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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보수가 도울 테니 노사모와 단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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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보수가 도울 테니 노사모와 단절하라"

문창극 중앙일보 논설주간 주장, 재계는 시민단체와의 결별 요구

"그들이 비록 대통령을 만들어 주었다 해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단절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중앙일보의 대표적 보수논객인 문창극 논설주간이 18일 노무현대통령에게 한 주문이다. 노사모가 주축이 된 국민참여연대의 16일 정치참여 선언이후 나온 중앙일보의 입장 표명이자, 보수세력의 주문인 셈이다.

***"돈 있는 보수가 '변한 盧'를 도와야 한다"**

문 주간은 이날 '보수가 도와야 한다'는 기명칼럼을 통해 노대통령의 최근 변화를 환영하며, 보수세력의 노대통령 지원을 호소한 뒤 반대급부로 노대통령에게 이같은 주문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대통령에 대해 독설을 서슴치 않았던 문 주간은 이날 칼럼 제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유례없이 노대통령에 대해 호의적 평가를 했다.

그는 "지난주 연두회견을 지켜 본 사람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달라졌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청산유수의 달변에, 머리에서 입술로 곧장 쏟아내던 그의 말솜씨가 변했다. 질문마다 더듬거리고 조심스러워졌다. 그답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았다. 그는 개인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정책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은 달라야 하며,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듯하다. 대통령의 무게를 이제야 느낀 것일까"라고 구체적 사례를 들어 격찬했다.

그는 이어 "조심스러워진 태도만큼 회견 내용도 변했다. 경제에 전념한다고도 하고, 대북관계나 한.미 관계를 보는 눈도 보다 현실적이었다"고 회견내용에 대해서도 후한 점수를 줬다.

문 주간은 이같은 호평에 기초해 "돈 있는 사람이 돈을 써야 경제가 풀린다"는 평소 지론에 기초해, '돈 있는 보수세력'이 이제 노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며 본격적인 '보수 지원론'을 펴기 시작했다.

그는 "대통령이 경제에 전념한다고 했으니 금년 경제는 이제부터 풀릴 것인가"라고 물은 뒤 "안타깝게도 권력이 경제를 깨기는 쉬워도 살리기는 힘들다. 정부 역할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그러므로 '경제에 매진한다고 했으니 대통령 혼자 잘해 보시오'라고 뒷짐을 지고 있는 한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대통령이 변했건, 변한 척하건 변화는 변화다"라며 "이 변화에 화답할 사람들이 있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신용불량자가, 생계에 급급한 밑바닥 서민이 아무리 경제를 살리고 싶어도 능력이 없다"고 보수세력의 노대통령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경제를 살리려면 여유있는 사람들부터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모두가 흥청거릴 때는 절약을 하지만 모두가 어려워 움츠리고 있을 때 '그래도 여유가 있는 내가 앞장을 서자'는 마음이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전체를 위해 내 이익의 극대화를 스스로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합하여 경제는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盧, 대통령 만들어준 그들과 단절해야"**

문 주간은 "지난 2년간 싸움에 휘말려 우리 경제는 자랄 시간이 없었다. 싸움을 시작한 쪽은 대통령 쪽이었다"고 지난 2년간의 노대통령 통치과정을 비판하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싸움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할 때다. 지난 2년과 앞으로의 3년이 노 대통령만의 시간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5년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는 "'나머지 3년이라도 업적을 내고 물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마음을 먹는다면 달라지지 않겠는가"라면서 "'말로만 변한 척 하는 것인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마치 언짢은 시어머니가 미운 며느리 보듯 실수만 기다려서는 희망이 없다. 대통령이 일하다가 잘못하면 그때 비판해도 늦지 않다"고 재차 노대통령에 대한 보수세력의 전폭적 지원을 촉구했다.

문 주간은 그러나 결론부에서 이같은 '보수의 노대통령 지원'에 대한 노대통령의 반대급부를 주문했다.

그는 "반면 노 대통령은 자신의 주변을 설득해야 한다. 싸움에만 이골이 난 이념파, 강경파에 더 이상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 벌써 열린우리당 쪽 바람이 심상치 않다"며 "그들이 비록 대통령을 만들어 주었다 해도 필요하다면 단절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노사모 등 지지세력과의 결별을 주문했다.

문 주간은 '노사모'나 '국참연'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열린우리당 쪽 바람이 심상치 않다"는 구절은 지난 16일 우리당 입당 및 현실정치 참여를 선언한 노사모 주축의 국참연을 가리킨 것이었다.

***재계는 경제시민단체와의 결별 요구하기도**

문 주간의 이번 글은 그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방장관에 대해 노대통령에게 사표를 내고 맞서라고 촉구하는가 하면, 지난해 10월4일 시청앞 보수세력 10만집회를 '10.4 노인 애국운동'이라 규정할 정도로 극보수적 논조로 일관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변화라는 게 일반적 평가다.

