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을 통해 전해지는 정부 관계자들(또는 소식통)의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수용한 중국의 결정이 부담스럽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거나,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3일 만에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허용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말들을 선뜻 납득할 수 없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데서 끌어온 이유가 아니라 정부 관계자들의 또 다른 말에서 추출한 이유입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한 정황은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때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조율하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북한과 중국이 이명박 대통령 방중 이전부터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준비하고 있었다는 말이 됩니다.
겪은 바도 있습니다. 3월에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임박설이 보도를 타기 시작했고 4월 초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징후가 포착됐다는 뉴스가 연속 타전 되던 걸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4월초 보도는 결과적으로 오보가 됐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임박설은 '설'이 아닌 '기정사실'로 여전히 살아있는 걸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 지난 2006년 방중 길에 오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연합 |
이 전언·경험에 조중동을 통해 전해지는 정부 관계자들의 '불평'을 맞대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이전부터 조율돼온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중국이 '한중정상회담 후 3일 만에' 뚝딱, 급작스레 결정한 것처럼 몰아가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걸까요? 비록 사전 조율을 하고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에게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으니까 중국이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미룰 수 있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걸까요?
이렇게 이해하려고 해도 어렵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의 또 다른 말이 발목을 잡습니다. 외교부와 국방부 모두 같습니다. 천안함 사건의 원인 규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합니다.
이 공식 입장대로라면 중국에 '김정일 위원장 방중 보류'를 요구할 이유도 명분도 없습니다. 최소한 공식적으로 북한 소행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북한에게 사실상의 '제재' 메시지를 던지라고 중국에 요구할 명분도 없을뿐더러 씨알도 먹혀들지 않습니다.
미국의 경우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릅니다. 천안함 침몰 이후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북접촉 중단을 요청했고 미국이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뉴스에 기대어 왜 중국은 미국처럼 하지 않느냐고 따질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니, 그렇게 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똑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중국에 국제공조를 요구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점이 객관적으로, 국제적으로 인증돼야 합니다. 그 이전에 이뤄지는 요청은 '당위적 요구'가 아니라 '자기 본위의 간청'입니다.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중국의 '자유'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은 다릅니다. 미국과 한국이 혈맹이듯 중국과 북한 역시 혈맹입니다. 미국이 한국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또한 북한의 요청을 내치기가 힘듭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그렇게 하기가 힘듭니다. 이게 엄연한 한반도 주변의 국제질서입니다.
상식입니다. 지금까지의 보도와 발언을 종합해 상식적으로 내린 잠정결론입니다. 헌데 너무 다릅니다. 조중동을 통해 전해지는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과 너무 상이합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일반인이 모르는 뭐가 있는 겁니까? 아니면 외교적 타격을 가리기 위해 중국을 흘겨보는 겁니까?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