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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간 김정일, 무슨 이야기 나눌까

[전문가 분석] '북중 연대' 재확인과 6자회담이 포인트 될 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3일 오전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복수의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새벽 특별열차 편으로 북중 국경을 넘어갔으며 열차는 오전 5시께 중국 단둥(丹東)을 거쳐 현재 다롄(大連)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열차에 김 위원장이 타고 있다면 그의 방중은 2006년 1월 이후 4년 4개월만이다.

최대의 관심은 그가 왜 지금 중국을 방문했으며 어딜 방문해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을 대개 △북중 경제협력 강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전환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중 정상회담에서 어느 의제가 더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포인트가 다소 엇갈렸다.

▲ 2006년 1월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을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최대 의제는 6자회담 재개가 될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 문제와 북핵 문제를 구분해서 접근하려는 흐름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양자 문제와 다자 문제를 같이 풀어가다 보면 향후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분리해서 접근하고 있다. 이번 경우에는 천안함은 남북관계 문제, 6자회담은 다자 간의 문제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방중은 6자회담의 동력을 살려나가고 한반도 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양국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의 모멘텀을 살리고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를 이끌고자 하는 게 후진타오의 외교적 목표 중 하나다.

또 미중 간에도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흐름이 있다. 지난달 29일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전화 통화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관해 논의를 했고, 이달에는 미중 전략대화가 예정돼 있는데 여기에서도 한반도 문제가 집중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북중간 경제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대중(對中) 경제의존도가 75%에 가까운 북한으로서는 중국과의 경협이 (생존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지원과 협력을 제도화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북 당시 이야기됐던 북중 경협의 구체적 사안들에 대해 양해각서가 논의되어가는 것으로 안다.

■ 한반도 문제 전문가 (익명 요구)

북한으로선 이번 방중으로 외교적으로 새로운 '스트림'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굴레'에서 벗어나 '6자회담 논의'로 들어가겠다는 신호다. 틀을 바꿔보겠다는 시도인 만큼 이번 방중에서 북한은 (6자회담 재개와 관련) 큰 폭의 수용을 해서, 논의를 상당히 진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천안함 사고와 관련한 북 연루설이 확산되어가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아직 정확한 원인 규명이 안 된 상황이긴 하나 사고 수습과 관련된 일정이 마무리된 만큼 더 이상 이 변수에 묶여있을 수만은 없었던 것 같다.

한반도가 안정적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중국으로서도 현 상황을 타개할 출구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북한과 중국은 한반도 주변 정세의 전반적인 흐름을 바꾸고 6자회담 문제를 풀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마련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천안함 사고가 나기 전부터 북한, 중국, 미국 간에 북핵 문제에 관한 협의 일정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왔던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선언을 하고 다음에 북미간 협상을 한 뒤 6자회담 대표국들과 별도로 협의를 하는 수순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조총련(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지난달 22일자에 보도한 내용을 보면 "그동안 조선은 6자회담에 대해 미국의 체면을 지켜주고, 중국을 내세워 비핵화 회담 재개를 청탁해온데 대해 적절한 화답을 줬다"고 했다. 북한이 중국이 중재한 것으로 알려진 6자회담 전 예비회담에 참여의사를 밝혔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중·미가 이런 협의를 해 가는 과정에서 천안함 사건이 터졌던 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도 6자회담을 위한 틀을 만들어야 하는 등 걸어 놓은 기술적 문제들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천안함 원인 규명이 먼저'(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라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한 한 서둘러야'(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라는 입장도 컸다. 이런 전체적 흐름으로 볼 때 이번 김정일 위원장 방중은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인다. 또 그런만큼 6자회담 관련 논의는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진전된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싶다.

이 외에도 북한이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인민경제에 대한 총공세를 천명한만큼 이번 방중에서 경협 문제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고, 내부적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문제도 연계가 될 듯하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중 정상회담 의제는 양국간 경제협력, 6자회담, 천안함 사건 대응 이렇게 세 가지가 될 것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은 북한 군사논평원이 4월 17일 밝혔듯이 '유감스럽고 불행한 사건이지만 북한과 연계됐다는 남측의 주장은 날조'라는 입장을 밝힐 것이고 자신들이 하지 않았다는 걸 후진타오 주석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향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중국의 협력을 꾀하려 할 것이다.

