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정부-부안군, 인권침해" 판정

'정부 도덕성' 치명타, "부도덕 행위, 추진비 집행 감사 실시하라"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안 핵폐기물처리장 추진과정에 산업자원부와 부안군이 행한 부안군민 인권 침해 및 여론조작 행위를 질타하고 이에 대한 감사를 권고해, 정부를 당혹케 하고 있다.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인권위, "정부-부안군, 부안 군민 행복추구권 등 인권침해"**

국가인권위는 9일 정부와 부안군의 독단적인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신청과 주민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 부안 대책위 김인경(54) 공동대표가 2003년 7월과 12월에 낸 진정에 대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안군민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인정되고, 헌법 제10조에서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인권위는 "△정부가 총 4백21명에 대해서 해외시찰을 시키고, 유성에서 언론사 기자 등에게 접대부를 동원해 술 접대를 제공하고, △부지선정위원회에서 주민 수용성을 위도 주민으로 한정해 우수한 것으로 평가하고, △현금 보상에 대한 루머에 대해서 적극 대처하지 않아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부안 주민에 대한) 명백한 인권 침해 행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공무원들이 공무수행을 할 때는 공공성ㆍ공정성ㆍ성실성 및 중립성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이런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은 (결과적으로)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한 부안주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는 "부안 공무원들에게 강제로 영광원전 등을 견학시킨 것도 공무원 및 그 가족의 행복추구권과 제19조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정부와 부안군수가) 지역주민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도 적법 절차의 원리를 위반한 것"이라며 "다만 이미 2003년 12월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이 자진사퇴했고, 정부가 주민의 의견을 일부 수렴하는 방향으로 절차를 개선했기 때문에 별도의 구제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부도덕 행위와 추진비 집행에 감사 실시해야"**

국가인권위는 이처럼 정부와 부안군이 부안군민들의 인권을 침해한 사실을 지적한 뒤, 산자부 장관과 부안군수에게 철저한 감사를 실시하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강력 권고했다.

인권위는 산자부 장관과 부안군수에게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부도덕한 행위 및 관련사업 추진비 집행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실시해 사실규명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앞으로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 있어서도 지역 주민들과 마찰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