렌더링한 약 30% 표면으로는 물을 흡수할 수 없어 기능 면에서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1997년에 그 문제점이 지적돼 사용이 중지된 것이다.
건교부는 이에 따라 현재 모호하게 규정돼 있는 시방서에 시방기준과 시험방법을 분명히 명시하고 발주처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의 보완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점 불구하고 공사는 제대로 이뤄져"**
하지만 건교부는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작 배수공사는 제대로 이뤄져 문제점이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려 부실 감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배수공사에 쓰이는 배수재가 그동안 엉터리로 평가돼 왔고 시방서와 실제 공사에 있어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공사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건교부는 "현재 쓰이는 배수재 필터(D-165)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토질에 대한 적용성이 입증됐고 배수 성능에 대한 시험 결과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건교부 특별감사 결과에도 반영된 지반공학회의 연구 조사는 그 자체로 부실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건교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해수부의 의뢰로 연구 조사를 실시한 지반공학회는 부산 신항만 공사에 쓰이는 배수재가 공사 현장의 시방 기준을 만족하고 배수 성능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월초 밝혔었다.
하지만 지반공학회의 연구 조사에서 사용된 배수재는 부산 신항만에서 사용된 자재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반공학회가 연구 조사를 위해 삼성건설측에 배수재를 요청했으나, 삼성건설은 정작 부산 신항만이 아닌 다른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배수재를 연구 조사를 위해 제출한 것이다. 더구나 이 연구 조사는 삼성건설의 자금으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돼 그 결과에 결정적인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대형 국책 사업 현장의 부실 공사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나 건교부는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려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건교부의 안이한 대처 속에서 부산 신항만과 인천 국제공항 확장 공사 등은 위험을 안은 채 계속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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