6자회담과 북중 경협은 상호 주고받기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후 주석은 작년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북한에 가서 약속했던 대북 유·무상 지원 내용을 재확인할 것이다. 또한 거기에 '플러스알파'를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벌이고 있는 해외 투자 유치 사업에 적극 협조하고 위화도나 나선 등에 해외 투자를 하는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할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비핵화의 의지를 다시 밝히고 6자회담 복귀를 명확히 할 것이며, 복귀 시점도 역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 미국은 최근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연계하는 게 아니라 분리·병행하자는 의지를 밝혔다. 또 중국과 미국은 6자회담의 필요성을 공감한다는 뜻을 표했다. 후 주석은 그같은 상황을 설명할 것이고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5월 하순 2차 북미 양자회담→6월 초순 6자회담 예비회담→6월 말 6자회담 본회담'의 수순을 밟는 것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동행 여부가 관심인데, 김정은을 후계자로 하는 것은 아직까지 공식화하지 않았고, 직책도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동행 가능성이 낮다. 특히 김정은이 같이 가면 중요한 세 가지 의제가 묻히고 후계 문제만 집중 부각되기 때문에 북한과 중국 모두 부담이다.

■ 정창현 <민족21> 대표

현재 정세를 6자회담 국면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다. 원래는 4월에 (6자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을 해야 하는 구도였는데 천안함 사고로 그게 안 됐다. 이번에 생각보다 빨리 움직인 것은 북한이 중국에 6자회담을 열자는 의지를 밝히기 위해서라고 본다. 경제 협력 문제는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천안함 사고는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일정과 연계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사고 원인 규명과 관련) 생각보다 일정을 앞당겨 간 것은 사실이다. 이런 구도로 가다간 북미접촉, 6자회담 예비회담이 어렵다고 보고 가능하면 빨리 분위기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입장으로선 6자회담을 진전시켜 한반도 비핵화를 하는 게 현재 정세에서 중요하다고 하겠지만 북한 입장으로선 6자회담 논의와 동시에 한반도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4자회담 로드맵이 나오길 원할 것이다. 아마 핵 문제와 평화협정 문제를 동시에 진행시킬 것인가 선후관계로 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내용에 포함될 것이다.

이번 일정은 2박 3일 정도로 짧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롄이 경제 협력에 큰 상징성을 지닌 도시라 북중 경제협럭과 나진·선봉 개발 문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하기 위한 방문이 될 수가 있다.

■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

북중 협력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가면 대개 심양으로 가서 바로 베이징(北京)으로 들어가는데 첫 방문지로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을 택한 것은 관심 있는 분야를 보려고 하는 북한의 생각과 북한에 일종의 '교육'을 시키려는 중국의 생각이 합쳐진 결과일 것이다. 중국은 지원을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주지 않고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교육'을 하는 식으로 머리를 쓴다. 만약 김정은이 동행했다면 '교육'의 의미는 더 커 질 것이다.

북한도 자신들만의 힘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대외 개방과 외자 유치를 추구하는데, 중국이 그런 걸 소재로 북한을 리드하기 위해 대련을 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6자회담은 지금 김정일 위원장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6자회담으로 가는 논의가 무르익었다가 천안함 사건으로 중단됐기 때문에 북한이 더 얘기할 것이 없을 것이다. 북미 2차 접촉을 하기로 했는데 한국 정부가 미국에 요청해서 중단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후 주석이 회담 복귀를 요청해도 '우리는 뭐라도 하려고 하고 있다' 정도의 말만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역시 6자회담에 대해 적극 나설 형편이 아니다. 미국에서 적극적인 사인이 왔을 때 중국이 받아서 돌파구를 만들 수 있지만 한국의 요청에 의해 미국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중국도 운신 폭이 좁다. 또한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회담에 나가겠다 말겠다 말하는 것은 스타일도 아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얘기도 나오겠지만, 북한 연계론을 부인하고 '한반도 평화가 중요하다' 정도의 원론적인 말만 할 것이다. 침몰 원인 규명도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할 얘기가 마땅치 않을 것이다. 다만 이 문제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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