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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제는 '인물' 아니라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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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민주당 문제는 '인물' 아니라 '무대'"

[고성국의 정치in] 민주당 김부겸 의원

6.2 지방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판세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천안함 사태의 충격파가 그만큼 거세다. 선거일은 다가오는데 선거판은 만들어지지 않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앞서 있는 여권에게는 뒤를 돌아볼 여유를 주지만 쫓아가기에 바쁜 야권에게는 참으로 기운 빠지는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민주당 전략통 중 한 사람인 김부겸 의원을 만난 것은 현 상황을 돌파할 민주당의 묘책이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여야 모두 서울시장 선거를 6.2 지방선거 승리의 잣대로 두고 있다. 한나라당은 치열하게 경선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마치 야당 같다. 반면에 민주당은 관리만 잘하면 이기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민주당이 오히려 여당 같다."
"그렇지는 않다. 우리에게도 자원이 있다. 행정에는 김성순 의원이 달인이고, 이계안 전 의원은 신화적인 경영인 출신이다. 그러나 보수, 진보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 이 분들이 진영 전체를 어깨에 메고 뛰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한명숙 전 총리가 유일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한 전 총리가 해를 당한 것 아니겠나."

▲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부겸 의원 ⓒ프레시안(김하영)

"천안함 사태로 선거 동력이 안 붙는 것 같다. 흥행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경선이 필요하지 않나?"
"한명숙 후보로 가더라도 다른 두 분에게 그만한 정치적 명분을 주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야당답게 뭔가 '다이나믹'하게 못 만드느냐고 하는 부분은 현실적으로 주어진 조건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당 지도부는 한 전 총리가 법정 투쟁 한다고 저 고생만 안했으면 당연히 경선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본인도 어려웠고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치유할 기간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경선 과정에서 우리 후보들 사이에서 지나친 발언이 나올 것 같다는 우려도 있는 것 같다. 지금은 경선을 포함해서 지도부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김성순, 이계안 후보의 강점을 잘 갈무리해주는 그런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정부의 '위기 관리', '안보 관리'를 국민들이 불안해한다"

"천안함 사태로 결과적으로는 안보 정국이 만들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이 만들어지기 쉽다. 한나라당이 꼭 북풍을 의도해서가 아니라 흐름 자체가 그렇게 가고 있는 것 아닌가?"
"우리가 현장에서 부딪히고 있는 어려움이고 현실이다.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답답해했던 것은 군이나 우리 정부가 위기관리, 국가 안보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희생자들의 아픔과 눈물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정치 공세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모 한나라당 의원(나경원 의원)이 '이 문제를 초래한 것은 지난 정권의 온건한 정책 때문이었다'는 취지로 발언을 했다. 이런식으로 이 문제를 정말 저질스러운 정치적인 소재로 삼는 것은 삼가야 한다."
"정치 공세는 못하더라도 뭔가는 해야 하지 않나?"
"가장 중요한 천안함 침몰 시각조차 5일 동안 세 번이나 바뀌는 보고를 한다거나, 전쟁에 핵심 지휘관이 돼야 할 합참의장이 50분 후에야 보고를 받는다던가, 이런 정도 시스템이면 이 정권이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느냐 하는 부분에 국민의 의구심이 있다. '국민 보편 정서'라는 게 있다. 저질스러운 정략은 자제해야 한다."
"여야 어느 쪽이든 정략적 이용은 자제해야 한다?"
"민심이 묘하게 양쪽을 다 쳐다보고 있다. 이럴 때 누가 정말로 이 공동체와 조국을 사랑하는지 어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경제는 무능 정권, 세종시·사대강 사업은 무책임 정권"

한나라당 정두언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민주당이 헤매줘서 고맙다"고 했다. 정 의원은 국민이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과 한나라당의 '경제 살리기' 중에서 결국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천안함 사태까지 겹쳤다. 한나라당은 경제 살리기와 안보 살리기를 내세울 것이다. 야당은 어떨까? '정권 심판론'으로 계속 가야 할까, 아니면 변화를 줘야 할까? 김 의원은 "정두언이 만든 프레임에 휘말릴 생각이 없다"고 했다.

