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방장관 사표내 盧에게 항변하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방장관 사표내 盧에게 항변하라"

중앙일보의 연이은 '미국과의 코드 맞추기'

중앙일보가 17일의 한미안보연례협의 결과에 강한 불만을 토로하며, 사설과 논설위원실장 명의의 칼럼을 통해 미국의 요구대로 '대규모 전투병 파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심지어 조영길 국방장관을 향해 군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 항변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사설 '파병하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면'**

중앙일보는 18일자 '파병하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면'이라는 사설을 통해 "주한미군의 재배치와 이라크 추가파병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한 한-미연례안보협의(SCM)는 양국관계의 어정쩡한 현주소를 반영하듯 냉랭하게 끝냈다는 분석이다"며 "따라서 이런 기류가 사안의 논리적 연계성에 대한 평가를 떠나 동맹국 사이의 신뢰성에 금이 갈 불신문제로 확대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설은 이어 "미국이란 동맹국이 어려워 도움을 청하는 데 한국은 국내 정치적 고려때문에 미적지근한 자세를 보였다"고 노무현정부를 비판한 뒤 "그런 마당에 미국이 동맹국으로서 원만한 협조관계를 우리에게 해주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또 "동맹이라도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동맹이 위기에 처해 도움을 요청할 때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반대급부를 더 크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창극 "국방장관 사표내 대통령에게 항변해야"**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 그치지 않고 논설위원실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문창극 논설위원실장이 직접 '국방장관은 물러나야'라는 제목의 기명칼럼을 통해 노대통령을 신랄히 비판하고 나섰다.

문실장은 "이라크 파병 규모가 3천명으로 결정됐다. 파병군의 성격도 분명치 않다"며 "독자적인 작전을 할 수 있는 규모로, 미국이 요구하는 치안유지군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방부는 허탈해 하고 있다. 이번 결정 과정에서 국방부는 청와대의 소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젊은이들에게 완패했다. 정부 내의 직업적.전문가적 집단의 견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문실장은 이어 "군은 이번 파병에 분명한 논리와 목표가 있었다. 이라크의 특정 지역을 맡아 치안을 유지하려면 최소 5천명에서 1만명의 부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 군의 희생없이 임무를 수행하자면 최소한 이 규모는 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 쪽 요구도 감안해서였다"라며 국방부의 대규모 파병론을 지지했다.

문실장은 이어 "그러나 대통령의 파병 결정은 달랐다"며 "대통령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잘못된 결정을 했을 때 직업군인으로서, 직업관료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묵묵히 순종하면 되는가. 여기에 바로 권력과 프로페셔널 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군으로서는 통수권자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끝나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문실장은 곧 자신의 반문에 대해 "아니다. 국방부 장관이든 합참의장이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60만명 집단의 최고 책임자로서 자신들의 판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물러남으로써 항변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후배들은 군인으로서 명예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권력도 군의 판단을 존중하게 된다"고 조영길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가 사퇴함으로써 노대통령에게 항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군에게 대통령에 대한 '항명'을 촉구하는 위태로운 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앙일보의 일관된 '미국과의 코드 맞추기'**

중앙일보는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도 '파병, 美의 새 정책과 연계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라크 주둔 이탈리아군에 대한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이라크 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됐음을 시인하면서도 "그럼에도 미국이 우리에게 파병을 요청한다면 한-미동맹 강화와 이라크 재건을 위한다는 대의명분하에 적정한 규모와 명확한 파병성격을 세워 파병하는 방안을 '능동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능동적 파병론'을 펼쳤었다.

중앙일보는 이어 "그럴 경우 국내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기보다는 파병군의 안위를 책임질 국방부와 대미-대이라크 외교협의에 나설 외교부의 전문가들에게 실행계획을 짜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지난 몇개월간 혼선만 야기해온 국가안전보장회의에 그 문제를 다시 맡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었다.

중앙일보는 문제의 사설이 영역된 후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에 실리자, 17일 이 사실을 2면에 큰 박스기사로 처리하며 중앙일보가 세계 유수의 언론 대열에 끼게 된 것인양 보도하기도 했다. 이 사설이 '미국의 입맛'에 맞는 기사였기에 실렸을 가능성은 외면한 채 말이다.

이라크 추가파병과 관련한 중앙일보의 일관된 논조는 '미국과의 코드 맞추기'이다. 중앙일보는 이 길만이 '국익'이라고 생각하는듯 싶다. 중앙일보는 어쩌면 18일자 사설이나 칼럼이 뉴욕타임스 등 실리면 또다시 이를 대서특필하며 '세계적 권위지'가 됐다고 자랑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음은 문창극 논설위원장의 칼럼 전문이다.

