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의 '베를린 발언'을 놓고 직격탄을 맞은 조선-동아일보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 총리로부터 "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칭찬을 받은 중앙일보도 이 총리를 맹성토했다.
***조선일보 "이해찬 개인 생각이 아니라 노무현정부 전체의 정서"**
이해찬 총리 발언이 있은 다음날인 20일 조간신문들 가운데 이총리 발언을 사설을 통해 강력히 문제삼고 나선 곳은 '조-중-동' 세 신문이었다.
우선 조선일보는 이날 2면 절반을 털어 이총리 발언을 상세히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전날 조선닷컴에 "이총리가 폭탄주를 몇잔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본지기사가 합석한 가운데 한 발언"이라고 했던 보도와는 달리, "이총리는 연합뉴스 등 국내언론 현지특파원 4명과 간담회를 갖던 중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밤 10시부터 시작된 간담회는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졌고, 중간에 본지 등 유럽순방 동행기자들도 합류했다. 당시 이총리와 참석자들은 양주 1병과 맥주를 시켜 나눠 마셨다. 이 총리는 크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수정된 내용을 올렸다. 사실관계가 잘못된 조선닷컴 보도에 따른 여권의 반격을 의식한 '수정'으로 해석된다.
조선일보는 이어 같은 면에 위치한 신경무 화백의 '개 패듯'이란 제목의 만평을 통해 베를린에서 술 취한 이총리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를 유혈낭자하게 폭행하는 장면을 그렸다. 이 장면 옆에는 카메라를 들고 이 장면을 촬영하는 외국기자들이 '한국언론탄압 안봐도 훤하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삽입돼 있었다.
조선일보는 또 "조선-동아 까불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 총리 발언을 소개한 뒤 "이 총리의 발언이 과연 '말씀' 대접을 받는 국무총리의 발언인지 의심스럽다. 총리의 말이 아니라 노사모의 발언이라면 그런 사람들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겠지만 말이다"라며 "이총리의 이날 발언은 아무리 취중이라 해도 정말 브레이크 없이 막 흘러갔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이어 "이총리의 조선-동아를 향한 적개심은 이 총리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최고권력자를 포함한 정권 전체의 정서라는 이야기"라며 "어떻게든 조선-동아를 옥죄려는 의도가 역력한 신문 관련법안의 배경도 이로써 확연히 드러난 셈"이라며,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언론개혁법과 이 총리 발언을 하나로 엮었다.
사설은 또 "이 총리가 다른 메이저 신문에 대해서만은 '중심을 잘 잡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과녁은 그 신문이 아니라고 확인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여, 우회적으로 중앙일보를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동아일보 "정부여당이 역사에 반역"**
동아일보도 이날 이총리 발언은 4면에 상세히 실은 뒤 이홍우 화백의 '나대로 선생' 만평을 통해 노대통령의 예전의 "광화문의 두 신문사" 발언과 이총리의 "동아-조선 까불지마" 발언을 소개한 뒤, 정신과의사가 "가끔씩 나타나는 盧李로제' 현상"이라고 비아냥댔다.
동아일보는 또 "동아-조선이 이총리 손안에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총리 발언은 취중이지만 신문법 개정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이총리 발언을 언론법 개정과 맞물려 해석했다.
사설은 언론법 개정 목적을 "비판언론 장악과 나머지 신문 길들이기에 있다"며 "이 총리는 '동아 조선을 역사에 반역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는 오히려 그가 들어야 할 소리다. '민주화 세력'을 내세워 집권하고 '개혁'을 빌미로 자유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정부여당이야말로 역사에 반역하는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 "여권, '동물농장'과 같은 사회 바라는가"**
이 총리로부터 "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칭찬을 받은 중앙일보도 이총리 비판에 나섰다. 중앙일보는 4면에 이총리 발언을 소개한 뒤 2면에 김상택 화백의 '술김에 할말 다하네'라는 제목의 만평을 통해 "조-동 용서못해"라는 이총리 발언이 만취 상태에서 나온 것처럼 묘사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이해찬 총리의 왜곡된 언론관'이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총리 발언을 소개한 뒤 "신문이 정권을 비판하면 '까불고' '권력을 농락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총리가 무슨 자격과 안목으로 역사에 대한 반역인지, 흐름에 맞는지를 정하는지 의아하다"고 힐난했다.
사설은 이어 "신문을 읽다보면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는 최근 김병중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을 함께 소개한 뒤 "(이총리와 김실장 발언을 보면) 지금 잘못되고 있는 것이 모두 언론 탓인 듯 보인다"며 "여론조사를 보라. 대통령의 지지도가 20%대에 머무는 것이 언론 때문인가. 정부와 열린우리당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사설은 또 "도대체 여권이 지향하는 사회는 어떤 것인가. 정부와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없고 무조건적인 맹종만 있는 '동물농장'과 같은 사회를 바라는가. 노동신문-민주조선-평양신문 등이 입을 모아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를 찬양하는 북한의 언론체제를 닮기를 원하는가"라고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전체댓글 0