▲ "이 정부의 오만과 독선, 무책임, 무능에 대해 총체적으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강한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다. '낙인 찍기' 프레임 따위에 휘말릴 생각 없다." ⓒ프레시안(김하영)
"정두언 의원이 워낙 지략이 있는 분이니까 우리를 낙인찍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한 흔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지난 총선, 대선 때 만만하게 찍어 누르던 그 민주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뿐 아니라 다른 야당, 시민사회단체 사이에서도 이 정부의 오만과 독선, 무책임, 무능에 대해 총체적으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강한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다. '낙인 찍기' 프레임 따위에 휘말릴 생각 없다. 이번에는 우리의 프레임으로 끌어들이는 틀을 짤 것이다."
"어떤 프레임인가?"
"무능력하고 거짓말 하는 정권을 심판하는 것이다. 경제를 살린다고 얘기해왔지만 경제 지표가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가장 중요한 게 일자리 창출, 교육 개혁인데, 무능함만 보이고 있다.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인 게 몇 가지 있다. 세종시, 4대강 사업이 그것이다. '무책임'이다. 이런 무능과 무책임을 아무런 제동 장치 없이 계속 용납해야 하느냐고 호소할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프레임으로 끌고 와야 한다."

"개별적인 비판은 많이 했지만 프레임으로 제시한 게 있나?"

"이명박 정권이 추락하고 있다. 이 정권만 추락하면 좋겠는데 이러다 경제도 제대로 못 살리고 미국발 금융위기처럼 우리도 똑같은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경고하고 있지 않나. 이러다 정말 나라까지 침몰될까 걱정된다. 이런 프레임을 만들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경제살리기, 안보살리기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있는데?"
"국민들이 믿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신'? 국민참여당, 대구에도, 수도권에도 후보 못내고 있어"

인터뷰가 진행될 때는 선거 연합 논의가 진행 중이었지만 인터뷰를 정리하는 지금은 결렬된 상태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은 서로 '네 탓'을 하며 으르렁대고 있다. 김 의원도 '선거연합'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치 여기서는 '국민참여당'의 존재 의미에 대한 대화만 싣겠다.

"국민참여당이 민주당과 따로 갈 이유가 있나?"
"민주당이 호남당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한나라당과 제대로 싸워야 할 필드에서 싸우지 못한다. 그래서 그 싸움을 자기들이 맡겠다는 것 아니었나? 노무현으로 대표됐던 영남 민주 세력을 복원하겠다는 '가치'를 내세웠는데 이번 지방선거를 보니까 그들도 영남에 후보를 못 내고 있다. 자기들만 못내는 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도 후보를 내지 못하게 돼버렸다. 김대중, 노무현은 어쨌든 영남에서 15%~30% 가까이 득표해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대로 가면 힘들다."
"민주당이 대구시장 후보를 못 낼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데 당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답답하다. 이번에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면서도 이랬다. 박지원, 강봉균 의원 모두 저 쪽(호남)에서는 스타다. 그래서 '형님 나좀 키워 주소, 앞으로 변경 개척의 전사가 되겠다는데 그것도 안 해주느냐'고 했다."
▲ "'이제 대구에서 민주당, 국민참여당 한다고 하면 지역 사회에서 왕따 당한다'고 하더라.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노무현 정신 구현'? 국민참여당의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행태는 동의 못한다." ⓒ프레시안(김하영)
"대구 분위기는 어떤가?"

"왜 후보를 안내냐고 했더니 '이제 여기에서 민주당, 국민참여당 한다고 하면 지역 사회에서 왕따 당한다'고 하더라.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예전에는 '별난 사람이데이. 그래도 사람은 좋은 것 같은데'라고 했는데, 요즘은 '저거 또라이다'라고 한다더라. 게다가, 대구에서 어찌 어찌 4인 선거구를 만들어 놓았는데, 우리가 광주에서 선거구 쪼개기를 해버렸다. 광주에서! 그래서 대구 친구들이 '너희는 뭐하는 거냐'고 하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대구에서는 굉장한 허탈감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유시민 전 장관이나 저 그룹이 말하는 '노 대통령의 추모 열기를 극대화하고 그 에너지를 우리 정치 발전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지금의 행태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한다. 국민참여당은 수도권에도 거의 후보를 못 낼 것 같다."
"대영남 전략이 없는 정당은 전국 정당도 못되고 수권 정당도 못되는 것 아닌가?"
"나라도 총대를 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굴뚝같이 한다. 정치를 어디까지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김부겸 정치의 매듭을 어떻게 지을까 왜 고민을 안 하겠나. 그래서 원내대표 경선하면서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 실감을 못하는 것 같다. 한번 말해보는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한데, 나는 그런 절박한 고민을 안고 있다. 우리 선배 노무현, 저돌적이게까지 부딪힌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배워야 할 부분은 생생하다. 같이 소주잔 기울이면서 여관방에서 대화했던 노무현의 표정이 생생하다. 저 사람들처럼 대 놓고 '내가 노무현 정신의 적자다' 이렇게 할 수는 없지만.(웃음)"