***[문창극 칼럼] 국방장관은 물러나야**

이라크 파병 규모가 3천명으로 결정됐다. 파병군의 성격도 분명치 않다. 독자적인 작전을 할 수 있는 규모로, 미국이 요구하는 치안유지군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방부는 허탈해 하고 있다. 이번 결정 과정에서 국방부는 청와대의 소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젊은이들에게 완패했다. 정부 내의 직업적.전문가적 집단의 견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특히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므로 군사 문제에서 최종 결심자는 대통령이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이라도 행정부의 모든 부서는 따라야 하는가. 일차적인 답은 "따라야 한다"이다. 특히 군 통수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것이 바로 문민 우위의 전통을 세우는 길이기 때문이다.

*** 직업·전문가 집단이 완패한 게임**

1950년 겨울 한국전에 중공군이 개입함으로써 전세가 다시 역전되면서 트루먼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의 갈등은 깊어갔다. 맥아더 장군은 중국 연안 봉쇄와 만주 폭격 등 확전을 요구한 반면 트루먼 대통령은 중국과 휴전협상을 원했다. 결국 맥아더 장군은 해임되고 말았다. 당시 갤럽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69%는 맥아더를 지지했다. "맥아더의 해임은 남북전쟁 이후 가장 큰 정치사건"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의회는 청문회를 열었고 트루먼에 대한 탄핵 소리가 높았다. 대통령과 직업군인 간의 갈등이었다. 맥아더는 해임을 받아들여 귀국했다.

직업관료와 직업군인은 자신의 일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사람들이다. 그 분야에서 남다른 식견과 전문성을 갖고 국가에 봉사한다. 따라서 그 분야에서만은 정치인보다, 대통령보다 더 좋고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들의 판단을 인정하기 때문에 민주제도를 택하는 나라에서는 직업공무원제를 보장한다. 정치집단이 정부를 장악해 자기들 입맛대로 나라를 요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비해 요즘 검찰에 신뢰를 보낸다. 검찰이 권력에서 독립해 직업으로서 검찰을 회복해 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군도, 경찰도, 외교관도, 통일부도, 세무공무원도 직업으로서 자신들의 직책을 독립적으로 수행해 간다면 박수를 받을 것이다. 이러한 관료.경찰.군이 직업정신에 투철하다면 우리는 정치 파도를 두려워할 것이 없다.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든다 해도 각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자리를 든든히 지켜 준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군은 이번 파병에 분명한 논리와 목표가 있었다. 이라크의 특정 지역을 맡아 치안을 유지하려면 최소 5천명에서 1만명의 부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 군의 희생없이 임무를 수행하자면 최소한 이 규모는 돼야 한다고 했다. 미국 쪽 요구도 감안해서였다.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가 왜 최악의 상태에서 끝났는지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파병 결정은 달랐다. 대통령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잘못된 결정을 했을 때 직업군인으로서, 직업관료로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묵묵히 순종하면 되는가. 여기에 바로 권력과 프로페셔널 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군으로서는 통수권자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끝나야 하는가.

아니다. 국방부 장관이든 합참의장이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60만명 집단의 최고 책임자로서 자신들의 판단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물러남으로써 항변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후배들은 군인으로서 명예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권력도 군의 판단을 존중하게 된다.

*** 권력으로부터 독립 원하는 까닭**

햇볕론자인 DJ의 눈치를 보느라 서해교전 때 전사한 부하의 영결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비겁한 군 수뇌부이기 때문에 권력은 '직업으로서의 군인'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권력이 한마디하면 꼼짝 못하고 벙어리가 되는 집단은 프로페셔널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렇게 나약할수록 그 집단은 정치에, 권력에 예속돼 간다.

행정 각부가 대통령과의 상명하복 관계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영역을 지킬 수 있는 힘은 그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나오는 것이다. 권력과 뜻이 맞지 않아 자신의 영역을 지킬 수 없게 됐을 때 단호히 물러남으로써 오히려 그가 평생을 바쳤던 조직은 권력에서 독립할 수 있는 힘을 쌓아가게 되는 것이다. 맥아더 장군은 의회 청문회에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 사라져갈 뿐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군을 떠났다. 그러나 그 기개는 오늘까지 미국 군인정신으로 병사들 가슴 속에 살아 남아있는 것이다.

문창극 논설위원실장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