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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천안문 사태…" vs "장관 공개 발언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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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인택 "천안문 사태…" vs "장관 공개 발언 너무 길다"

'전략적 동반자' 한중관계, 김정일 방중으로 '삐걱삐걱'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한중 정상회담 사흘 뒤에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한중관계에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이 중국에 대한 불만을 공개 표출하고 보수언론에는 '북중 야합'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분위기에서 정부도 중국 정부를 향해 실망과 우려를 직·간접적으로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한나라·조중동 '北中 야합" 다급한 경고)

그러나 천안함 사고가 북한이라는 사실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중국이 북한과 정상 외교를 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외교적인 무리수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인택, '천안함 사태'를 '천안문 사태'로 실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4일 오후 장신썬 신임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중국 정부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3월 말 부임 후 처음으로 통일부를 방문한 장 대사는 현인택 장관으로부터 부임 축하 발언과 함께 중국을 향한 한국의 경고로 읽히는 메시지를 동시에 들어야 했다.

먼저 장 대사가 "만나봬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네자 현 장관은 "한국에 부임한 것을 축하한다. 엘리트 중에 엘리트라고 들었다. 앞으로 기대가 크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 장관은 곧바로 "현재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정세가 다이내믹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책임있는 역할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며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대화 주제를 돌렸다.

현 장관은 이어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천안함 사태에 직면했고,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 북한이 비합리·비이성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한반도 정세가) 어렵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이러한 때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이 이어지자 밝기만 하던 장 대사의 표정은 굳어져갔다. 첫 만남치고는 외교적으로 강한 발언을 해야하는 현 장관도 편치만은 않았는지 '천안함 사태'를 '천안문 사태'로 잘못 발음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분위기가 어색하게 흘러가고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현 장관의 말이 길어지자 배석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은 한국말로 "(현 장관이) 너무 (발언을) 한 것 아니냐. 이거 (언론이) 녹음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의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자 장 대사는 현 장관 말에 섞인 우려를 의식한 듯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이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후진타오 주석과 만나 깊은 회담을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이 새로운 의사소통과 우호협력관계를 추진하자고 했다"고 말을 돌렸다.

모두발언 이후의 대화는 비공개에 부쳐졌지만 현 장관이 천안함 사건에 관한 조사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선(先) 천안함 해결, 후(後) 6자회담 재개'라는 정부의 입장을 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약 5~6분 정도 공개된 현 장관과 장 대사의 면담 자리에는 현 장관이 "장 대사가 인기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많은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취임 이래 줄곧 대북 강경노선을 걸어온 현 장관이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이후 중국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물론 통일부는 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면담은 신임 주한 중국 대사의 부임 인사차 기획된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민감한 시기에 김 위원장의 방문을 수용한 중국에 우려를 전하고 협조를 요구한다는 의미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왼쪽)가 4일 오후 정부중앙청사 통일부 장관실을 방문,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했다. 이날 현 장관이 최근 중국이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수용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듯한 발언을 하자 장관실 내에는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연합뉴스

외교부, 주한 중국 대사 최초로 '초치'

이렇듯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2008년부터 한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맺어져 온 중국이 한국에 한 마디 사전 언질도 없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추진한데 대한 실망의 목소리는 외교부와 청와대에서도 포착됐다.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은 지난 3일 오후 장신썬 중국 대사를 외교통상부 청사로 불러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종의 초치(招致) 행위로, 정부가 특정 현안을 가지고 주한 중국 대사를 부른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외교부가 주한 외국 대사를 초치하는 일은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나 과거사에 대한 도발 행위를 했을 경우 일본 대사를 불러 따질 때나 하는 것이다.

신 차관은 이 자리에서 북·중 협의 내용과 결과를 알려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방중에 대한 언질을 주지않은데 대한 아쉬움도 함께 전달됐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자체는 그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라면서도 한중 정상회담에서 그에 관한 언급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에도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는 포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천안함 사태를 '국제공조'라는 틀 속에서 처리해 북한을 고립시키려던 이명박 정부의 구상에 중국이 찬물을 끼얹은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한편, 중국 외교부의 장위(姜瑜) 대변인은 한국인들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락한 중국에 강한 불만을 느낀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는 남북 양측의 공통된 이익에 부합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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