"인물군 부족? 인물이 활동할 무대를 먼저 탄탄하게"

"민주당이 '포스트 3김 시대'를 감당할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양김 시대', '3김 시대'가 길게 보면 40년, 짧게 봐도 30년 가까이 갔다. 그 분들이 강한 흡입력으로 한국 정치를 삼분했다. 민주 국가에서 후계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다음 커갈 리더군들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채 그 카리스마가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지금 위기가 있다. 집권 10년간 사회적 운영 원리를 확실히, 민주적 개혁적 진보적 프레임으로 못 만들어놓은 채 정권을 뺏긴 민주당이 가장 어려운 처지다."
"한나라당은 박근혜라는 차기 지도자가 있지만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를 인물군의 부족 탓으로 돌리는데, 나는 무대를 탄탄하게 꾸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물군의 문제는 자신들끼리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하토야마 수상, 오자와 간사장, 오카다 외상 등이 협력하고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자민당을 못 이겼을 것이다. 그 사람들 하나 하나는 한계를 가진 리더들이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집단적인 비전을 만들고 가능성을 만들어 일본 국민들의 '바꿔보자'고 하는 마음을 만들었다. 협력하고 경쟁하는 틀을 만들어주는 작업이 시급하다. 무대를 탄탄히 짜야한다.

▲ "문제를 인물군의 부족 탓으로 돌리는데, 나는 무대를 탄탄하게 꾸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물군의 문제는 자신들끼리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 ⓒ프레시안(김하영)

"민주당에 '쇄신모임'이 출범했다. 의미 있는 모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모임 숫자가 많다. 국회의원 20명이면 교섭단체도 꾸릴 수 있는 대단한 규모 아닌가?"
"저도 두 번 정도 초대 받아 가봤다. 쇄신모임을 주류니 비주류니 하면서 당권 다툼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지방선거 관련해 당 지도부가 너무 자의적으로 상황을 이끌어간다는 불만이 크더라. 선거 연합은 큰 대의다. 그 대의를 관철시키려하는데 결과적으로 비주류 측에 속한 사람들만 양보하게 되는 꼴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진지한 대화나 고민을 풀어놓는 게 없었다. 공천에서 당 지도부가 결과적으로 깊이 관여하게 된 꼴이 됐고, 그러다보니 잣대가 자꾸 흔들린다. 그에 대한 고민들이 있다. 당이 전반적으로 소통이 잘 안 된다는 얘기도 있다. 사실 주류 비주류가 갈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게 없는 게 이상한 것 아닌가."

"원내대표 경선, 내 브랜드는 '호남당 탈피' 그리고 '변화'"