일각에서는 그의 변화를 중앙일보 발행인인 홍석현 회장이 주미대사로 입각한 대목과 연관지어 해석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문 주간의 주문은 보다 크게는 각계 보수세력 일반의 주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굴지의 모재벌그룹 등 재계에서는 비공식 대화 루트를 통해 노무현 정부에 대해 재벌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경제시민단체와의 결별을 주문하며 노대통령과 재벌총수간 일대일 면담을 통한 경제해법 모색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요컨대 노무현 정부에 대해 노사모로 대표되는 정치적 지지세력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등 기존 지지세력과의 결별을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과연 이같은 주문에 대해 보수세력은 물론, 노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다음은 문 주간의 칼럼 전문이다.

***[문창극 칼럼] 보수가 도와야 한다**

지난주 연두회견을 지켜 본 사람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달라졌다고 느꼈을 것이다. 청산유수의 달변에, 머리에서 입술로 곧장 쏟아내던 그의 말솜씨가 변했다. 질문마다 더듬거리고 조심스러워졌다. 그답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오히려 보기 좋았다. 그는 개인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지만 정책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은 달라야 하며,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듯하다. 대통령의 무게를 이제야 느낀 것일까.

***있는 사람부터 넉넉한 마음을**

조심스러워진 태도만큼 회견 내용도 변했다. 경제에 전념한다고도 하고, 대북관계나 한.미 관계를 보는 눈도 보다 현실적이었다.

대통령이 경제에 전념한다고 했으니 금년 경제는 이제부터 풀릴 것인가. 안타깝게도 권력이 경제를 깨기는 쉬워도 살리기는 힘들다. 정부 역할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제에 매진한다고 했으니 대통령 혼자 잘해 보시오"라고 뒷짐을 지고 있는 한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대통령이 변했건, 변한 척하건 변화는 변화다. 대통령을 지지했던 세력들은 이런 변화가 못마땅할 것이다. "아니 확 바꾸자고 하더니 결국 2년도 못 가서 주저앉느냐"고 오히려 힐난할 것이다.

이 변화에 화답할 사람들이 있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신용불량자가, 생계에 급급한 밑바닥 서민이 아무리 경제를 살리고 싶어도 능력이 없다. 작년 한 해 동남아로 골프 치러 가고, 해외유학 보내고, 외국병원 가서 쓴 돈이 17조원이다. 있는 사람들이 쓴 돈이다. 이 돈을 국내에서 썼다면 작년 성장률이 1.8% 포인트 더 올랐을 것이다. 그만큼 고용도 늘었을 것이다. 있는 사람들이 "우리 교육은 형편없으니까, 병원은 낙후됐으니까"라며 외국으로 나갈수록 국내사정은 더 악화된다. "나는 돈이 있으니까 이민 가면 되지"라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자기 나라가 3류, 4류 국가로 떨어지면 이민 가서 대접을 받겠는가. 국토가 바다보다 낮은 네덜란드에서는 둑과 배수시설만은 온 국민이 함께 보살핀다. 둑이 터져 나라가 물에 잠기면 부자나 가난한 자나 똑같이 피해를 보고 모두가 망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바로 공동체 의식이다.

경제를 살리려면 여유있는 사람들부터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택시운전사들이 그렇게 어렵다는데 택시 좀 타 주자"는 마음이 생겨야 한다. 국내 골프장이 좀 비싸더라도 "한번을 덜 치더라도 캐디들의 생계를 생각해서 국내 골프장에 가자"는 마음 씀이 있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취직을 못해 기가 죽어 있는 것이 가슴이 아파 "회사가 힘들더라도 신입사원을 좀 더 뽑자"는 기업주가 많아져야 한다. 절약은 미덕이다. 모두가 흥청거릴 때는 절약을 하지만 모두가 어려워 움츠리고 있을 때 "그래도 여유가 있는 내가 앞장을 서자"는 마음이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전체를 위해 내 이익의 극대화를 스스로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합하여 경제는 돌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주변 강경파 설득해야**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싸움을 하지 않아야 한다. 산꼭대기 바람받이의 나무들은 배배 꼬이고 앉은뱅이다. 바람과 싸우려니 성장할 여유가 없다. 대신 뿌리는 깊어진다. 지난 2년간 싸움에 휘말려 우리 경제는 자랄 시간이 없었다. 싸움을 시작한 쪽은 대통령 쪽이었다. 그렇다고 지난 2년이 모두 허송세월이지는 않았다. 그런 싸움이 계기가 되어 우리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자라지는 못했지만 뿌리가 더 튼튼해졌다고 위안을 삼자. 변화된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제는 모두가 싸움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할 때다. 지난 2년과 앞으로의 3년이 노 대통령만의 시간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5년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3년이라도 업적을 내고 물러갈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마음을 먹는다면 달라지지 않겠는가. "말로만 변한 척 하는 것인지 더 두고 봐야 한다"며 마치 언짢은 시어머니가 미운 며느리 보듯 실수만 기다려서는 희망이 없다. 대통령이 일하다가 잘못하면 그때 비판해도 늦지 않다.

반면 노 대통령은 자신의 주변을 설득해야 한다. 싸움에만 이골이 난 이념파, 강경파에 더 이상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 벌써 열린우리당 쪽 바람이 심상치 않다. 그들이 비록 대통령을 만들어 주었다 해도 필요하다면 단절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문창극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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