주류-비주류 갈등 얘기 끝에 원내대표 경선 얘기로 들어갔다. 이 갈등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표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원내대표 되나?"
"(웃음)이번에는 쉽게 갈 줄 알았다"
"혼전인가?"
"아직은 그 분(박지원 정책위의장)이 약간 앞서있다."
"주류 비주류 구도인가?"
"현재는 그렇지 않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가야 하지 않나. 주류, 비주류라기 보다는 노선 문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금 민주당이 외부 비판도 그렇지만 내부적으로도 워낙 혼란기에 접어들어 있다. 민주당의 미래 전망에 대한 생각도 상당히 갈리고 있다. 당위론을 갖고 과거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처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뭘 내세우고 있나?"
"원내대표가 하는 가장 큰 역할이 고공전의 무기, 즉 아젠다와 이슈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제때 공급해서 싸움판을 우리 주도로 끌고 가야 하는데, 지금은 뒤따라가는 것 같다. 원내의 에너지들을 고공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내 전술이나 전략은 원내대표가 뱃심을 갖고 해가되 조금은 유연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투쟁 안할 도리가 없었지만 원내대표가 강경파들에게 너무 쉽게 타협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라운드를 몇 가지로 구분해야 한다. 우리의 존재 이유를 거부당하는 싸움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투쟁해야 한다. 반면에 정책적 이슈들, 실적을 쌓아야 할 부분들은 토론하고 타협해서 우리 실적으로 남겨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시스템을 조금 바꿔야 한다."
"경선 전략이 있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변화를 통한 수권 전략에 달려있다. 스스로가 기득권을 벗어 던지고 변화할 각오를 갖지 않으면 우리를 포위한 범 보수의 네트워크에서 못 벗어난다. 그것을 호소하고 싶다. 그러려면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부터 뭔가 변화의 상징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저는 민주당을 '호남당'이라고 낙인찍는 사람들에 전면적으로 맞서 싸워왔고 앞으로도 그럴 정도의 배짱은 있다. 지금 거론되는 훌륭한 선배들의 과거 업적은 괄목할 만하다.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의 원내 시스템도 바꾸어야 한다. 의원들에게 정부 직함을 주는 '예비 내각제'를 만들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지금처럼 민주당 원내대표, 원내부대표, 민주당 정책위의장, 이런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으로는 약하다."
"민주당은 언제쯤 집권할까?"
"욕심 같으면 다음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맞짱' 뜰 후보를 한번 만들어 꾸려보고 싶다.(웃음)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 당에 장관급 되는 인물이 50, 60명쯤 되면 국민들이 기회를 주지 않겠나. 당장 대통령 자리를 놓고 싸운다면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의회 권력이나 사회적인 인물 배분 등에 있어서 이렇게 언밸런스한 상황은 깰 수 있다고 본다."

"정동영, 손학규, 정세균, 천정배 모아 놓으면 꽤 괜찮은 당이다"

▲ "요즘 점점 박근혜 전 대표가 커지는 느낌이다...저 넓은 중간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다." ⓒ프레시안(김하영)
사람보다 무대가 중요하다는 김 의원에게 사람 얘기를 다시 꺼냈다. 정치는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이명박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아나?"
"서로 얼굴을 아는 정도다."
"평가한다면, 어떤 리더십인가?"
"무엇보다 강한 권력 의지가 이 대통령을 뒷받침 하는 것 같다. '성취 제일주의'라고 할까, 모든 것에서 목표 성취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것 같다. 분명히 우리가 갖지 못한 강점이 있다. 그러니까 저렇게 압승을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보면 그 분을 성공 시켰던 바로 그 리더십이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용납을 못하는 것 같다. 야당이든 시민사회 세력이든, 심지어 종교 세력까지도 그렇다. 소통, 타협, 대화 등 민주주의 정치 체제의 중요한 가치를 생략하는 게 안타깝다."
"박근혜 전 대표는?"
"요즘 점점 박근혜 전 대표가 커지는 느낌이다. 최근 던지는 화두를 보면 그렇다. 그래서 우리쪽 지도자들이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 분이 최근 복지 사회를 얘기하더라. 그냥 구호인줄 알았는데, '국민소득 2만 불 가까이 되는 나라에서는 더 이상 성장과 분배를 따로 봐서는 안된다. 분배가 없는 성장은 미래가 없다'는 취지로 복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작동 원리가 왜 안 돌아가는지, 정확히 꿰뚫고 있더라. 저 넓은 중간파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복당은 했지만 아직 잘 안 움직이는 것 같다."
"그 분 자신이 받은 상처도 있을 것이고 당이 받은 상처도 있을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치유돼야 한다. 뭔가 큰 행보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분이 우리 당의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는 분들과 협력도 하고 경쟁도 하는 것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줬으면 한다."
"손학규 전 대표의 기반은 좀 확고해졌나?"
"확고해졌는지는 모르지만, 필마단기로 한나라당에서 나왔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기대하는 의원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시기도 맞아야 하고 계기도 있어야 할 것이다."
"정세균 대표는 어떤 리더인가?"
"정세균 대표 리더십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지난 2년 간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 정도나마 당을 건사해온 공헌은 인정해야 한다. 물론 국민은 그것을 넘어서는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본인이 그만한 준비가 돼 있는지, 그만한 능력이 있는 지도자인지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쇄신모임을 이끌고 있는 천정배 의원은 당권 도전 의사를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명시적으로 그 분에게 들은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보면, 천 장관이 당권 도전을 하지 않겠느냐고, 다들 그렇게 보더라."
"어떻게 평가하나. 천정배 리더십은?"
"민주당을 이루고 있는 한 축이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그런 식으로 각자 자기 개성을 가지고, 자기 컬러를 가진 사람들끼리 경쟁을 하고, 그리고 협력을 해야 뭐가 돼도 되지 않겠나."
"천정배,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의 색깔이 모두 확실한가?"
"컬러가 다 확실하다. 하나 하나 보면 모자란다고 이야기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모아놓으면 꽤 괜찮은 당이다. 이 사람, 저 사람들이 동네북처럼 '걔들은 안돼' 그러면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웃음) 제 2의 김대중 선생님이 있으면 모시러라도 가지. 국민의 신뢰를 받는 리더라는 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게 지난 경험이다. 3김도 저런 카리스마를 갖는데 30년 가까이 걸린 것 아닌가."

"고향 대구에 가면 이제는 나를 알아봐 준다"

김 의원은 민주당에서는 드물게 보는 '대구 출신'이다. 민주당에서 활동하는 본인에게는 정치적 '핸디캡'일 수 있지만, 넓게 보면 오히려 '큰 자산'이 될 수도 있다.

"대구에 가면 고향 사람 대접은 받나?"
"자랑하고 싶다. 한나라당에 있었던 3, 4년을 제외하고는 이 쪽(민주 진영) 생활이 20년 정도 되는데, 모교 체육대회 같은 행사에 한 번도 안 빠졌다. 내가 명함을 돌리면 심지어 내 앞에서 명함을 찢어버리거나, 열린우리당을 '뚜껑 열린당'이라고들 했는데, '뚜껑열린 친구랑은 얘기도 안 한다'는 그런 수모도 당했다. 그런데 20년쯤 계속 가니까 이제는 '저 친구가 민주당에 있지만 대구 경북 출신이다'하고 알아주기는 하는 것 같다. 제 나름대로 그 정도까지는 갔다고 감히 자부한다. 언젠가 내가 필요하다면 국민 통합이라는 가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믿음이 있다."
"원래 고향은?"
"경북 상주다. 중고등학교는 대구에서 나왔다. 경북중학교를 떨어져서 대구중학교를 갔고, 고등학교를 또 떨어져서 재수해서 경북고등학교를 갔다. 재수를 많이 해서 그 때는 부끄러웠는데 지금 보면 친구가 많다는 장점이 되더라. 동기만 해도 두 기수가 된다."
"경북고 나와서 서울대 갔으니 대구에서는 'TK 메인스트림'이네(웃음)"

김 의원도 크게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고성국 박사와 김부겸 의원 ⓒ프레시안(김하영)

"부친이 법과대 가서 고시공부를 하라고 엄명을 내렸었다. 직업 군인으로서 얼마나 한 맺힌 마음이었겠나. 하여튼 고시 공부 할 것을 강권하며 일체의 학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까지 했다. 당시 학생 운동권이었다 보니 제가 아버지에게 장애가 됐다."
"김 의원이 구속된 게 언제인가?
"77년도니까, 대학 2학년 때다. 그 후 아버지가 승진도 못하고 옷을 벗었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니까, 그런 것은 정확했다. 그래서 지금도 부친에 대한 마음의 빛 때문에 뭘 하더라도 이빨 깨물고 하겠다는 각오가 돼있다.
과거 민주당이 깨졌을 때 국민 통합하는 정치를 해보자며 돌아가신 노무현, 이수인, 제정구 그리고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미경 사무총장 같은 정치적 이상주의자들이 '구락부'(국민통합추진위원회, '통추')를 만들었다. 내가 막내였다. 나보다 더 후배들이 천호선, 정태근이다. 내가 정치를 마감한다면 그런 마음의 빚을 갚을 각오를 갖고 헌신할 생각이다. 당에서 우리 의원들이 이런 제 진정성만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유신때 얘기에 통추 얘기까지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치열했던 20~30대가 생각났다. 어느덧 50줄에 들어선 3선의 김 의원이 거듭해서 강조한 '진정성'도 긴급조치 세대가 갖고 있는 공통의 역사 경험에 뿌리박고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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